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충격에도…코인투자 늘린 이곳, 주가 40% 급등 왜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2022. 11. 24. 18: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블랙록 뉴욕 사무소 [EPA = 연합뉴스]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FTX 파산 사태로 나스닥에 상장된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글로벌(COIN)’ 주가가 급락했다. 반면 최근 가상화폐 투자를 늘리고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K)’ 주가는 코인발 리스크에도 주가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다각화된 사업구조와 기관 자금 유입으로 이익 체력이 튼튼하다는 점이 주가 하방을 지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 따르면 코인베이스 글로벌 주가는 이달 들어 31.22% 하락한 45.57달러까지 추락했다. 이는 지난해 4월 코인베이스 글로벌이 나스닥에 상장된 후 기록한 최고점(429.54달러)에서 89.39% 급락한 것이다. 최근 FTX 거래소가 파산하면서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투심이 급격히 위축된 유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보통 코인베이스 글로벌 주가는 가상화폐 대장인 비트코인의 시세와 흐름을 같이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6만달러를 넘겼던 비트코인은 현재 1만5000달러 선까지 하락했다가 최근엔 1만6000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미즈호 증권에 따르면 가상화폐 시장의 최근 일일 거래량은 올해 평균치 대비 30%가량 낮았다. 거래량이 줄게 되면 거래소 입장에선 그만큼 수수료 수익이 감소하는 셈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FTX 사태 확산에 따라 코인베이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하기도 했다.

코인 리스크에 가상화폐 관련주 주가가 급락한 가운데 블랙록도 FTX 사태에 휘말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FTX의 상위 채권자 50명 중에는 블랙록, 타이거글로벌, 세콰이어캐피털 등 기관투자자들도 포함됐다. FTX의 상위 채권자 10명에 대한 부채는 14억5000만달러(1조9000억원)다. 특히 지난 8월 블랙록은 코인베이스 글로벌과 가상화폐 관련 서비스를 기관투자자로 확대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돌발 악재가 발생했음에도 블랙록 주가는 상승세다. 23일(현지시간) 기준 블랙록 주가는 지난 10월 중순 찍은 단기 저점에서 46.35% 급등했다. 지난해 11월 기록한 역사적 고점 대비해서도 주가가 24.34% 밖에 떨어지지 않으며 우수한 주가 방어력을 보여주고 있다. FTX발 리스크 외 최근 기준금리 급등, 글로벌 경기침체 등 매크로(거시경제)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자산운용사의 실적 악화가 예견된 상황에서도 주가는 긍정적 흐름을 보여준 셈이다.

블랙록이 증시에서 이 같은 저력을 보여줄 수 있는 건 강력한 이익 체력 덕분이다. 상품 포트폴리오가 다양하고 상호보완적이라 다양한 자산군을 찾는 고객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블랙록의 3분기 운용자산(AUM)은 펀드 수익률 부진과 달러 강세에 따른 영향으로 전 분기 대비 6% 감소한 8조달러를 기록했다”면서도 “단기성 자금은 순유출됐지만 장기자금 순유입이 받쳐준 점은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최근엔 기관투자자 자금이 대폭 유입되면서 블랙록 실적 방어에 도움을 주고 있다. 올해 3분기 기관투자자의 블랙록 순자금유입액은 477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전년 동기인 173억달러 보다 175% 증가한 수치로 직전 분기(264억달러) 대비해서도 80% 늘었다. 기관투자자들은 액티브 성향의 주식, 채권 상품에 712억달러를 베팅했고 패시브 성향 상품은 순매도세를 보였다. 증시 약세장에 자산운용사의 운용 전략, 비결을 믿는다는 것이다.

특히 채권 상장지수펀드(ETF)로만 369억달러가 유입됐다. 최근 주요국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갈 곳을 투자자금들이 고금리에 따른 이자수익과 향후 금리 인하기 매매차익도 노려볼 수 있는 채권형 상품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블랙록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했지만 주당순이익(EPS)은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지만 시장 컨센서스(추정치)를 31% 웃돌며 ‘선방’했다는 월가의 평가가 나왔다. 블랙록의 3분기 주당순이익은 9.25달러로 직전 분기의 7.06달러 보다 개선됐고 1분기 9.35달러와 비교해서도 유사한 수준이다. 최근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해 3분기(10.89달러)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지만 이번 분기에 순이익 반등을 이뤄낸 것이다. 블랙록의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1분기 35.1%에서 3분기 35.4%로 개선됐다.

다이렉트인덱싱(Direct Indexing) 투자를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다이렉트인덱싱은 투자자 개인의 선호, 목적을 반영해 개인화된 투자 지수를 구성하는 기술서비스를 의미한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올리버와이먼에 따르면 미국 내 다이렉트인덱싱 시장 규모는 지난 2018년 185조원에서 2025년 215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랙록은 지난 2020년 11월 ‘아페리오’를 인수하며 다이렉트인덱싱 경쟁에 뛰어들었다. 블랙록은 개인투자자들의 절세 전략 강화 방향으로 다이렉트인덱싱을 활용할 계획이다.

최근엔 대체투자자산인 인프라스트럭처 투자도 강화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블랙록은 이달 중순 중동의 인프라 프로젝트를 탐색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의 6200억달러 규모의 부펀드(Wealth fund)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투자 프로젝트는 중동 내 에너지, 전력, 물, 환경, 운송, 통신 등을 포함한 전 부문에 걸쳐 진행된다. 블랙록은 중동을 관리할 전담 인프라 투자팀을 구성해 인프라 전략을 수립할 전망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도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요소다. 이번 분기 블랙록의 자기주식 매입액은 3억8000만달러로 순이익의 27%에 달한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블랙록의 최근 배당 성향은 52.8%다. 블랙록의 추정 배당수익률도 3.4%로 높은 편이다. 2024년 배당수익률은 4%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가에서는 블랙록 관련 강력한 매수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투자의견 컨센서스는 매수 75%, 보유 25%인 상황이다. 매도 의견은 0%다.

한편 블랙록은 중국 채권 ETF의 출시 일정을 연기했다. 미국, 중국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 따른 정치적 부담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중국 채권 수익률이 역전되면서 중국 국채 매력도가 떨어진 점도 영향을 끼쳤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