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자금시장 우려·긴축속도 완화” 의지에…국채 금리 15bp, 원·달러 환율 23.6원 ‘뚝’
“크레딧시장 전향적 대응, 경기우려” 신호
원·달러 환율은 23.6원 떨어진 1328.2원
국채 3년물은 16bp 내린 연 3.689% 마감
한국은행이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통해 기준금리를 연 3.25%로 0.25%p(포인트) 올리는 결정을 단행한 가운데, 당일 국채 금리가 15bp(1bp=0.01%포인트) 떨어지고 원·달러 환율도 24원 가까이 급락하는 장세를 보였다. 시장은 한은이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대표되는 단기자금시장의 충격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긴축 속도를 분명히 완화하겠다”는 신호를 내비친 것이라고 해석했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23.6원 급락한 1328.2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 시작부터 10원 넘게 떨어지면서 출발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날 새벽 공개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통해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 둔화 기대감이 형성됐고, 이에 따라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다.
이 의사록에는 “과반을 상당히 넘는 수의 참석자들은 (기준금리) 인상 속도의 둔화가 곧 적절해질 것으로 판단했다”, “(미 연준의 연속적인 기준금리 0.75%p 인상이) 금융 시스템의 불안정 내지는 궤도이탈 위험을 높였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경기 침체’란 단어도 거론됐다. 이에 다음달 13~14일(현지 시각) 열릴 FOMC에서 연준이 ‘빅스텝’(한번에 0.5%p 인상)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는 미 달러화의 약세 흐름으로 이어졌다. 달러인덱스는 간밤 뉴욕장에서 106.065로 마감한 후 아시아장에서 105선으로 미끄러졌다. 이에 최근 줄곧 내리막을 걷던 엔화 가치도 반등(엔·달러 환율 하락)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38엔대까지 내렸다.
뒤이어 열린 한은 금통위는 장중 원·달러 환율의 낙폭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한은은 이날 올해 마지막 금통위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기로 결정하고, 내년도 경제성장률 1.7% 등 다소 비관적인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산담보부 기업어음(PF-ABCP) 등의 금리가 큰폭으로 상승하고 거래도 위축되는 등 단기자금시장에서의 불필요하고 과도한 신뢰 상실이 생겼다”며 “정상화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문홍철 DB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자금시장 불안에 대한 지원을 한은이 좀더 전향적으로 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였다”며 “크레딧 시장의 불안이 결국은 긴축 속도를 조절하는 이번 통화정책 방향에 영향을 줬음이 나타났는데, 이는 결국 한은이 ‘긴축’과 ‘(어찌보면 긴축에 반대되는 방향인) 단기자금시장 대응’ 중 후자를 선택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시장은 ‘한은이 경기에 대해 더욱 우려한다, 긴축은 계속하나 그 속도는 분명히 완화할 거다’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메시지가 외국인 입장에서 원화에 대해 다시금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시점이 되지 않았느냐는 신호를 주었을 수 있으며, 이것이 원화 강세로 반응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한은의 메시지에 이날 국채시장도 ‘안도감’을 표출하며 화답했다. 전구간에서 금리가 하락 마감한 것이다. 이날 오후 4시 30분 기준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장보다 0.16%p 내린 연 3.689%,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152%p 내린 연 3.774%를 기록했다. 특히나 3년물 금리는 지난 9월 14일(연 3.585%) 이후 2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 밖에 2년물 금리는 0.156%p 내린 연 3.805%, 5년물은 0.146%p 하락한 연 3.718%를 기록했다. 20년물과 30년물은 각각 0.134%p, 0.139%p 내린 연 3.663%와 연 3.649%로 마감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종금리 수준 3.5%에 동의하는 금통위원이 대다수라는 점 등 비교적 상세한 부분의 설명을 덧붙이면서 불확실성이 지난번보다 해소됐다”며 “기준금리 인상이 (최종금리까지) 앞으로 한번 정도 남았다는 신호로 감지된 데다가, 총재가 앞으로의 통화정책을 구사할 때 국내 요인을 더욱 우선시하겠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면서 국채 금리는 더욱 내려온 모습”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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