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백두혈통' 김정은 부녀

박정철 기자(parkjc@mk.co.kr) 2022. 11. 2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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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동정담 ◆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자신을 빼닮은 3남 김정은이 여덟 살이던 1992년부터 "내 후계자는 정은이다"고 점찍었다고 한다. 이후 김정일은 건강이 악화하자, 2009년 9월 김정은을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라는 제2인자 직책에 임명해 후계 체계를 공식화했다. 그즈음에 '만경대 혈통과 백두혈통을 이은 청년대장 김정은'이라는 문구가 담긴 사진이 국내에도 공개되면서 김정은의 존재가 주목을 받았고, 그는 2012년 최고지도자에 올랐다. 백두혈통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3대 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해 북한이 내세운 용어다. 김정은이 백두산에서 항일운동을 했다는 조부 김일성을 흉내 내는 데 집착한 것도 어린 나이에 권력을 쥐어 생길 수 있는 주변의 위협을 차단하고 백두혈통으로서 유일한 후계자임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다.

지난 19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시험발사하는 현장에 4세대 백두혈통이 등장해 관심을 끌었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에는 흰색 패딩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붉은색 구두를 신은 여자아이가 김정은의 손을 잡고 미사일 발사를 지켜보는 모습이 담겼다. 조선중앙통신은 "사랑하는 자제분과 함께 몸소 나오셨다"고 했는데, 국가정보원은 김정은과 부인 리설주를 닮은 여아의 키와 체격 등을 감안해 둘째 딸 김주애로 판단했다.

김정은이 핵 무력 도발을 자랑하는 장소에 딸을 데리고 나온 것은 백두혈통의 정통성을 과시하고 미래 세대의 안보를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일각에선 "4대 세습을 예고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지만 과거 후계자 공개 시점 등에 비춰 성급한 추측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이유가 어떻든, 김정은이 가치관과 판단력이 아직 덜 여문 어린 딸에게 인류를 위협할 살상무기를 보여준 것은 그 자체만으로 섬뜩한 일이다. 장 자크 루소는 "미래를 구실로 아이에게 쇠사슬을 채우지 말라"고 했는데, 호전적인 김정은 귀에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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