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걸린 시멘트-레미콘-건설현장… “오늘은 버티지만 당장 내일이 걱정”

오은선 기자 2022. 11. 24. 16:1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운송거부가 본격화되면서 시멘트와 레미콘 업계, 그리고 건설현장까지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시멘트 출하가 중단되는 것뿐 아니라 창호나 문틀 같은 각종 자재들 역시 현장에 공급되지 못할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건설현장에서는 12월 초까지가 작업이 몰리는 극성수기라 지난 6월 파업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주 당장 멈추는 사업장도 나올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24일 시멘트와 레미콘 업계에 따르면 출하를 하루 못할 경우 시멘트 업계는 150억원, 레미콘 업계는 500억원 정도의 손해가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건설현장 공사가 중단되기라도 하면 그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24일 울산 남구 울산신항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 울산본부 총파업 출정식이 열린 가운데 입장하는 깃발 뒤로 화물차가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시멘트를 옮기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량은 총 약 3000대로, 이 중 1000여 대만 화물연대에 가입해 있다. 여기에 화물연대 미가입 차주들이 파업에 동조하거나 화물연대의 위협을 우려해 운송을 포기할 경우 상당수 차량이 추가로 운행을 중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부터 모든 사업장의 시멘트 출하는 전부 중단됐다. 시멘트 업계 한 관계자는 “오전엔 물류기지 출입을 봉쇄하는 정도의 사태는 없었지만, 피해상황은 오후 늦게나 돼야 파악이 될 것 같다”면서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 돼야 건설현장 노동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의 일자리가 위협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멘트 업계는 파업이 예고된 지난주부터 레미콘 공장에 미리 시멘트를 옮겨두는 등 대비를 해왔다. 그러나 앞으로 출하가 안 될 경우 재고만 계속 쌓일 가능성이 크다. 레미콘 업계는 걱정이 더 크다. 미리 시멘트 재고를 받아뒀다고 하더라도 양이 제한적인데다 상당수는 필요한 시멘트를 하루나 이틀 전에 받아서 쓰고 있어서다.

특히 11월부터 12월 초까지가 수요가 가장 많은 극성수기라 당일 출하량이 다음 날 바로 소진되는 등 재고가 평소보다 더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12월이 중순 이후 영하의 날씨가 되면 시멘트가 잘 섞이지 않거나 얼 수 있어 공사 현장에서는 12월 초까지 작업에 속도를 내는 경우가 많다. 열을 가해 굳힐 수도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문제가 있어서다.

레미콘 업계 한 관계자는 “오늘은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이르면 내일부터, 늦어도 다음 주부터는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현장이 생길 수 있다”면서 “시멘트는 미리 많이 가져다 놓으면 굳어버리기 때문에 겨우 하루니 이틀 분밖에 받아놓지 않는데, 성수기를 그냥 날리게 생겨 업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처럼 원자재 수급이 안 될 경우 공사 현장이 멈추는 일은 불 보듯 뻔하다. 당장 시멘트가 필요한 골조 작업 현장에서는 현장이 멈출 가능성도 있다. 골조 작업에는 많은 인부가 필요한데, 원자재가 없으면 인부들의 일감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 준공일을 맞추기도 어려워진다.

재건축 공사가 재개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공사현장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뉴스1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하루이틀까지는 괜찮을 수 있지만, 선발주 해놓은 자재들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바로바로 타설이 안 되면 후속 공정도 밀리기 때문에 얼마나 버티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그는 “꼭 골조 현장뿐 아니라 마감 공정도 창호나 문틀, 문짝 등이 안 들어오면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공정 전반에 다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코레일의 오봉역 사고 여파로 수도권 주요 유통기지인 의왕 기지에서 시멘트 출하가 중단된 상태인데, 여기에 이번 파업 상황까지 생겨 업계 입장에서는 ‘업친 데 덮친 격’이라는 설명이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지난 6월에도 파업이 있었지만, 지금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면서 “최근 벌어진 오봉역 사고 이후 수도권에 있는 시멘트 공급이 삐걱대기 시작한 상황이다 보니 파업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현저히 적었다”면서 “피해가 더 빨리 부각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