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화이트칼라 실직 위기와 실력 우대 사회

장용승 기자(sc20max@mk.co.kr) 2022. 11. 2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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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빅테크 역대급 감원 발표
비대면 특수 끝나 구조조정
'인력 거품' 빼기 나선 韓기업
학력 무관하게 능력자 찾아
'코딩만 잘하면 채용' 회사도

◆ 장용승 ◆

아마존, 메타, 트위터 등 미국 대표 빅테크 기업들의 직원 대량 해고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특수,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잔치가 끝나면서 실적이 악화되고 있어, 빅테크 기업들이 역대급 정리해고에 나선 것이다. 채용 컨설팅업체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기술회사들이 이달 들어 3만12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올해 1~10월까지 기술회사들이 발표한 감원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준이라고 CNN은 보도했다.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노동시장이 유연한 미국에서 기업들이 직원을 내보내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과거와 다른 측면이 있다. 바로 대량 해고가 '화이트칼라(White Collar)' 직업군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과거 같으면 경기 침체 때 '블루칼라(Blue Collar)'부터 타격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오히려 이 시장은 상대적으로 구인난에 빠져 있다. 이는 2020년 불어닥친 코로나19로 각종 현장이 셧다운되면서 '블루칼라'들이 일자리를 대거 잃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국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주요 외신들은 '화이트칼라 직군에 감원 칼바람'이라는 제목으로 연일 이어지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의 구조조정 소식을 보도하고 있다. 밀컨연구소의 윌리엄 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로 인해 자동화에 속도가 붙었다"며 "기업들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최신 기술을 도입하면서 숙련도가 낮은 화이트칼라 직군들을 실업자로 내몰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규모 감원까지는 아니지만 한국도 사정이 좋지 않다. 지난해만 해도 대규모 채용 경쟁을 벌였던 기술기업들과 스타트업들은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에 돌입하면서 이 시장에서 구직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한국 대표 기술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6%, 11% 감소했고,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이들 기업은 채용 속도 조절 등 '인력 거품'을 빼는 추세다. '네카오'와 함께 '평균 연봉 1억원'의 대명사였던 게임업계에서도 역시 지난해 흔히 통용되던 '대규모 채용' '인센티브' 등의 화려한 수식어는 사라졌다.

주목되는 것은 이 같은 위축된 채용시장에서 '뉴칼라(New Collar)'가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뉴칼라'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학 등 학력과 상관없이 기술 분야에서 실무 능력을 갖춘 직업군을 의미한다. 2016년 당시 IBM 최고경영자였던 지니 로메티가 제시한 개념으로 사이버 보안 분석가, 클라우드 컴퓨팅 전문가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한국에서 오직 실력만으로 인재를 채용하겠다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LG CNS는 학력 등 소위 '스펙'은 전혀 보지 않고 코딩 실력만으로 신입사원을 뽑고 있다. 프로그래밍 경진대회를 실시하고, 성적 우수자들에게는 서류, 필기, 1차 면접 없이 최종 면접으로 직행하는 기회를 준다. 회사 측은 "나이, 직급과 무관하게 실력이 뛰어나면 우대하는 조직문화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이달 7~8일 열린 전 세계 화이트해커 대표 축제인 '코드게이트 2022'에서는 일반부 우승자의 특이한 이력이 눈길을 끌었다. 일반부, 대학생부, 주니어부 등 3개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된 대회에서 일반부 1위는 'The Duck' 팀이 차지했는데 이 팀을 이끄는 임준오 씨는 2017년 고등학생 신분으로 주니어부에 참가한 이력의 소유자였다. 임씨는 현재 보안 컨설팅회사 '티오리'에서 근무하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경기 악화 여파로 현재 '혹독한 겨울'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구조조정은 달갑지 않지만 이 시기를 거치면서 스펙보다는 실력이 우대되는 사회가 정착되기를 기대해본다.

[장용승 디지털테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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