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뒤흔드는 ‘반자동 오프사이드 시스템’… 선수 손끝·발끝 위치 데이터 초당 50회 분석한다

최정석 기자 2022. 11. 2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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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월드컵에 반자동 오프사이드 시스템(SAOT) 첫 도입
선수·공 위치 데이터 파악해 AI가 자동 판독
오프사이드 장면 3D 구현해 실시간 중계
23일(현지시간) 오후 알라이얀의 할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E조 일본과 독일의 경기 후반전에서 일본 도안이 동점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뉴스1

23일(한국시각) 카타르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독일과 일본의 월드컵 조별예선 경기가 전반 49분 잠시 중단됐다. 독일 미드필더 카이 하베르츠의 슈팅이 일본 골망을 흔들며 점수가 2대 0으로 벌어진 상태였다. 주심은 한동안 가만히 선 채 무선 헤드셋으로 부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호루라기를 불고 골 취소를 선언했다. 오프사이드였다.

점수가 다시 1대 0이 된 상태에서 독일은 일본에게 후반전에만 두 골을 허용하며 패했다. 전반전에 넣은 골이 취소되지 않았다면 경기를 동점으로 끝내며 승점 1점을 챙길 수 있었다. 주심의 골 취소 판정에 경기 결과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그러나 판정에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번 월드컵에 도입된 ‘반자동 오프사이드 시스템(SAOT)’ 덕분이다.

SAOT는 인공지능(AI)이 경기장에서 뛰는 22명의 선수들과 공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다가 오프사이드 반칙이 나오면 곧바로 이를 심판 측에 전달하는 프로그램이다. ‘반자동’이라 불리는 건 오프사이드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건 AI가 아닌 주심이기 때문이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마저도 SAOT의 정확한 오프사이드 판독에 고개를 떨궈야 했다. 지난 22일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조별예선 경기에서 아르헨티나는 4골, 사우디아라비아는 2골을 넣었다. 그러나 SAOT가 오프사이드를 모조리 잡아내면서 아르헨티나가 넣은 3골이 취소됐다. 결국 아르헨티나는 패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에 적용된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SAOT) 시연 영상. 선수 몸에서 29개 지점의 위치 데이터를 초당 50회씩 파악한다. /유튜브 캡처

SAOT는 경기장 지붕 아래 설치된 12개의 추적 카메라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이 카메라들이 선수들의 주요 관절, 손끝, 발끝 등 오프사이드 판정에 필요한 29개 신체부위의 위치 데이터를 초당 50회씩 분석한다. 또 카타르 월드컵 공인구 ‘알 리흘라’ 내부에 장착된 ‘관성측정센서(IMU)’가 초당 500회씩 공의 움직임과 위치를 파악한다.

선수뿐만 아니라 공 위치까지 파악하는 건 오프사이드라는 반칙의 특성 때문이다. 오프사이드는 선수 A가 상대팀 진영에 있는 동료 선수 B에게 패스를 했을 때, 상대팀 골기퍼와 가장 가까이 있는 최종 수비수 C보다 B의 몸이 더 앞으로 나가있는 상태에서 공을 받으면 선언되는 반칙이다. 때문에 B와 C의 위치는 물론, A가 패스한 공이 A의 발에서 떨어지는 순간까지 포착해야 오프사이드를 정확하게 판독할 수 있다.

12개의 추적카메라가 데이터를 수집하면 이를 AI가 종합해 오프사이드 여부를 자동으로 판독한 뒤 그 결과를 VAR 판독실에 있는 부심에게 보낸다. 부심은 AI 판독 결과를 경기장에 있는 주심에게 전달하고 주심이 최종적으로 오프사이드 판정을 내린다. SAOT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스포츠연구소와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가 3년간 개발해 만든 기술이다.

기존에 오프사이드 여부를 비디오로 판독하는 방식은 사실상 수작업이었다. VAR 판독실에서 부심이 화질이 떨어지는 중계화면을 한 프레임씩 오랜 시간 돌려보며 직접 공격자와 수비자 몸에 X·Y·Z축으로 이뤄진 선을 그었다. 때문에 이를 정확한 판정이라 할 수 있냐는 논란이 항상 있었다. 공이 패스한 선수 발을 떠나는 순간은 세밀하게 확인하지 않는다는 불만도 컸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적용되는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SAOT)이 만들어낸 3D 영상. 오프사이드 여부를 현장 관중과 시청자들이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유튜브 캡처

이에 SAOT는 오프사이드 판독은 물론 선수들 위치 데이터를 기반으로 3차원(3D) 화면을 만드는 기술도 탑재했다. 공격수 몸이 상대편 최종 수비수보다 얼마나 앞으로 나가있는지를 직관적인 그래픽으로 만들어 중계 화면에 송출해 현장 관중들과 시청자들에게 보여준다. 판정 논란이 있을 수 없는 시스템인 것이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안에는 선수들이 쾌적한 상태에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강력한 냉방 기술도 적용됐다.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중동에서 경기가 펼쳐지는데 선수들이 높은 기온으로 컨디션 난조에 시달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함이다.

카타르 월드컵이 펼쳐지는 8개 경기장 모두 내부 온도를 20도 초반으로 유지할 수 있는 에어컨이 설치돼있다. 좌석 아래와 잔디 그라운드 주변에 뚫린 구멍을 통해 강력한 풍압으로 찬 공기를 계속해서 공급한다. 이를 위해 실외기로 가득 채운 4층짜리 건물이 경기장마다 달려있다. 또 경기장에서 1㎞ 떨어진 곳에 있는 물탱크가 냉수를 계속 공급해 뜨거운 외부 온도로 달궈진 건물을 식혀준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이 펼쳐지는 알자누브 스타디움 좌석 밑에 설치된 에어컨이 정상 작동하는지 여부를 관계자가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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