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넘어 '입체화' 생각해야

2022. 11. 2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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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

최근 경부고속도로와 강변북로 지하화사업에 대한 추진 내용이 발표되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내년 초 협의체를 구성해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한다. 국토부와 서울시가 각자 추진해 오던 지하화계획을 통합적으로 추진하기로 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하화사업 완성도와 충분한 사업효과를 내기 위한 사전준비가 충분한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아직 국토부와 서울시가 준비한 최종 결과물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미리 준비해야 할 몇 가지 이슈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첫째, 고속도로 지하화사업은 단순한 도로 지하화사업이 아니다. 오히려 도로 지하화에 따른 지상부 도시공간 재구조화가 더욱 중요하다. 경부고속도로 서울시 구간(양재IC에서 한남IC까지 약 7㎞)의 경우 도로 지하화로 필요 없어진 IC 용지 약 3만5000평, 완충 녹지 약 7만평의 상부 공간이 생긴다. 상부 녹지공간 조성의 차원을 뛰어넘는 획기적인 콤팩트시티 구상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경부고속도로 40m의 지하화 상부를 공원으로 조성하고 양측으로 30m의 완충녹지를 주택지로 활용한다면 10만호 이상의 공공주택 공급이 가능하다. 지하철 등 기반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도심부에 미래 세대를 위한 융·복합 스마트시티를 제안할 수 있다.

둘째, 장래 주변 지역의 파급효과를 사전에 준비해 사업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 경의선숲길조성사업은 철도 지하화에 따른 상부공원 조성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하지만 경의선숲길 주변 지역에 대한 사전개발계획의 도시설계가 부족해 사업효과가 반감되는 아쉬움이 있다. 미국 보스턴시 도심부 도로 지하화사업(빅디그 프로젝트)의 경우, 도로 지하화사업에 따른 주변 수변지역 활성화계획을 미리 준비해 체계적인 수변지역 재편을 성공적으로 실현했다.

셋째, '지하화'에서 '입체화'로의 시점 전환이 필요하다. 고속도로 등 도로공간은 도시계획시설 용지이다. 최근 선진 도시개발 사례에서는 도로, 철도, 공원 등 도시계획시설의 입체 복합화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진 뉴욕 맨해튼의 허드슨 야드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입체도시계획제도, 개발권 이양제도(TDR) 등 도시공간을 입체적, 융·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법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넷째, 재원 마련의 발상전환이다. 현재는 국비와 일부 건설사의 민자사업에 의존하는 재원구조이다. 결국 종전의 도로, 터널 건설 방식에 머무르고 있다. 최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민간재원 활용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고속도로 지하화에 따른 주변부 개발이익을 지하화사업과 연계한다면 국비나 시비 재원 부담 없이도 사업 추진이 가능할 것이다. 서울 삼성동 영동대로 지하화사업의 경우, 한국전력 용지(GBC 용지)의 종상향을 통해 약 1조7000억원의 개발이익금을 도로 지하화사업의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사업의 추진을 위해서는 미리 논의되고 준비해야 할 많은 과제들이 있다. 자칫 성급하게 성과주의로 사업을 추진하기 보다는 법제도 마련, 충분한 파급효과 대비, 체계적인 재원 확충 등을 통해 사업의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미래 세대를 위한 국가적 프로젝트가 되길 기대해본다.

[이정형 중앙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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