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자페스티벌’ 아시나요?…야생화로 꽃피운 지역 선순환 경제

한겨레 2022. 11. 2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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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봄·가을 봉화서 열리는 자생식물 축제
야생식물 재배로 지역순환경제 토대 마련
지난 7월 경북 봉화군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열린 ‘봉화자생식물페스티벌’에 참석한 관람객들이 전시실을 둘러보고 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는 매년 두 차례 지역주민이 생산한 고산지역 자생식물을 활용해 ‘봉화자생식물페스티벌’을 개최한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제공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에서 야생화를 재배하는 주식회사 보물창고 강해정 대표는 봉화지역 자생 식물 축제인 ‘봉화자생식물페스티벌’(이하 봉자페스티벌)을 찾을 때면 연분홍 꽃잎에 아홉 마디 이파리가 뚜렷한 구절초 밭부터 찾는다. “벌써 4년째 발걸음인데, 제가 키운 야생화를 보기 위해 이렇게 많은 관람객이 찾는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아요. 쉽지 않겠지만, 전문 화훼농가 부럽지 않은 품질의 야생화를 재배해서 보다 많은 분이 페스티벌을 찾았으면 합니다.”

지난 2019년부터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경상북도, 봉화군이 함께 시행 중인 ‘지역 상생 협력사업’이 쇠퇴해가는 지역의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여름과 가을 두 차례 봉화군 30여 임·농가가 위탁 재배한 양질의 야생식물을 활용해 ‘봉자페스티벌’을 개최한다. 고산지역 산림생물자원 보존 및 확산이라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설립 목적에 더해 야생식물을 재배하는 임·농가 소득 증대에다 외부 관람객 증가를 통한 봉화군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기대할 수 있도록 계획됐다. 코로나 이후 쇠퇴일로에 있는 지역의 수많은 지원사업에 견줘,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사업이 꾸준히 명망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지역순환경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순환경제는 지역 소득이 ‘생산’, ‘분배’, ‘지출’ 과정을 거치며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지역 내에서 선순환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지역주민을 고용한 기업과 조직이 지역 내 생산을 담당하고, 그 과실이 주민들에게 고루 분배되고, 이들이 지역 내 소비를 활성화하는 지역경제 승수효과가 확대·강화되는 방식이다. 자본과 경영 역량이 앞선 외부업체를 통해 지역 소득을 외부로 유출하기보다는 역내 자본을 활용하고, 지역주민을 고용한 지역업체의 성장을 지원함으로써 역내 연관산업을 확대·강화하는 선순환 경제를 지향한다.

생산과 분배과정에서 주민 몫 극대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지역 상생 협력사업은 생산의 주체를 봉화군에 거주하는 ‘지역주민’ 또는 지역주민 고용에 특화된 ‘사회적경제기업’으로 엄격히 제한한다. 농가 간 고른 참여와 분배를 위해 사업 규모도 제한했다. 전체 사업 규모는 연간 4억원에 달하지만, 농가 당 계약 규모는 크지 않다. 사회적경제기업을 제외하고, 29개 농가에 많게는 1500만원, 적게는 1000만원씩 할당된다. 소규모 자영농의 3~4개월치 일감에 해당한다. 부족한 일손은 사업에 참여하지 못한 인근 임·농가의 단기 일자리로 메운다.

재배과정에서 지출되는 사업비도 되도록 지역 내 업체와 공유자산을 활용하도록 했다. 야생식물에 필요한 종자는 되도록 지역 종묘상을 이용하되, 지역에서 구매가 어려운 종자나 재배시설, 화분 등은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무상으로 제공한다. 야생식물 재배 공간은 기존에 농가가 보유한 비닐하우스와 온실을 활용한다. 양질의 야생식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재배조건을 확보한 겸업농 참여가 원칙이다. 지역 상생 협력사업만을 위한 무리한 자본 투자는 지양하도록 안내한다. 덕분에 올해 지역 상생 협력사업에 참여한 농가들의 경우, 투자와 비용을 제외하고 매출액 대비 약 50%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3~4개월여 동안 지역 내 단기 일자리 300개가 만들어졌다. 단기 일자리 대부분 지역 내 고령자 일자리임을 고려했을 때, 2022년 10월 기준 춘양면에 거주하는 65살 이상 인구(1460명) 5명 중 1명이 지역 상생 협력 사업에 참여한 격이다. 이 사업의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이재선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실장은 “불필요한 자원 사용을 줄여 농가 이익도 높이고, 생산과 납품 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 참여 임·농가의 호응이 높다”라고 평가했다.

시장 경쟁력 확보는 풀어야 할 과제

과제도 있다. 지역순환경제의 지속성을 강화하기 위한 ‘에너지원’이 충분치 않다. 지역 밖에서 소득을 창출하고, 유입시킴으로써 지역순환경제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지자체 예산은 어디까지나 마중물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결국 지역순환경제가 지속가능하려면 시장 경쟁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최근 지역 임·농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가진 다양한 재배기술을 지역 농가에 전수하고, 재배 기간 참여 농가가 겪는 어려움을 지원하기 위한 상시 교육도 시행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가 지원하는 협업 사업을 활용해 민간 화훼시장에 진출하는 등의 판로 지원사업에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 소액이긴 하지만 민간시장에서 매출을 일으키는 임·농가도 생겨났다. 이 실장은 “지역 상생 협력사업을 계기로 지역 자생 식물에 대한 지역 임·농가의 관심이 높아졌으면 한다”라며, “앞으로도 역량을 갖춘 지역 임·농가를 육성하고, 이들이 지역경제 선순환에 기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사업을 이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서재교 우리사회적경제연구소장 tjwory05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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