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지분경쟁 끝나나 … 주가 6% 급락

서진우 기자(jwsuh@mk.co.kr), 강민우 기자(binu@mk.co.kr) 2022. 11. 2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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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한화 등 백기사 나서
최윤범 부회장 측 지분 27%
모기업 영풍 측은 31% 보유
시장선 지분경쟁 일단락 판단
고려아연 추가 유상증자 땐
경영권 분쟁 불씨 살아날수도

세계 최대 비철금속 제련업체 고려아연이 모기업 영풍그룹에서 계열분리하려는 시도가 일단락됐다는 시장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모두 팔아 다른 회사 지분을 얻되 이들을 백기사(우호지분)로 삼아 그룹 내 의결권을 높이는 방법으로 영풍과의 지분 경쟁이 종식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실제로 LG화학·한화 등과 지분 맞교환을 발표한 다음날인 24일 고려아연 주가는 전날보다 6.23% 하락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23일 LG화학·한화 등과 지분을 맞교환하면서 의결권 있는 우호지분을 확대했다. LG화학·한화뿐 아니라 글로벌 원자재 중개무역 업체 트라피규라, 모건스탠리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한국투자증권 등과도 지분을 맞바꿨다. 이를 통해 총 7868억원의 투자 실탄을 확보했다.

고 장병희, 최기호 창업주가 1949년 세운 고려아연은 영풍그룹 내 핵심 계열사다. 영풍도 석포제련소에서 아연을 생산하지만 고려아연은 온산제련소에서 아연과 함께 납을 제련한다.

비철금속 제련 부문에서는 고려아연이 세계 1위다. 고려아연 등 비철금속 계열사는 최윤범 부회장 등 최 부회장 일가가 3세 경영을 하고 있고, (주)영풍과 영풍전자(PCB기판), 영풍문고 등은 장형진 회장 등 장 회장 일가가 2세 경영으로 운영한다. 이번에 고려아연이 주식 맞교환을 진행하면서 고려아연 내 자사주 6.02%는 모두 사라졌지만 그만큼 맞교환 업체 지분이 들어왔다.

한화 1.2%, LG화학 1.97%, 트라피규라 1.55%, 모건스탠리 0.5%, 한국투자증권 0.8%다.

한화는 지난 8월 한화H2에너지USA가 고려아연 지분 5%에 대한 유상증자에 나섰고, 여기에 한화임팩트가 보유한 지분 1.88%를 더해 총 6.88%의 고려아연 지분을 갖고 있었다. 이번에 1.2%를 추가 취득하면서 고려아연 내 한화 측 지분율은 8.08%가 됐다. 지분교환 등을 진행했지만 고려아연 내 최윤범 부회장 측 지분은 27.7% 수준이다. 오히려 장형진 회장 측 지분이 영풍 26.11%, 회장 일가 5.26%, 코리아써키트·에이치씨 0.03% 등을 합쳐 총 31.4%로 높다.

영풍과 고려아연 측은 이번 고려아연의 자사주 맞교환이 지분 경쟁과는 별개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영풍 관계자는 "그룹 내에서는 계열분리 움직임 등이 전혀 없고 외부에 그런 모습으로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관계자 역시 "이번 지분 맞교환은 투자를 위한 성격이 강하다"며 계열분리에 대해 명확히 선을 그었다.

한 증권사 연구원도 "이번 지분교환을 계기로 지분 경쟁은 일단락된 분위기"라며 "고려아연의 최근 주가 급등은 두 일가가 경영권 확보를 위해 앞뒤 안 가리고 비싼 주가에도 지분을 매입해 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인데 펀더멘털 외적인 단기 주가 상승 요인이 소멸함에 따라 이날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지분 경쟁으로 비친 카드는 양측에서 모두 다 나왔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판단이 작용하며 투자자들도 이날 차익실현 물량을 대거 쏟아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일부에서는 추가적인 지분 매입 가능성이 낮을 뿐이지 지분 경쟁이 끝났다고 단정하기엔 이르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번 지분교환 의도가 명확히 우호지분 확보인 만큼 지분 경쟁이 일단락된 건 아닐 것으로 보인다"며 "보유현금 등 여력이 적어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이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진우 기자 / 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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