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기 메리트 있나···직접투자 쏠리며 무너지는 펀드시장

정혜진 기자 입력 2022. 11. 24.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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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펀드 수탁액 101조···올 들어 7조 감소
이 기간 ETF 유입액 14조로 펀드 유출액 압도
당국 활성화 방안 성과 미비···소규모 펀드 증가
올해 수익률 국내·해외주식형 모두 ETF가 우월
"증시침체 지속에 비용 부담 적은 ETF 무브 가속화"
[서울경제]

올해 들어 공모펀드 수탁액이 10년래 처음으로 101조 원 선까지 떨어졌다. 연초 대비 자금 유출 규모는 7조 원에 육박한다. 올 상반기 공모펀드 규모가 108조 원대로 떨어지며 위축이 심화하자 8월 금융 당국이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지만 증시 침체와 채권 불안에 자금 유출세는 오히려 가속화되고 있다. 반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올 들어 14조 원을 흡수하며 가파른 성장을 지속 중이다. 내년까지 투자 환경이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에 투자 수요가 위축된 가운데 올해 성과가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간접투자 상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이 운용하는 간접투자 상품으로서의 이점이 큰 공모펀드가 고사 위기에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현실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실성 없는 판매 규제를 없애고 운용 효율성을 낮추는 자투리 펀드에 대해 더 구체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4일 한국펀드평가사에 따르면 국내 공모펀드 수탁액(머니마켓펀드·상장지수펀드 제외)은 101조 8330억 원으로 올 들어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연초 대비 자금 유출 규모는 6조 7426억 원에 이른다. 수탁액이 101조 원 수준까지 내려온 것은 최근 10년간 처음이다. 2017년 102조 원으로 떨어졌던 수탁 규모는 이후 다시 증가하며 지난해 115조 원까지 늘었다. 올 4월 이후 지속적인 수탁액 감소세를 겪던 공모펀드 시장은 9월 채권 불안이 터진 후 자금 유출세가 심화하며 최근 두 달 동안만 3조 원가량이 빠져나갔다.

운용 규모 10억 원 이하의 소규모 펀드를 제외한 수탁액 규모는 95조 958억 원으로 이미 100조 원 아래로 내려섰다. 21일(99조 9158억 원) 처음으로 100조 원 선이 뚫렸고 이날까지 연일 설정 규모가 감소하고 있다. 공모펀드 시장 전반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운용 규모가 10억 원 이하(패밀리 펀드는 50억 원)로 떨어진 펀드 수가 큰 폭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앞서 당국은 펀드 운용 역량 강화를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방치되고 있는 소규모 펀드 정리 활성화를 유도하겠다고 밝혔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한편 상장지수펀드(ETF)에는 같은 기간 14조 원가량의 자금이 새롭게 유입됐다. 올 1월 3일 기준 61조 8896억 원 수준이었던 시장 규모는 이날 기준 74조 4778억 원으로 성장했다. 특히 이 기간에 국내 투자 ETF로 9조 983억 원의 자금이 흘러들었는데 이는 국내 투자 펀드 유출액(7조 5227억 원)을 압도한다. 올 들어 기존에는 펀드를 통해 국내 주식·채권·대체자산 등에 투자하던 투자자들이 돈을 빼내 같은 자산군에 투자하는 ETF를 담았다는 뜻이다.

앞선 8월 금융 당국은 공모펀드 침체가 심화하자 시장 활성화를 위한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금융 당국에서는 공모펀드 수익률 및 투자자 편의 제고를 위해 △성과 연동형 운용 보수 도입 △투자 전략 변경 절차 간소화 △인덱스펀드 운용 규제 합리화 △소규모 펀드 정리 촉진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당국이 개정안을 내놓은 당시 파악된 공모 시장 수탁액 규모는 108조 원 수준이었으나 현재 101조 원으로 펀드 시장 침체는 더욱 가속화됐다.

올해 증시 침체가 장기화된 상황에서 간접투자 상품인 펀드가 운용 성과 측면에서 ETF 대비 더 나은 결과를 증명하지 못하면서 자금 유출이 가팔라졌다. 실제로 국내와 해외주식형 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각각 -20.4%, -21.6%로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 ETF(-17.7%), 해외주식형 ETF(-18.9%)보다 손실이 컸다. 펀드는 펀드매니저가 운용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비싼 대신 시장 대비 높은 초과 성과를 노릴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히지만 올해 시장에서는 이 역시 좌절된 셈이다.

내년까지 증시 침체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에 간접투자 상품이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속적인 자금 유출로 소규모 펀드가 늘어나는 가운데 운용사는 수익률 관리가 힘들어 자금이 빠지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펀드 투자자가 가입부터 환매까지 겪는 절차적 복잡성을 해소하고 운용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자투리 펀드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은 “올해 증시에서 경쟁력이 많이 약화된 펀드에 대한 수요가 위축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도 “공모펀드가 살아나려면 가입·환매 시 불필요한 과정을 간소화하고 장기 투자를 장려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suns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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