‘기적’ 아닌 ‘혁신’을 향해 17년 달려온 일본 축구

김세훈 기자 2022. 11. 24.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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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독일 꺾은 비결
환호 일본 축구대표팀이 23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E조 독일과의 경기에서 2-1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알라이얀 | 권도현 기자
2005년부터 ‘일본의 길’ 시작
선수 조기 해외 진출에 집중
축구협회·리그·구단 ‘합심’
엔트리 26명 중 19명 유럽파
볼 점유율·슈팅 수 밀려도
내달리며 세밀한 패스로 돌파

일본축구협회는 2005년 일본 축구철학을 담은 ‘일본의 길(Japan’s Way)’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일본의 길’은 대표팀 강화, 유소년 육성, 지도자 양성, 축구 보급 4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세부적이고 전문적인 실천 방안이 포함됐다. 일본 축구가 포지션별로 추구하는 선수 역량, 대표팀이 공수에 걸쳐 추구하는 플레이가 포지션별로, 영역별로 제시됐다. 시동기(5~8세), 성장기(9~12세), 도전기(13~17세), 성숙기(18~21세) 등 연령대별 훈련법이 공유됐다. 약점으로 지적된 체력을 강화하기 위한 피지컬 피트니스 프로그램도 큰 축을 차지했다. 세계 최고 수준 지도자 양성, 축구가족 확장, 축구문화 구축 사업도 들어갔다. 일본은 ‘일본의 길’ 최종목표를 명확하게 밝혔다.

‘2050년까지 축구 인구 1000만명 확보, 그리고 월드컵 우승.’

일본 선수들은 원대한 꿈, 세밀한 실천 방안이 담긴 ‘일본의 길’에 따라 체계적으로, 전문적으로 성장했다. 그게 일본(FIFA 랭킹 24위)이 독일(11위)을 꺾은 힘이었다.

일본은 23일 카타르 알라이얀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도안 리츠(프라이부르크), 아사노 다쿠마(보훔)의 연속골로 독일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도안, 아사노 이외에 일본대표팀 가마다 다이치(프랑크푸르트), 엔도 와타루(슈투트가르트)도 독일에서 뛰고 있다. 엔트리 26명 중 19명이 해외파(전원 유럽파), 그중 8명이 독일파다. 경기 전날 “독일은 우리의 롤모델”이라고 밝힌 일본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독일전 후에도 “우리가 오늘은 독일을 이겼지만, 독일 그리고 세계에서 더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볼 점유율에서 23%-66%(경합 11%)로 밀렸고, 슈팅 수에서도 10(유효 3)-25(유효 9)로 뒤졌다. 그걸 극복한 게 일본식 정교한 패스였다. 김세윤 전 한국축구대표팀 전력분석관은 “독일은 공을 갖고 페널티지역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일본은 패스로 뚫으려고 했다”며 “일본은 세밀한 패스로 골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FIFA 매치리포트에 따르면, 페널티지역으로 들어가는 패스 비중은 일본이 60%인 반면 독일은 45%에 머물렀다.

일본은 체력도 강했다. 뛴 거리는 119.8㎞로 독일(120㎞)과 거의 같았고 최고 속도로 달린 거리는 16.7㎞로 독일(16.4㎞)보다 길었다. 압박 횟수(187-164), 직접 압박 횟수(68-24)도 독일보다 많았다. 김 전 분석관은 “일본은 훌륭한 시스템에서 평균적으로 뛰어난 기량과 강한 도전의지를 겸비한 선수들이 다수 배출된다”며 “선수 개인 노력에 따라 소수 출중한 선수에 의존하는 한국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축구협회, J리그 사무국, 구단이 삼위일체가 돼 해외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 축구에 정통한 박공원 대한축구협회 이사는 “일본 축구계는 가능한 한 어린 나이에 프로에 데뷔하게 하고 뛰어난 유망주는 조기에 유럽으로 내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조만간 독일 뒤셀도르프에 유럽 진출 전초기지를 구축한다. 축구장과 숙소는 물론 의료시설, 정보센터 등이 완비된 일본축구센터다. ‘일본의 길’ 프로젝트를 주도한 마사나가 가게야마 코치는 “일본의 길 프로젝트는 축구 가족 전체가 다음 세대를 위해 변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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