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만원관중의 함성, 절대 잊지 못할 것" 이형종의 '진심' [SS 인터뷰]

김동영 2022. 11. 2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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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종이 24일 키움과 퓨처스 FA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제공 | 키움 히어로즈
[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광토마’ 이형종(33)이 그대로 서울에 남았다. 대신 팀은 다르다. 키움과 퓨처스 FA 계약을 맺으며 자주색 영웅군단의 일원이 됐다.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했다. 만족스럽다. 그러나 LG를 떠나는 마음은 편하지 못하다. 어쨌든 결정이 났고, 키움에서 이름을 드높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키움은 24일 “퓨처스 FA 외야수 이형종과 계약기간 4년, 총액 20억원에 계약했다. 2023시즌에는 연봉 1억2000만원을 지급하고, 2024시즌에는 연봉 6억8000만원, 2025시즌과 2026시즌에는 각 6억원씩 지급한다. 총액 20억원을 보장하는 다년 계약이다”고 밝혔다.

퓨처스 FA 시행 마지막해다. 앞서 한석현이 LG를 떠나 NC로 갔고, 이형종도 새 팀을 찾았다. 여기에 이형종은 퓨처스 FA로 이적한 후 다년계약을 맺은 역대 최초의 선수로 KBO리그 역사에 남게 됐다.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다.

서울고 출신의 이형종은 2008년 LG에 1차 지명으로 입단했다. 입단 당시는 투수다. 우여곡절을 거쳐 2015시즌 타자로 전향했고, 2016년부터 1군에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2022년까지 통산 624경기, 타율 0.281, 63홈런 254타점, OPS 0.797을 기록중이다. 2018~2021년 4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도 때려냈다.

2022년은 1군에서 단 26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래도 플레이오프 로스터에 들면서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고, 4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1차전에 대타로 나서 안타를 때렸고, 2차전에서는 선발로 나서 2루타 포함 2안타를 치기도 했다. 그리고 이 2경기가 이형종이 LG 소속으로 LG 팬들 앞에서 치른 마지막 경기가 됐다. 이제 키움 소속으로 LG를 상대하게 됐다.
이형종이 24일 키움과 퓨처스 FA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제공 | 키움 히어로즈
이형종은 “솔직히 마음고생도 좀 했는데 이제는 후련하다. 사실 한화에서도 좋은 조건을 제시해주셨지만, 키움에서 더 좋은 제안을 주셨다. 1군에서 5년 정도 채웠고, 퓨처스에서 7년을 채웠다. 나가 있던 시간도 있었고, 등록이 되지 못한 시간도 있었다. 마지막 퓨처스 FA에 나오게 됐는데 감격스러운 오늘을 맞았다”고 소감을 남겼다.

이어 “나는 벼랑 끝에 몰려 있었다. 구사일생이라고 하면 어떨까 싶다. 죽어 있다가 살아난 느낌이다. 몸도 그렇고, 마음도 그렇다. 지금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꿈인가 생시인가 싶다. ‘이게 맞나?’ 싶다. 천운인 것 같다”며 웃었다.

2008년 입단 후 15년간 몸을 담았던 LG를 떠났다. 이 결정을 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이형종은 “LG를 떠나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나는 LG의 이미지가 강한 선수다. 남다르게 생각하는 부분도 많다. 결정이 너무 힘들었다”며 “모두 공개할 수는 없으나, 조건 차이가 너무 컸다. 현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팬들에게 너무 죄송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이어 “팬들이 나를 ‘애증의 선수’라 부른다고 들었다. 떠나게 되어 죄송하다. 그래도 마음 속으로, 뒤에서라도 응원해 주시리라 믿고 싶다. 만원 관중이 쏟아내는 응원과 함성은 리그 최고 아닌가. 이제 그 응원 목소리를 못 듣는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쉽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마음도 좋지 않고, 울컥한다. 플레이오프를 뛰면서 들었던 함성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올해 플레이오프 때 응원이 내 귀에 엄청나게 크게 들렸다. 그런 팬들을 등지고 가는 것 같아 죄송스럽다”고 미안함을 다시 표했다.
LG 이형종이 10월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 키움과 경기에서 1회말 안타를 때려 출루한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3년부터는 키움 유니폼을 입는다. 잠실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이제는 키움 선수다. 상대적으로 좌익수 자리에 고민이 있는 키움이다. 올해 우익수로 뛴 야시엘 푸이그의 거취도 아직 모른다. 키움이 이형종을 데려온 이유다. 당연히 이형종이 주전 외야수로 나설 여지는 충분하다. 상황에 따라 1루수로 뛸 수도 있다. 키움은 1루도 아쉬움이 있는 상태다.

이형종은 “코너 외야와 1루 준비를 하고 있었다. 구단에서도 그 이야기를 했다. 1차적으로 내가 편한 포지션은 우익수이기는 하다. 1루수도 시야는 같은 쪽이다. 그 이야기는 드렸다. 구단에서 결정을 해주시지 않겠나”고 짚었다.

키움 팬들에게는 “향후 ‘히어로즈에서 잘했던 선수가 누구냐’는 질문이 나왔을 때 톱5에 들어가는 선수가 되겠다. 최소한 톱10에는 드는 선수가 되겠다. 그렇게 기억되겠다. 이번 겨울 열심히 준비할 것이다. 잘해야한다는 마음이 더 든다. 4년간 잘하겠다”며 각오를 보였다.

또한 “중학교(양천중)를 목동구장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다녔다. 고척은 아니지만, 그래도 키움의 홈이었던 곳이다.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인가 싶다. 뭔가 돌아온 느낌이랄까. 그런 것도 있다. 그만큼 더 잘하겠다. 결과로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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