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LGD 사장 유임 전 직원들 만나 “인위적 구조조정 없다… 잘 이겨낼 것”
정 사장, 2020년 구원투수로 등판
코로나 특수 힘입어 1분기까지 흑자
수요 절벽으로 최근 2개 분기 누적 1조 적자
신규 사업·역량 강화 조직으로 인력 재배치
“제가 세심하게 살피겠다. 걱정하지 말라.”
적자 수렁에 빠진 LG디스플레이가 24일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하며 정호영 사장을 3년 연속 유임한 가운데 실적 개선 과제를 안게 된 정 사장은 이달 임직원이 모여 소통하는 타운홀 미팅에서 발표 중 이렇게 말했다. 경쟁력이 악화한 사업부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직원들의 인력 이동이 불가피해진 상황을 설명하던 중 정 사장은 감정이 북받친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사업 환경이 부진한 상황에서 LG디스플레이를 지속해 이끌게 된 정 사장은 2008년부터 LG디스플레이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사업전략과 살림살이를 책임지다 2020년 3월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LG디스플레이는 정 사장을 필두로 재무 체력을 회복하기 위한 사업 개편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정 사장은 인력 재배치가 될 직원을 향해 “그동안 자신이 잘해왔던 일에 대한 인정이나 보상 측면을 생각하면 우려, 실망, 일종의 상실감이 있을 수 있다”며 “낯선 환경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생기는 여러 두려움이나 불편함과 자신이 잘하는 직무가 아닌 새로운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측면에서의 두려움도 꽤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세심하게 살피겠다. 걱정하지 말라. 제가 잘 이겨낼 테니까 여러분들도 (잘 이겨내달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정 사장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이나 희망퇴직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며 “신규 사업 또는 역량 강화가 필요한 조직으로 구성원들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영진도 투명하고 솔직하게 소통하겠다”고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적자 1조2093억원을 기록했다. 중국발(發) 저가 액정표시장치(LCD)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과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수요 급감 등으로 적자 늪에 빠진 것이다. 회사는 재무 체력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산정, 고강도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가격 경쟁력이 낮은 LCD 사업 철수를 가속화하고 주력인 TV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감산하기로 했다. 올해 투자 규모도 기존 계획 대비 1조원 이상 줄인 뒤 내년에도 이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사업 구조 개편에 따라 인력 조정도 잇따르고 있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부 직원들을 신규 사업 또는 역량 강화가 필요한 조직으로 재배치하고, 이와 별개로 임직원 200여명을 LG 계열사에 전환 배치할 예정이다. 회사는 전날 전환 배치 대상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LG전자와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생활건강, LG CNS 등 다른 계열사 특정 직군 300여개 가운데 하나를 택해 전환 배치를 신청하도록 했다. 전환 배치 희망자들은 각 계열사 직군에 맞는 경력 기술서를 내고 인터뷰를 하게 된다.
LG디스플레이 직원들에게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정 사장은 위기 탈출 능력을 보여줘야 할 부담을 안고 있다. 구체적으로 재무 건전성이 악화한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고 수급형 사업의 변동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립하는 게 큰 과제이다.
정 사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해 LG전자 영국 법인장을 거친 뒤 LG전자·LG디스플레이·LG생활건강 등 3개 주요 계열사에서 CFO를 맡았다. LG디스플레이에서는 2008년부터 재직하는 동안 사업 전략과 재무 부문을 맡아 이 부분에 대한 이해도가 깊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그러던 중 2020년 적자 위기에 빠진 회사를 구해야 하는 구원투수로 대표이사 자리에 등판했다. 2019년 1분기부터 6개 분기 연속 적자 행렬을 이어오던 회사는 2020년 3분기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해 코로나19 특수 흐름을 타고 올해 1분기까지 흑자를 기록했다.
한편 LG디스플레이는 이날 전무 3명, 상무 신규 선임 11명 등 총 14명에 대한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 29명이 승진한 것과 비교해 크게 감소한 규모다. LG디스플레이는 “이번 임원 인사는 미래 준비와 사업의 근본 경쟁력 강화 관점에서 기여가 크고 성과 창출 역량이 탁월한 인재를 중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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