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애 선생이 쓴 '다이어리' 日서 귀환
서애가 일상 기록한 수택본
날짜 옆에 일정·감상 등 적어
죽마고우 이순신 최후 기술에
술 만드는 방법 메모까지 다양
임진왜란 때 영의정으로 국난 극복에 나섰던 서애 류성룡(1542∼1607·사진)이 일상 기록을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달력(대통력)이 우리나라로 되돌아왔다. 상세한 기록 덕분에 조선시대 대표적 기록문화 유산으로서 가치가 높다.
문화재청이 지난 9월 일본에서 환수한 '유성룡비망기입대통력<경자>(柳成龍備忘記入大統曆<庚子>)'를 24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언론에 공개했다. 대통력은 오늘날의 달력에 해당하는 조선시대의 책력(冊曆·천체를 관측하여 해와 달의 운행과 절기 따위를 적은 책)이다.
이번에 귀환한 대통력은 가로 20㎝, 세로 38㎝로 흔히 쓰는 A4 종이보다 조금 긴 편이며 1599년 간행된 금속활자본이다. 책자 형태로 날짜 옆에 일정이나 개인적인 감상 등을 적어 오늘날 다이어리와 비슷하게 활용된 셈이다. 여기에 기재된 필적과 언급된 인물 190여 명, 상황 등 정보를 서애의 문집인 '서애집' 중 '서애선생연보'와 대조하니 맞아떨어져 서애의 손때가 묻은 수택본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달력은 겉표지가 떨어져 나가 가철(假綴)된 표지에 느닷없이 충무공 이순신 장군(1545~1598)의 최후를 기술한 문장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전쟁하는 날에 직접 시석(矢石·화살과 돌)을 무릅쓰자, 부장(副將)들이 진두지휘하는 것을 만류하며 말하기를 '대장께서 스스로 가벼이 하시면 안 됩니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듣지 않고) 직접 출전하여 전쟁을 독려하다가 이윽고 날아온 탄환을 가슴에 맞고 전사하였다. 아아!…"
노승석 여해고전연구소장은 "조선왕조실록 경자년 1월 29일 기록을 보면 (이순신을 모실) 사당인 전남 여수 충민사에 대한 언급이 있어 서애가 조정 분위기를 생각해 표지에 기록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류성룡과 이순신은 현재 서울 중구 인현동에 속하는 '한양 건천동'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고 이순신을 전라좌수사로 추천한 것도 류성룡임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설명이다.
정제규 문화재청 무형문화재 전문위원은 "(이순신 사망) 1년2개월 전 기록한 종이를 이면지로 재활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류창해 씨(풍산류씨 종손)는 "충무공 언급은 징비록과 유사하다"며 "술 제조법을 여백에 기록한 것이 종가에서 보관해온 대통력 8책과 다른 새로운 내용이어서 서애 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서애는 '징비록'에서 생일을 맞아 술을 마셨다는 기록 한 줄만 남겼으나, 이번 대통력에는 7~8종의 술을 만들기 위해 쌀을 씻는 법과 물의 양 등을 상술했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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