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구조조정 기업 쏟아질 것 … 지금은 현금 비축할 때"

강두순 기자(dskang@mk.co.kr), 조윤희 기자(choyh@mk.co.kr) 2022. 11. 2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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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대제 스카이레이크 회장
경기침체로 돈줄 마른 기업들
알짜 사업부만 남기고 정리
'위기 뒤 기회' PEF엔 새 국면
아웃백서 원금 4배 수익 비롯
올해 국민연금 2000억 유치
1조원 블라인드펀드 모집도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이 골프 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시중에 매물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점을 보면 기업들의 구조조정은 이미 현재진행형인 것으로 보입니다. 경기 침체 가능성이 코앞까지 온 것인데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들에는 분명히 기회가 될 것입니다."

과거 글로벌 금융시장 위기를 수차례 경험한 국내 1세대 PEF 운용사 최고경영자(CEO)로서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이 바라보는 현재 국내외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다.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자금 집행을 중단하거나 보류하면서 지난 10여 년간 쉼 없이 성장해온 PEF 업계의 투자 활동도 당분간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위기 뒤에 기회가 찾아온다는 말처럼 내년 이후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 매물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면 새로운 투자 기회가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진 회장은 24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고금리·고환율 등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경영 활동도 향후 1년여 동안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며 "최근 수년간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빠르게 키워온 일부 중견기업은 구조조정 상황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투자회사인 솔루스첨단소재(옛 두산솔루스)의 경영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는 진 회장은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기업 경영 환경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절감하고 있다. 진 회장은 "당분간 기업들은 현금을 비축하며 기회를 엿보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며 "시설 등 신규 투자도 대부분 유보하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스카이레이크를 비롯한 국내 주요 PEF 운용사들은 대부분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나 벤처캐피털(VC)로 출발해 2000년대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해왔다. 2006년 설립된 스카이레이크 역시 비슷한 과정을 밟으며 누적 운용자산(AUM) 규모가 3조7000억원대인 국내 대표 PEF 운용사로 성장했다.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도 스카이레이크는 신규 12호 블라인드 펀드 자금 모집에 뛰어들어 이달까지 1조원 이상을 모집하는 저력을 보였다. 직전 11호 펀드 규모가 7300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3000억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진 회장은 "올 들어 기관들이 보수적으로 자금을 집행하고 있는데 국민연금공단에서 우수 운용사로 선정돼 2000억원을 출자받은 게 마중물이 됐다"고 말했다. 스카이레이크는 국민연금뿐 아니라 노란우산공제와 우정사업본부 등 국내 주요 기관투자가에서 위탁운용사로 선정돼 자금 모집이 순항 중이다.

아웃백스테이크는 스카이레이크의 대표적인 투자·회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스카이레이크는 2016년 아웃백스테이크를 580억원에 인수해 지난해 투자금의 4배가 넘는 2700억원에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진 회장은 "유통·외식업에 대한 투자 경험은 적었지만 과거 정보기술(IT) 제조 분야 투자 경험상 재고 관리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전산과 원재료 공급망 등을 개선하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진 회장은 요샛말로 취미생활이 일이 되는 '덕업일치'의 삶도 누리고 있다. 삼성전자 대표이사와 정보통신부 장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을 지낸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IT 분야 전문가인 그는 스타트업에서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등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현역 엔지니어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40년 구력의 골프 마니아인 진 회장이 올 초 선보인 골프앱 '버디캐디'는 지난 수년간 그의 '피·땀·눈물'이 빚어낸 결정체다. 2018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장인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의 올드코스에서 골프를 치다 그린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버디 기회를 놓친 게 앱 개발에 뛰어든 계기가 됐다.

지난 5월 그는 다시 세인트앤드루스를 찾아 직접 개발한 앱을 활용해 버디에 성공했다. 정확성은 골프장 캐디들도 인정할 정도다. 전국 300여 개 골프장의 코스 정보와 그린 공략법, 숏게임 궤적을 보여주는 버디캐디는 골퍼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며 이미 수만 명이 내려받았다. 이달에는 기능을 업그레이드해 3.0 버전을 출시했는데 오차범위를 20㎝까지 줄였다. 진 회장은 "엉뚱한 취미에 꽂혀 시간과 돈을 꽤 들였다"면서도 "골프 앱 개발 외에도 자율주행 특장차 관련 기술에 관심이 간다"며 의욕을 보였다.

[강두순 기자 /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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