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속 한국 모습, 흘러내리는 물감으로
리안갤러리서울서 첫 개인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자란 재미동포 2세 작가 마가렛 리(42)는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개인전 준비가 힘들었다. 부모의 나라 한국에서 살아본 적이 없으니 한국은 상상 속에만 있던 곳이고, 한국의 현재에 대한 어떤 개념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 답답함 때문에 캔버스 맨 아랫부분을 물감이 흘러내리는 '상상의 공간'으로 남겨둬야 했다.
서울 창성동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열리는 개인전 부제인 'it pushes back(그것이 나를 밀치고 있다)'은 전시를 준비하며 작가가 느낀 감정을 여실히 반영한 것이다. 뉴욕타임스 같은 신문지와 노끈, 못 같은 일상물로 입체 등 전방위로 작업해 온 작가가 캔버스 위에 유채물감으로 새롭게 작업한 추상회화 IPB 연작을 포함해 총 15점을 선보였다. 대체로 작품 아래에 여백을 둬 작가의 마음을 담았다. 대형 캔버스 작업들은 시원시원한 흑과 백의 붓질과 분홍 빛깔이 뒤섞인 신작이다.
마가렛 리는 추상회화에서 관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외부 세상의 정보를 흡수하고 과거 기억과 현재 감정 등 개인적인 생각을 추상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자동차나 전철을 타고 가면서 창밖으로 바라보는 뉴욕 일상이 작품의 기반이 된다. 공간 안에서의 제스처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정사각형 캔버스나 반쪽 캔버스 등을 시도해 보기도 했다. 그 결과물인 작품들을 통해 역으로 본인의 마음 상태를 발견하기도 한다. "작업할 때 항상 사각형에서 시작을 많이 한다. 누군가에게는 건물의 창문 같아 보일 수도 있는데, 항상 창문 밖의 관점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창문 밖의 풍경이 어땠는지 생각하다 보면 그 잔상이 그림에 흔적으로 남는다."
뉴욕 바너드칼리지에서 미국사를 전공하고 작가가 된 그는 잭슨 폴록의 추상표현주의 영향으로 조각과 사진 등 현대미술 전방위 작업에 뛰어들었다. 전시는 12월 30일까지.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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