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월부] 코인 손실에도 펀드자금 몰려 … 블랙록, 한달새 40% 급등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2022. 11. 2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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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펀드 운용 수익에
기관 장기자금 꾸준히 유입
자산 다각화로 실적영향 미미
순이익 시장전망 30% 웃돌아

◆ 월가월부 ◆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FTX 파산 사태로 나스닥에 상장된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글로벌(COIN)' 주가가 급락했다. 반면 최근 가상화폐 투자를 늘리고 협력 관계를 강화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K)' 주가는 코인발 리스크에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다각화된 사업 구조와 기관 자금 유입으로 이익 체력이 튼튼하다는 점이 주가 하방을 지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 따르면 코인베이스 글로벌 주가는 이달 들어 31.22% 하락한 45.57달러까지 추락했다. 이는 지난해 4월 코인베이스 글로벌이 나스닥에 상장된 후 기록한 최고점(429.54달러)에서 89.39% 폭락한 것이다. 최근 FTX 거래소가 파산하면서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기 때문이다.

보통 코인베이스 주가는 가상화폐 대장인 비트코인 시세와 흐름을 같이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지난해 6만달러를 넘겼던 비트코인은 1만5000달러 선까지 하락했다가 최근 1만6000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미즈호증권에 따르면 가상화폐 시장의 최근 일일 거래량은 올해 평균치 대비 30%가량 낮다. 거래량이 줄면 거래소 입장에서는 그만큼 수수료 수익이 감소하는 셈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FTX 사태 확산에 따라 코인베이스에 대한 투자 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코인 리스크에 가상화폐 관련주 주가가 급락한 가운데 블랙록도 FTX 사태에 휘말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FTX 상위 채권자 50명 중에는 블랙록 타이거글로벌 세쿼이아캐피털 등 기관투자자들도 포함됐다. FTX 상위 채권자 10명에 대한 부채는 14억5000만달러(약 1조9000억원)다. 특히 지난 8월 블랙록은 코인베이스와 가상화폐 관련 서비스를 기관투자자로 확대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돌발 악재가 발생했음에도 블랙록 주가는 상승세다. 이날 블랙록 주가는 지난 10월 중순에 찍은 단기 저점에서 46.35% 급등했다. 지난해 11월 기록한 역사적 고점 대비 주가가 24.34%밖에 떨어지지 않으면서 우수한 주가 방어력을 보여주고 있다. FTX발 리스크 외에 최근 기준금리 급등과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매크로(거시경제)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자산운용사의 실적 악화가 예견된 상황에서도 주가는 긍정적 흐름을 나타낸 것이다.

블랙록이 증시에서 이 같은 저력을 보여줄 수 있는 건 강력한 이익 체력 덕분이다. 상품 포트폴리오가 다양하고 상호 보완적이라 이러한 자산군을 찾는 고객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블랙록의 3분기 운용자산(AUM)은 펀드수익률 부진과 달러 강세에 따른 영향으로 전 분기 대비 6% 감소한 8조달러를 기록했다"면서도 "단기성 자금은 순유출됐지만 장기 자금 순유입이 받쳐준 점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기관투자자 자금이 대폭 유입되면서 블랙록 실적 방어에 도움을 주고 있다. 올해 3분기 기관투자자가 블랙록에 유입한 순자금액은 477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전년 동기 173억달러보다 175% 증가한 수치로 직전 분기(264억달러) 대비로도 80% 늘었다. 기관투자자들은 액티브 성향의 주식·채권상품에 712억달러를 베팅했다.

특히 채권 상장지수펀드(ETF)에만 369억달러가 들어왔다. 최근 주요국 증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갈 곳을 잃은 투자자금이 고금리에 따른 이자수익과 향후 금리 인하기 매매차익도 노려볼 수 있는 채권형 상품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블랙록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21% 줄어들었다. 주당순이익(EPS)도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지만 시장 컨센서스(추정치)를 31% 웃돌며 '선방'했다는 월가의 평가가 나왔다. 블랙록의 3분기 주당순이익은 9.25달러로 직전 분기 7.06달러보다 개선됐고 1분기 9.35달러와 유사한 수준이다.

최근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해 3분기(10.89달러)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지만 이번 분기에 순이익 반등을 이뤄낸 것이다. 영업이익률도 3분기 35.4%로 개선됐다.

다이렉트 인덱싱(Direct Indexing) 투자를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다이렉트 인덱싱은 투자자 개인의 선호·목적을 반영해 개인화된 투자지수를 구성하는 기술 서비스를 의미한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올리버와이먼에 따르면 미국 내 다이렉트 인덱싱 시장 규모는 2018년 185조원에서 2025년 215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랙록은 2020년 11월 '아페리오'를 인수하며 다이렉트 인덱싱 경쟁에 뛰어들었다. 블랙록은 개인투자자의 절세 전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다이렉트 인덱싱을 활용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대체투자 자산인 인프라스트럭처 투자도 강화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블랙록은 이달 중순 중동의 인프라 프로젝트를 탐색하기 위해 6200억달러 규모 사우디아라비아 부펀드(Wealth fund)와 계약을 체결했다.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 역시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요소다. 이번 분기 블랙록의 자기주식 매입액은 3억8000만달러로 순이익의 27%에 이른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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