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은 尹대통령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박성의 기자 2022. 11. 2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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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파동’에 주저앉았던 MB지지율, ‘베이징 올림픽’ 후 반등
이태원 참사-MBC 갈등 탓 “정부, 월드컵 특수 못 누릴 것” 전망도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24일 엄숙한 국회에 익숙한 응원구호가 울려 퍼졌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비대위원들이 '붉은 악마'를 상징하는 빨간 상의를 맞춰 입고 '깜짝 응원 퍼포먼스'를 펼친 것이다. 정 위원장은 "축구 국가대표팀 태극전사의 승리를 응원하기 위해 퍼포먼스를 준비했다"며 '대한민국 파이팅'을 외쳤다. 비대위원들은 '어게인(again) 2002' '1%의 가능성, 100%의 대한민국' '국민의 힘으로 하나된 국민의힘' 등 피켓을 들어보였다.

이날 오후 10시, '2022 카타르 월드컵'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첫 경기를 앞두고 여당이 나서서 응원 분위기를 고취시키는 모습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정부여당이 '월드컵 특수'를 기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 행사를 계기로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첫 경기가 예정된 24일 오전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가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응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림픽에 웃은 MB, 한숨 쉰 박근혜

정치권에서 '국제 스포츠 행사'는 정부의 호재로 평가된다. 국가 대항전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면 애국심은 고취되고, 정쟁과 갈등은 사그라진다는 분석에서다. 실제 여야 모두 국가대표 대항전이 벌어지는 당일에는 거친 발언이나 비판은 삼가는 모습을 보인다.

스포츠 행사의 수혜를 톡톡히 누린 건 이명박(MB) 정부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촛불시위가 3개월 가까이 이어지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위기에 봉착했다. 그때 '구세주'로 등장한 게 그해 8월에 펼쳐진 '베이징 올림픽'이었다. 야구·수영·역도 등에서 금메달이 쏟아지면서 여론이 올림픽에 집중됐다. 동시에 정치권에 대한 분노로 가득찼던 거리와 광장이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축제의 장으로 변모했다.

여론의 변화는 '숫자'가 증명했다. 올림픽 직전 조사된 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16.5%에 머물렀다.(2008년 8월1일 발표된 리얼미터 주간 정례조사 결과, 7월29~30일 조사, 전국 19세 이상 남녀 700명을 대상 전화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3.7%p)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올림픽 폐막 직전인 8월21일 35.2%까지 치솟았다.(2008년 8월21일 발표된 CBS 의뢰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8월19~20일 조사, 전국 19세 이상 남녀 700명 대상 전화로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7%p)

다만 예외도 있다. 국가대표팀의 성적이 기대이하면 대통령 지지율에 '불통'이 튀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16년 '리우 하계올림픽'과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다. '리우 올림픽'은 축구·핸드볼·배구 등 구기종목이 1972년 뮌헨 올림픽 후 44년 만에 노메달에 그쳤다. '브라질 월드컵'은 1무 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대표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득세했다. 공교롭게도 두 국제 행사 모두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 열렸다. 여론조사 기관별로 차이는 있지만, 폐막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개막 전 대비 0.9~5.3% 사이로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적 개기일식'이 尹정부 호재 가린다? 

과연 윤 대통령은 '월드컵의 수혜'를 누릴 수 있을까. 분명 축구 국가대표팀이 선전한다면, 정부뿐 아니라 '이태원 참사'로 침체에 빠진 전 국민의 분위기가 고취될 수 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축구대표팀 성적이 윤 대통령 지지율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 침체가 경제, 정치, 외교, 언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파생됐다는 시각에서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배종찬 인사트케이 소장은 22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윤석열 정부의 호재는 일종의 '정치적 개기일식'(달이 태양을 가리는 현상)에 가려져 있다"며 "첫 번째로는 김건희 여사 논란, 두 번째로는 이태원 참사와 이상민 장관의 거취,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MBC 취재진 배제와 그 이후에 이어진 충돌"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열렸을 때는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을 따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 지지율이 올라갔다"며 "그런데 지금은 이게(정치적 개기일식) 이어지면 손흥민 선수가 한 골을 넣고, 이강인 선수가 한 골을 넣더라도 (윤 대통령) 지지율이 안 올라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데이터 전문가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은 월드컵 이후에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 반등 계기가 더 줄어들 것이라 전망했다. 이 소장은 "외교 랠리가 이어지고, 월드컵으로 이어지는 이런 (지지율) 반등의 모멘텀은 내년 상반기까지 잡기 힘들다"며 "정말 쉽게 올 수 없는 그런 주간을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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