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준비 강조 구광모 인사 키워드는 '세대교체' '안정'
(지디넷코리아=류은주 기자)구광모 회장이 변화 속 '안정'을 택하는 임원 인사 기조를 올해도 이어나간다. 기존 부회장단과 조직 체제에 큰 변화를 주기보다는 젊은 인재와 여성 인재를 늘려나가며 '안정'과 '세대교체'에 방점을 두는 인사를 단행했다.
LG그룹은 23일과 24일 이틀에 걸쳐 2023년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LG는 이번 인사에서 권봉석 최고운영책임자(COO) 부회장을 비롯해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을 유임했다. 장기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했던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과 김영섭 LG CNS 사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정도다. 이로써 LG그룹 4인 부회장 체제는 3인 부회장 체제로 축소됐다.
이번 인사는 구 광모 회장의 미래 경쟁력 확보 의지가 담겨있다는 평가다. 구 회장은 최근 계열사 CEO들과 진행한 사업보고회에서 “사업의 미래 모습과 목표를 명확히 해 미래 준비의 실행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며 “상황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미래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필요한 인재 발굴, 육성 등에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배터리·전장 등 미래 핵심사업 승진 폭 확대
실제로 LG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핵심사업에서 승진 인사가 대폭 있었다. LG에너지솔루션에서 29명의 승진자를 배출했다. 지난해에 비해 두 배 가까이 확대된 규모다. 양극재 등 배터리 소재 사업을 키우고 있는 LG화학 첨단소재사업본부에서도 7명의 승진자가 배출됐다.
LG전자에서는 세계 1위 가전 사업 경쟁력을 더욱 높이기 위해 류재철 H&A사업본부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LG에너지솔루션에서는 김동명 자동차전지사업부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기술리더십 확보와 구 회장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고객가치’를 구체화할 수 있는 인재도 꾸준히 기용하고, 관련 조직도 확대하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연구개발(SW 포함) 분야에서 신규 임원은 31명이다. 그룹 내 전체 임원 가운데 연구개발 분야 임원도 역대 최대 규모인 196명으로 늘어났다.
고객가치 혁신을 위해 LG전자는 CX(고객경험)센터, LG디스플레이는 중형CX그룹 및 대형 솔루션 CX그룹 등을 신설했다. LG유플러스는 LSR/UX담당을 LSR/UX센터로 격상했다.
LG는 고객 최접점인 CS(고객서비스) 분야에서 미국, 멕시코, 인도 등 해외 현지 고객의 페인포인트 해결에 앞장서 온 LG전자 장태진 상무를 발탁했다. CS 분야 임원 수는 2018년 3명에서 이번 승진자를 포함해 총 8명으로 증가했다.
LG는 고객가치 실천을 위한 사업 기본기인 품질과 안전환경의 중요성을 반영해, LG에너지솔루션 손춘기 상무 등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인재 10명을 중용했다.
■ 신규 임원 92% 1970년 이후 출생…구 회장 취임 후 여성 임원 2배 증가
젊은 인재 등용과 맞물린 세대교체 역시 최근 인사 트렌드 중 하나다. 지난해부터 2년 연속 전체 승진자 가운데 70% 이상이 신규 임원이다.
LG 관계자는 "경쟁력을 갖춘 젊은 인재들을 과감히 발탁해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관성에서 벗어나 사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동시에, 중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사업가를 육성하고 조직에 역동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신규 임원 중 92%가 1970년 이후 출생자며, 최연소 임원은 1983년생인 LG전자 우정훈 수석전문위원으로 39세다.
여성 CEO 선임과 외부인재 영입 증가도 구광모 회장 체제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변화다.
LG는 이번 인사를 통해 2명의 여성 CEO를 선임했다. 코카콜라음료 이정애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하며 LG생활건강의 CEO를 맡게 됐다. 지투알 박애리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CEO에 선임됐다. 특히 4대 그룹 상장사 중 오너 일가를 제외한 여성 전문경영인 CEO가 선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그룹 여성 임원은 구광모 대표가 취임했던 지난 2018년 29명에서 이번 인사를 통해 총 64명으로 늘어나며 2배 이상 증가했다.
재계 관계자는 "젊은 인재 등용과 여성 인재 발탁은 이미 수년전 부터 있어왔던 인사 트렌드라 특별할 것이 없지만, 4대그룹 내 첫 여성 CEO 탄생이 이번 인사의 의미있는 변화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riswell@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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