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칼럼]전파 규제개혁, 디지털 신산업 창출 핵심

정예린 2022. 11. 2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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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욱 한국전자파학회장(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19세기 전자파 분야의 초석을 마련한 결정적인 과학적 업적인 맥스웰 방정식(Maxwell's equations)이 1865년 영국 왕립학회지에 발표된 이래 157년이 지났다. 아직까지도 수식의 오류가 없는 직류부터 가시광선 주파수 대역까지 완벽하게 기술하는 식임에 모두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아름답고 완벽한 맥스웰 방정식을 담은 전자기학 강의를 중간고사쯤 되어 수강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나올 때면 결국 학생들을 수식 위주로 잘못 이끌어서 동기를 부여하지 못했고, 미흡한 점으로는 무엇이 있었을까 되짚으며 깊이 반성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요즘은 학생들이 난해한 수리물리 중심의 전자기학을 기피하는 현상이 있다. 반면에 이 분야를 잘 이해하면서 중요성을 잘 알고 흥미를 느끼는 탁월한 학생이 아직도 많이 있다.

전자파는 디지털 산업의 원천이며 앞으로 지상과 위성 간 초연결사회로의 진입을 가능케 하는 국가 중요 기반 핵심 기술이다. 또 5세대(5G) 및 6G 저궤도 위성 분야를 포함해 우주, 국방, 교통, 에너지, 의료, 환경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 산업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리라 생각한다.

한국전자파학회는 올해 33년째를 맞았다. 우리 학회의 역사는 곧 우리나라 전자파 기술 발전 역사다. 실제로 1970~1980년대 전자파는 주로 군사 분야에서만 국한돼 활용됐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당시 전자파가 미래 전파방송 기반 기술 및 사회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는 각성과 함께 혜안이 있는 산·학·연·관이 손을 잡고 한국전자파학회를 설립했다.

우리나라는 인구가 적지만 지평선 너머를 내다보며 비전을 제시하고 이끈 선각자들이 한국전자파학회를 포함해 각 분야에 있었다. 이들이 헌신하며 전자파 비전 실현에 앞장섰고, 전공자들의 열정과 부단한 연구를 통해 극복했기에 오늘날 정보통신 강국에 보탬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전자파 주파수 자원의 새로운 활용은 신산업을 일으키는 핵심 요소가 됐으며, 현재까지 주파수할당 자원 분배는 대한민국 주파수 분배표에 잘 나와 있다. 승인 없는 주파수 사용은 불법전파(불법주파수)로 간주돼 위반사항에 대한 처벌 규정도 명시돼 있다. 예를 들어 공항지역에서는 주로 안전 착륙을 돕는 유도계기착륙시설(ILS)과 혼신 주파수가 있을 경우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 불법 전파에 대한 규제는 엄격하다.

하지만 주파수 배분과 규제로 디지털 산업 발전의 견인차 역할과 보호를 해 주던 배타적 방식이 일부 주파수 대역에서 새로운 부품과 신호처리 기술 발전으로 주파수를 공유할 수 있는 요즘에는 글로벌 디지털 경쟁력 제고에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

한정된 주파수 트래픽이 폭증하고 주파수 자원이 점점 고갈되면서 근처 환경 주파수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타 이용자의 주파수를 자동 탐지·식별해서 유해한 전파 간섭 없이 자동으로 주파수 공동 사용을 할 수 있는 데까지 기술이 발전해 왔다.

예를 들어 전자파와 비슷한 소나의 경우 박쥐의 반향정위(反響定位) 방식을 사용하는 '생체 레이더' 메커니즘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박쥐들은 수백 마리가 집단으로 비행할 때 혼선이 일어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단독 비행 때보다 파동이 더 길고 큰 초음파를 발사하는 방법으로 수천년 동안 진화하면서 초음파 주파수 자원을 이미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최근 정부에서는 디지털 기반 경제혁신을 가속하기 위해 3개 분야 12개 규제개선 과제를 추진하고,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과감하고 신속하게 혁파한 정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관련 전문가들과 전파의 역기능 및 순기능을 모두 심도 있게 고려하고 종합 판단해서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마련했을 것이다. 특히 전자파 적합성 검증에 소요되는 기간 1~2개월을 1일로 신속하게 통관 지원하는 것은 노심초사하며 하염없이 통관을 기다린 기업에는 단비 같은 조치다. 전기자동차의 충전 편의성을 높일 수 있도록 85㎑ 대역의 무선충전 주파수를 분배한 것과 스마트폰에서 UWB 기반 IOT 서비스를 허용함으로써 국민에게 새로운 편의성과 안전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제는 이런 정책의 변화에 대해 기업이 응답함으로써 디지털 전파 신산업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 전자파학회 회원들은 더욱 다양하게 전파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 발굴에 노력할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전파방송 기술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박성욱 한국전자파학회장·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soparky@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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