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영화 한 편 상영이 정상회담 성과?”…중국 불법 시청은 그냥 두더니, 핀잔만 들었다 [인사이드 차이나]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입력 2022. 11. 24. 17:38 수정 2022. 11. 24.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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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22일 최근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한·중 정상회담의 성과로 중국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6년 만에 한국 영화 상영이 재개된 것을 들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온라인 플랫폼에서 6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영화 스트리밍을 허용한 것이 G20(주요 20국)에서 이뤄진 중·한 정상회담의 결과냐'는 질문에 "거듭 말하는데, 중국 측은 여태껏 소위 '한한령'을 실시한 적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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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2년 11월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주요 20국) 정상회의 중 한·중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대통령실은 22일 최근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한·중 정상회담의 성과로 중국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6년 만에 한국 영화 상영이 재개된 것을 들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브리핑에서 “중국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서 우리나라 감독의 영화가 상영이 되기 시작했다”며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이 OTT 조치를 통해서 화답한 것으로 해석한다”고 했다. 중국 텅쉰스핀(텐센트 비디오)에 홍상수 영화감독의 2018년 작품 ‘강변호텔’이 이달 초 올라온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중국은 2016년 주한 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2017년 한한령(限韓令·한국 문화 제한 명령)을 내렸다.

중국 정부는 마치 윤 대통령이 양국 문화 교류 중요성을 강조해 시 주석이 호응한 것으로 해석되는 한국 정부 발언에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온라인 플랫폼에서 6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영화 스트리밍을 허용한 것이 G20(주요 20국)에서 이뤄진 중·한 정상회담의 결과냐’는 질문에 “거듭 말하는데, 중국 측은 여태껏 소위 ‘한한령’을 실시한 적이 없다”고 했다. 김 수석이 브리핑 중 “6년간 중국에서 정식 수입이 금지된 한국 영화 서비스가 개시가 됐다”고 말한 것과 관련,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한국 문화 콘텐츠 수입을 금지한 적이 없다고 반박한 것이다.

자오 대변인은 “제가 알기로는 지난해부터 중국이 이미 여러 편의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들여와 방영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영화 ‘오! 문희’가 한국 영화로는 2015년 9월 ‘암살’ 이후 6년여 만에 중국 영화관에서 개봉했다. 올 들어서도 유쿠·아이치이·비리비리 등 다른 중국 온라인 플랫폼에서 ‘사임당 빛의 일기’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이태원 클라쓰’ ‘슬기로운 감빵생활’ 등 한국 드라마 10편 이상이 방영됐다. 이미 중국에서 한국 영화·드라마가 여러 편 공개된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중국 온라인 플랫폼의 한국 영화 한 편 상영에 지나치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자오 대변인은 “협력 촉진은 쌍방의 양방향 노력이 필요하다”며 오히려 한국 측의 역할을 주문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2년 11월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주요 20국) 정상회의 중 한·중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경제계에선 중국의 여러 온라인 플랫폼 중 하나일 뿐인 곳에서 한국 영화 한 편이 정식 상영되는 것을 한·중 정상회담 성과로 내세우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외국 영화나 드라마가 중국에서 상영되려면 중국 미디어 감독 기관인 국가광파전시총국(광전총국)의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심의 신청 후 허가를 받기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것이 보통이다. 11월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이 있기 한참 전부터 이미 중국에서 수입이 추진됐다는 얘기다.

우리 정부가 애초에 중국의 일방적 보복 조치인 수입 금지 조치를 해제해 달라고 중국 측에 요청하기보다는 중국에서 한국 문화 콘텐츠가 불법 복제·유통되는 상황을 시정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징어 게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한국 드라마를 비롯해, 영화, 예능 프로그램 등은 방영 즉시 중국에서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를 이용해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도 중국 내 한국 콘텐츠 불법 유통 실태를 파악하고 있으나, 지식재산권 침해를 멈추게 할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선 중국 네티즌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한국 콘텐츠를 불법 시청하는 행태에 반감이 적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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