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혁신기업] AI와의 창의적인 글쓰기… "비즈니스 돕는 솔루션 제공"

김나인 2022. 11. 24. 18: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학술대회서 창업 아이디어 싹터
자연어 처리로 기존 글쓰기 틀 벗어나
제목 생성부터 중고 물품 판매까지 도와
인간 생각 가치 더 높아지도록 도울 것
이세영 뤼튼테크놀로지스 대표가 설립한 청소년 학술대회 'KSCY'에 참가한 학생들이 실력을 겨루고 있다. KSVY는 전세계 청소년들이 모여 교류하며 연구활동과 토론을 하는 아시아 최대 청소년 컨퍼런스다. 뤼튼테크놀로지스 제공
뤼튼테크놀로지스 개발자가 솔루션을 점검하고 있다. 뤼튼테크놀로지스 제공
이세영 뤼튼테크놀로지스 대표.
'CES 혁신상' 수상 이미지. 뤼튼테크놀로지스 제공
뤼튼테크놀로지스가 제공하는 글쓰기 툴 목록. 뤼튼테크놀로지스 제공
뤼튼테크놀로지스의 글쓰기 툴 사용 화면. 뤼튼테크놀로지스 제공

AI 기반 문서작성 도구 개발 '뤼튼테크놀로지스'

"AI(인공지능) 덕분에 앞으로 지난 100년과는 다른 창의성의 정의가 펼쳐질 것이다. AI가 구현력을 도와 새로운 지능이 궁극적으로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확장해줄 것이다."

전 세계적인 불황으로 스타트업도 급격한 투자 한파에 직면한 시점에 혁신적인 기술로 유의미한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이 있다. AI로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 글쓰기를 돕는 뤼튼테크놀로지스다.

이세영 뤼튼테크놀로지스 대표(26)는 "초거대 생성 인공지능(Generative AI)으로 실무자의 업무를 도와 실질적인 비즈니스적 가치를 주는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청소년 학술대회서 싹튼 창업 아이디어= 뤼튼테크놀로지스는 지난해 4월 설립된 새내기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 10일 캡스톤파트너스, 앤파트너스, IBK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이 신규 투자자로 참여한 라운드에서 38억원 규모의 프리A 시리즈 투자를 유치했다. 누적 투자액은 45억원에 달한다.

이 대표는 글, 그림 같이 인간만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창의성의 영역에서도 AI가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 미국에서도 과제를 낼 때 AI 협업을 당연하게 가정하는 흐름이 커지고 있다.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의 책 '사피엔스' 10주년 특별판 서문도 AI 글쓰기 프로그램인 'GPT-3'가 쓴 것으로 알려졌다. 뤼튼테크놀로지스는 초거대 AI를 활용해 AI 콘텐츠 생성 서비스 '뤼튼(wrtn.ai)'과 AI 글쓰기 훈련 서비스 '뤼튼 트레이닝' 등을 선보였다.

이 대표가 글쓰기에 관심을 둔 것은 초등학생 시절로 거슬러간다. 말할 때보다 글로 쓸 때 생각이 잘 표현됐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때는 당시 방영하던 장학 프로그램인 '골든벨'에서 최후의 1인으로 남아 골든벨을 울린 상금으로 청소년 학술대회 'KSCY'를 설립하고 운영했다. 초반에는 300명 정도 규모로 시작했지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스북에서 입소문을 타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에 진학하던 시점에는 중국, 일본, 미국, 동남아, 캐나다 등 13개국에서 1만명이 오프라인으로 모일 정도로 커졌다.

창업 기회는 위기 상황에 왔다. 코로나19로 인해 학술대회가 취소돼 1억원이 넘는 운영비를 환불해야 하는 상황이 닥쳤다. 학교에서 후원은 받았지만, 학생 단체라 법적 보호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돈을 갚기 위해 휴학을 하고 원격회의 플랫폼에서 온라인 강의를 열고 과외를 시작했다.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이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학생이 참여했다. 하루 15시간씩 일한 끝에 3개월 만에 운영비를 갚을 수 있었다.

온라인 강의 경험은 교육용 문서 작성 툴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이 대표는 "학생들이 글 쓰는 활동을 할 때 교육자가 글 자체를 도와주는 툴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은 창업 아이디어로 이어졌다"면서 "마침 미국에서 초거대 AI API(애플리케이션 인터페이스)가 공개됐고 팀 내에 AI 엔지니어가 합류해 미국 유니콘 회사들의 GPT-3 활용 방안을 연구하면서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초거대 AI'로 글쓰기의 새 틀을 열다= GPT-3는 미국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AI연구소 '오픈AI'가 개발한 자연어처리 AI 모델이다. 인간의 뇌처럼 스스로 창작할 수 있도록 방대한 데이터와 파라미터(매개변수)를 활용한다. 뤼튼테크놀로지스는 GPT-3에 이어 한글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네이버의 초거대 한국어 AI인 하이퍼클로바를 기반으로 '뤼튼 트레이닝'을 출시했다.

뤼튼 트레이닝은 하루 15분 정도 개요와 본문, 퇴고 등 3단계 과정으로 이뤄진 훈련을 통해 학생이나 직장인의 글쓰기를 돕는다. 원하는 주제를 직접 입력할 수도 있고, '경제성장과 인간소외 현상', '예술과 외설의 기준', '탄소국경세' 등 글 주제를 제시해 주기도 한다. 뤼튼 트레이닝은 하루 15분의 짧은 글을 완성하는 습관으로도 논리적인 사고력이 키워질 수 있다고 본다.

이 대표는 "학생 대상 학술대회를 열면서 검수를 했는데 Z세대들의 글쓰기 실력이 계단식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며 "실력을 키우기 위해 교육용 글쓰기 툴을 만들었는데 전북교육청, 충남교육청에서 이 툴을 가져다 쓰기도 했다. 핵심은 질문을 던져주는 것인데 초거대AI는 교육자와 같이 질문과 피드백을 제공하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의 개입이 필수적이던 글쓰기 연습을 AI를 통해 혼자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생각을 글로 표현하도록 돕는 뤼튼 트레이닝으로 'CES 2023' 혁신상을 수상하는 쾌거도 이뤘다.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주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ICT 융합전시회다. 이 대표에 따르면, 생성 AI를 활용한 서비스 중 CES 혁신상을 받은 것은 뤼튼 트레이닝이 처음이다.

◇유튜브 제목 생성부터 중고 물품 판매까지 돕는 AI= 이 대표는 글쓰기 훈련 외에도 AI를 활용하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서비스를 시작한 AI 카피라이팅 서비스 '뤼튼'은 책 초안뿐 아니라 마케팅 홍보문구나 블로그 포스트, 중고 물품 판매, 유튜브 제목 생성, 보도자료 작성도 돕는다. 뤼튼의 오픈베타 가입자는 열흘 동안 1만명 이상을 기록했고 2만명 달성을 앞두고 있다. 생성하는 단어만 2억 단어가 넘는데, 이는 언어를 배울 때 10년 동안 듣는 단어 수에 비견된다.

이 대표는 인터뷰 중에 직접 솔루션을 시연하기도 했다. 기자가 중고 물품에 '갈색 부츠'를 올리고 싶다고 말하고 키워드를 입력하자 판매 가격부터 제품설명, 거래방식까지 예시 글이 생성됐다. '안쪽에 기모 안감 처리돼 있어 따뜻합니다', '실착 횟수 10회 미만이고, 밑창 닳음 거의 없습니다' 등 AI가 고민한 표현들이 제시됐다. '책 초안' 탭에서 주제를 꽃꽂이로 제시하고 카테고리를 '에세이'로 설정하자 "'왜 하필 꽃이야?'라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그냥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다. 집 근처 꽃집 앞을 지나갈 때면 항상 멈춰 서서 구경하곤 했다"로 이어지는 글을 보여줬다.

그는 "콘텐츠를 생성하는 회사들의 수요가 많은 만큼 B2C 모델뿐 아니라 B2B 모델도 보고 있다"며 "뤼튼은 1~2주에 한 번씩 활용할 수 있는 글쓰기 툴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앞으로 비즈니스뿐 아니라 일반 글쓰기 같은 작문 보조나 이미지 AI까지 도입해 글에 맞는 이미지도 생성하도록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악의적 활용 안 돼" AI 윤리도 주목= 이 대표는 제대로 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제품을 기획하고 설계할 때부터 AI 윤리 이슈에 주목했다.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편향된 성향을 띠고 악의적인 사례에 활용할 수 있다는 AI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에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과 협업해 '이루다' 이후 2호 사업자로 AI 윤리 점검표를 마련해 내달 공개할 예정이다.

어릴 때부터 창업가를 꿈꿔온 이 대표는 창업을 위한 체력을 키우기 위해 미식축구를 시작했고 2018년에는 미식축구 국가대표팀 주장까지 맡을 정도로 한번 시작한 일은 끝장을 보는 성격이다. 학생 때 설립한 청소년 학술대회에서 싹튼 뤼튼테크놀로지스는 AI와 만나 '퀀텀점프'의 기회를 잡았다. 설립 이래 K스타트업 최우수상 수상, 삼성전자 C랩 아웃사이드 선정, 중소벤처기업부 TIPS 프로그램, 과기정통부 K글로벌 스타트업 공모전에도 선정됐다.

이 대표는 "지식, 창작, 창의적 업무를 하는 실무자들의 워크플로우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연말까지 베타서비스를 제공하고 향후 유료 구독모델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최종 목표는 창의력 부문의 '킬러앱'으로 자리잡는 것이다. 이 대표는 "사람들이 표현하지 못해 묻히는 생각을 세상에 표현할수록 사고 가치가 높아진다고 믿는다"며 "AI 시대에도 인간의 생각 가치가 높아지도록 돕는 것이 궁극적인 지향점"이라고 강조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사진 = 뤼튼테크놀로지스 제공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