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 방해, 거짓말... '이태원 참사' 유족이 말하는 '윤석열 정부의 잘못'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돼 가고 있다. 그동안은 주로 이태원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따지는 '수사와 공방'의 시간이었다. 경찰이 누구를 입건해 조사했고 어디를 압수수색했는지, 국정조사와 특검은 하는 것인지, 희생자 명단 공개는 잘못인지 등이 주된 관심사였다. 참사의 당사자, 특히 희생자 유가족의 목소리는 관심 밖에 있었다.
방치와 2차 가해... 유가족의 고통은 점점 심해진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지한 씨의 아버지를 만났다. 아버지는 아들을 떠나 보낸 슬픔이 시간이 갈수록 커진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더 가슴이 시리고 먹먹하고 어딘가 뻥 뚫린 것 같고 더 심해져요. 시간이 지나면 외로움도 슬픔도 가라앉을 줄 알았는데, 이유를 생각해 보니까 처음에는 실감을 못 했는데 어떨 때는 아들이 꼭 저녁 늦게 집에 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지금은 아예 안 오니까, 점점 몸으로 실감을 하니까, 더 힘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지한 씨의 아버지는 아들을 잃은 슬픔에 더해 정부와 정치권의 태도에 또 한 번 상처를 입었다고 했다.
이지한 씨 아버지를 포함한 일부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여당인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건 지난 21일. 참사가 벌어지고 3주나 지난 때였다. 유가족들이 먼저 요청을 거듭한 뒤에야 만들어진 자리였다. 어렵사리 성사된 여당 책임자와 만남에서 유족들은 책임 있는 답변을 원했다. 그러나 그들이 본 건 불성실과 회피였다. 이지한 씨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국민의힘) 어떤 분은 졸고 계셨고요. 어떤 분은 휴대폰을 하시는데 처음에 저희가 하는 얘기를 입력하고 저장하는 줄 알았습니다. 근데 그게 아니고 계속 올리시더라고요. 그래서 역시나 큰 기대는 안 했지만 관심이 없었구나. 어떤 한 분은 나가시더라고요, 의원분이. 1주일 전에 약속을 잡았기 때문에 저희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정부 쪽하고 얘기 좀 해오지 않았을까.'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야당 대표나 다른 사람들 잡아넣을 생각만 하고, 참사 희생자 가족 도와주려고 하시는 분들 도와주지 못하게 왕따시키시고, 너무 정치적인 문제로만 끌고 가시고...
-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지한 씨 아버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언론의 관심도 갈수록 줄고 있다. 다른 이슈들이 이태원 참사의 자리를 채우고 있다. '뭐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조바심이 유족들 사이에 번졌다.
하지만 쉽게 나서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퍼지는 2차 가해 때문이었다. 이지한 씨의 아버지는 "지금 유가족들이 가장 인터뷰를 두려워하고 나서기를 두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가 댓글, 2차 가해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죽어서조차 이런 걸 받아야 하나요? 내가 왜 이런 걸 받아야 하나요?"라고 되물었다.
뉴스타파가 만난 이태원 참사 생존자 이현지(가명) 씨도 2차 가해에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 씨는 "애도할 가치가 없다는 사람이 있는데, 당장 축제를 홍보하잖아요. 거기에서 안전이 지켜지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왜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의 잘못이 돼야 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어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각종 포털과 기사 댓글, SNS, 유튜브에서는 이태원 참사 피해자와 유족을 향한 비난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조롱과 혐오를 조장하는 글도 많고 가짜뉴스도 상당하다. 이런 글들은 유족들의 마음을 또다시 할퀴고 있다.
저희 지한이에 대한 유튜버, 네이버 댓글, 가짜뉴스 너무 많았어요. 우리 지한이가 뭘 잘못했길래, 우리가 뭘 잘못했길래. 대한민국은 진짜 반쪽 국가였구나. 도대체가 이런 일을 겪은 사람들한테 할 소리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뭐 'OO팔이'에서부터 별 얘기가 다 나옵니다. 그리고 저희 지한이에 대한 유튜브 입에 담지도 못할 그런 게 너무 많아서.
-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지한 씨 아버지
사과에 앞서 돈으로 답한 정부... 특혜를 받는다는 프레임
문제는 2차 가해가 본격화되는데 정부가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태원 참사 다음날인 지난 10월 30일, 갑자기 한덕수 국무총리는 참사 피해자와 유족에게 위로금 20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다음날인 10월 31일에는 정부가 장례비도 지원한다며 구체적인 액수를 공개했다.
그런데 당시는 아직 희생자 신원 확인도 끝나지 않았을 정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참사의 원인이 무엇인지도 미지수였다. 대통령실과 재난 주무장관인 이상민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 장관은 "정부에는 책임이 없다", "경찰·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했어도 해결할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태원을 방문한 개인의 책임'이라는 의미였다.
정부가 참사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면서 동시에 세금을 들여 희생자를 지원한다며 액수까지 공개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후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이 부당하게 특혜를 받는다'는 식의 2차 가해가 본격화됐다. 실제로 정부가 장례비 지원 액수를 공개한 10월 31일 당일, '이태원 참사 수습에 세금을 쓰면 안 된다'는 내용의 국회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6일 만에 5만 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 소위원회에 회부됐다. 각종 SNS와 기사 댓글에도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조롱하고, 특혜 당사자로 낙인찍는 2차 가해 글이 대대적으로 올라왔다.
이런 일은 처음은 아니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도 정부는 세월호 유족에 대한 배상·위로금 액수를 대놓고 공개했고, 이후 2차 가해와 혐오 발언이 거세지는 일이 있었다. '세월호 참사' 유족인 장훈 4·16 안전사회연구소장은 "정부는 잘못이 없다는 발표만 나갔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죄인이 된 기분, '내가 잘못한 건가'라는 기분이 들 겁니다. 그런데 거기다가 다음날 돈을 주겠다고 한 것이니 당연히 논란이 나온 것이죠. 보상금 액수는 밝히지 않았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유족과 생존자를 지원하고 있는 전수미 변호사,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정부의 배려 없는 행정이 2차 가해 행위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갑자기 국가가 유족들과 전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이렇게 해주겠다.' 그러면 일반 국민이 보시기에 '저 사람들은 그냥 돈 때문에 뭔가 국가에 요구를 했고, 국가가 그래서 돈을 주겠다고 얘기하는구나.' 마치 돈을 요구하기 위해 문제점을 제기하거나 목소리를 내려는 것처럼 프레임, 선입견이 쓰여버려서...
- 전수미 / 변호사
금액을 밝히지 않고 '장례 과정에서 불편함이 없도록 최대한을 지원하겠다' 정도만 이야기했어도 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굳이 수천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정부가 직접 참사 다음 날 언급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봅니다. 마땅히 이뤄져야 하는 지원과 보상에 관한 과정인데, 마치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에게 국민 세금으로 특혜가 이루어지는 것처럼 국민들이 인식하도록 만들었다고 저는 보고 있고요. 이것이 결국 피해자들한테 책임을 돌리는, '놀러 갔다 죽은 거 아니냐'는 여론을 강화하는 효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직접 그런 효과를 만든 겁니다.
- 용혜인 / 기본소득당 의원
결국 유가족들은 '특혜를 받는다'는 낙인과 프레임을 온몸으로 맞아야 했다. 유족들은 위축됐고, 죄인처럼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이태원 참사의 최대 피해자인 유족들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다. 전수미 변호사는 "지금 많은 언론사에서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며 저한테 요청을 하십니다. 그런데 제가 유가족께 여쭤봐도 '인터뷰하겠다'고 말씀을 못 하시는 게 2차 가해 때문이죠. 직간접적으로 이미 얼굴을 드러내지 않아도 느끼고 있는데, 얼굴을 드러냈을 때 도대체 어떠한 공격이 올까 감당할 자신이 없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참사 희생자 이지한 씨의 아버지도 2차 가해로 인한 심적 고통을 토로했다. "그런 걸 처음 겪어보니까, 숨도 쉬기가 어렵고 집 밖을 못 나가겠고. 밖을 못 나갈 것 같고 만나는 사람들이 다 저만 쳐다보면서 욕하는 것 같고. 어떻게 보면, 심하게 되면 공황장애죠"라고 말했다.
현재 유족들이 바라는 것은 돈이 아니다. 진심 어린 사과와 진상규명이다. 하지만 정부는 계속 국가배상, 위로금, 세금 감면 등 '돈 얘기'만 꺼내고 있다. 유가족들은 2차 가해의 프레임이 강화될까 두렵다.
오늘(22일) 유가족들이 기자회견을 했는데 그것에 대응하듯이 바로 뉴스가 나오더군요. '신속하게 국가배상금 검토해서 지급하겠다'는 뉴스가 같이 나오더라고요. 지한이 엄마하고 한 얘기가 있어요. 얘들(정부)이 자꾸 배상금 얘기한다고 하니까, 제가 그랬죠. '이거 뇌물이다' 라고요. '정부에서 희생자 유가족분들한테 뇌물을 먹이려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뇌물 줄 테니까, 돈 줄 테니까, 이 돈 가지고 어디 저기 가서 찌그러져 있어라, 내가 나오라고 할 때까지'라고 생각됩니다. 또 보상금 얘기를 하게 되면 '거 봐라, 결국에는 돈 아니냐' 하는 댓글이 난무할 테고, 어차피 욕을 먹는 건 저희 유가족분들이고요. 분명히 또 그런 프레임이 만들어지겠죠.
-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지한 씨 아버지
2차 가해에 책임 없다는 정부, 대책도 없다
이처럼 정부의 섣부른 지원책 공개와 '돈 얘기'로 인해 2차 가해는 점점 심해졌지만,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이번 사태뿐만 아니라 힌남노 태풍 때도 바로 다음날 지원 규모를 발표했다. 재난 지역을 선포하면 당연히 내용을 공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과실과 여러 사회구조적 요인으로 발생한 사회적 재난인 이태원 참사가 자연재해와 똑같다고 말한 것이다. 용혜인 의원이 "지원 금액을 공개하는 걸 말씀드리는 것 아니냐. 지금 그 발표 때문에 희생자들이 2차 가해를 당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이상민 장관은 "그건 생각하기 나름이다"며 끝내 책임을 부인했다.
정부는 참사 피해자와 유족을 향한 2차 가해를 줄이려는 노력도 전혀 안 하고 있다. 취재 결과, 행안부는 2차 가해 방지를 위한 계획을 전혀 세우지 않았고, 논의한 적도 없었다.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심리 상담과 치료가 전부였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아무런 계획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유가족들로서는 직접 기사 댓글 창과 SNS를 돌며 명예훼손성 2차 가해 발언을 골라내 신고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참사가 개인 책임이라던 국가는 2차 가해를 막는 것도 개인의 몫이라고 했다.
정부와 한국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는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이면 가족들이 가족관계증명서, 사망진단서, 신고하는 사람의 신분증 그걸 다 준비해서 오랍니다. 유튜브 같은 경우 몇 분 몇 초에 어떤 내용이 나왔는지를 유가족들이 다 준비해야 된답니다. 명예훼손 발언이 실린 계정 주소, 댓글도 다 직접 캡처하라더군요.
-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지한 씨 아버지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만나고 싶다'
정부가 방치하고 있는 건 2차 가해 문제 말고 또 있다. 지난 9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만들어진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참사의 발생부터 사후 수습에 이르는 전 과정, 그리고 원인 규명부터 후속 대책 수립의 전 과정에 참사 피해자가 참여해 의견을 낼 수 있는 실효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행안부에 권고한 바 있다. 재난·참사의 당사자가 배제되지 않도록 노력하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에 대응하는 정부의 모습 어디에서도 피해자와 유족의 의견을 반영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정부와 이상민 장관은 "조심스럽다"는 말만 반복하며 피해자, 유족과의 접촉을 꺼리고 있다. 지난 16일 국회에서 이 장관은 관련 질의에 이렇게 답했다.
○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 : 제가 얘기한 대로 하실 의향이 있어요? 유가족들 다 모셔 놓고 정부는 뭘 잘못했고 이런 걸 해야지요.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 말씀하신 것 생각 중에 있는데요.
○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 : 생각만 하면 뭐 합니까? (이태원 참사 후) 20일이 지났는데도.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 아니 그게 아니라요. 상당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 : 뭐가 조심스러워요?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 유가족들의 입장이요.
-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2022.11.16)
이지한 씨의 아버지는 "정부가 희생자 가족들한테 연락해서 '우리가 어떻게 해주면 되겠냐'고 물어봤어야 하는데, 한 번도 안 물어봤다. 오로지 '너희는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니까 정신과 치료받아라. 도움 줄 때 받아라'라고만 했다. 다른 얘기는 듣지 못했다. 장례 비용과 위로비를 신속하게 전달하겠다고만 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유족들의 자발적 만남을 방해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유족들은 대부분 일면식도 없는 사이로 각 지역에 뿔뿔이 흩어져 있다. 서로 만나길 원하지만 정부에선 아무런 기회도 제공해 주지 않았고, 오히려 유족끼리 연락처도 알 수 없게 하고 있다. 이지한 씨의 아버지는 "경찰서나 관공서에서는 다른 가족들 전화번호를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안 가르쳐준다. 트라우마 센터도 마찬가지다. 다른 가족분들 연락처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가족들 지금 (제가 만난) 40 가족 전부 다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정부에서 방치를 했고, 만나지 못하게 하는 공작을 했던 것 같다. 오늘 인터뷰하면서도 기자 몇 분에게 말씀드렸다. 혹시라도 유족분들이 원하시면 제 번호를 알려드리라고. 그렇게 밖에는 현재 연락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행안부에 연락해 '유족들에게 모임의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 있는지' 물었지만 "지금은 없는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장훈 4·16 안전사회연구소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못된 걸 학습했다"고 비판했다. 수백 명의 유가족이 한데 모여 의견을 내고, 정부에 요구사항을 전달하면 귀찮아지니 이들을 흩어놓고 있다는 얘기다.
유가족들을 뭉쳐 놓으면 세월호 단체처럼 또 하나의 단체가 만들어질 것이고, 그러면 또 이들이 이 정권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좋은 목소리가 나오지는 않을 거 아니겠어요? 그러면 또 우리 정권 유지에 힘들어진다. 이런 게 학습이 되다 보니까 초반부터 쫙 찢어버립니다. 찢어서 만나지도 못하게 하는 거죠.
- 장훈 4·16 안전사회연구소장(세월호 참사 유가족)
'정부가 유가족들을 못 만나게 한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이상민 장관은 아예 '유족 명단을 가지고 있지 않다. 유족 연락처를 몰라 만남을 주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국회에서 한 발언이다. 하지만 거짓말이었다. 행안부 측은 뉴스타파 취재에 "국회 답변 때 장관이 모르고 있던 상태였다. 보고를 받은 적이 없어서 몰랐던 게 맞다"고 답했다.
"우리 다 같이 합시다. 저희들이 뭉쳐야 합니다"
결국 유가족들은 정부의 방치와 방해 속에 참사 발생 24일이 지나서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도움으로 기자회견을 가졌고, 처음으로 입장을 발표할 수 있었다.
약 1시간 20분 동안 진행된 기자회견은 유족들의 슬픔과 분노로 가득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참사 희생자 이민아 씨 아버지는 "유족들이 모이면 안 되는 것입니까. 유족들이 무슨 반정부 세력이라도 됩니까. 장례비와 위로금은 그렇게 빨리 지급하면서 정작 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유족들이 모여서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은 왜 참사 24일이 넘도록 안 해주는 겁니까. 정부는 유족들의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사 희생자인 이남훈 씨의 어머니는 "저는 이 말을 하고 싶습니다. 무능한 이 정부에 아들을 뺏겼지만 엄마는 더 이상 아들 앞에 그저 눈물만 흘리고 있는 무능하고 무지한 엄마는 되지 않겠노라고요. 내 아들이 아닌 이 땅의 모든 아들, 딸들이 또다시는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참사에 희생되지 않도록 철저히 진상을 밝혀 달라고, 이 나라 이 정부에 단호히 대응하고 소리칠 거라고요. 내 아들이 죽은 이유가 그 원인이 무엇인지 엄마는, 우리 가족은 알아야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지한 씨의 아버지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를 마치며 "더 많은 유가족이 모여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다 같이 합시다. 그래야 우리가 잊혀지지 않고 계속 정부에서 우리 목소리를 듣습니다. 아직 몰라서 모르셔서 아니면 슬픔이 너무 크셔서 용기를 내지 못하고 계신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가족 여러분. 부상자분들도 연락 부탁드립니다. 뉴스타파 기자님에게 제 전화번호 공개해도 좋다고 제가 말씀을 드릴 테니까 물어보시면 알려드릴 겁니다. 저희들이 모여야, 저희들이 뭉쳐야 큰 힘을 낼 수가 있습니다. 그래야 저들이 두려워할 것 같습니다. 꼭 연락 주십시오.
-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지한 씨 아버지
뉴스타파 홍주환 theh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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