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공사장 인근에 ‘푸드존’ 만든 광주 남구…3개월 만에 ‘휘청’

고귀한 기자 2022. 11. 2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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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후 광주광역시 남구 백운광장 스트리트 푸드존을 방문한 시민이 먹거리 가게를 둘러보고 있다. 고귀한 기자

지난 17일 오후 2시 광주광역시 남구청 맞은편 300여m에 들어선 음식점 거리는 한산했다. 손님들을 맞는 ‘오픈 시간’이 지났지만 가게 5∼6곳은 여전히 문이 닫혀 있었다. 문을 연 가게들의 상당수도 그제야 음식 재료를 다듬기 시작했다. 영업 준비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던 일부 손님들은 한참을 머뭇거리다 발길을 돌렸다.

광주광역시 남구가 구청 인근 백운광장을 활성화하겠다고 만든 ‘백운광장 스트리트 푸드존’이 개장 3달 만에 위기에 처했다. 가게들의 영업시간이 대폭 단축됐고 문을 닫은 가게까지 있다.

지난 8월31일 개장한 푸드존에는 32개의 가게가 들어섰다. 푸드존은 당초 기대가 컸다. 첫 입점자를 모집할 때에는 입점 경쟁률이 3 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개장 효과’는 얼마가지 못했다.

최근 손님들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가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상인들은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였던 개장시간 단축을 구청에 요구했다. 상인들은 매출이 줄어 직원 고용이 힘들고 장시간 노동에 따른 피로 누적 등을 이유로 들었다. 구청은 상인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개장 시간을 오후 2시부터 오후 10시까지로 3시간 줄였다.

한 상인은 “낮에는 손님이 거의 없고 오후 4시쯤 돼야 매출이 발생하는데 일찍 문을 연다고 뭐가 달라지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처음 한 달은 일 평균 매출이 30만원 이상이었는데, 이제는 하루 20만원 파는 것도 빠듯하다”라며 “날씨가 추워지면 손님이 더 줄어들 텐데 걱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17일 오후 광주광역시 남구 백운광장 스트리트 푸드존 입구에는 걸려있는 운영시간 변경 안내 현수막. 고귀한 기자

푸드존의 위기는 예견된 일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푸드존은 백운광장 일대 도시재생을 목적으로 추진된 뉴딜 사업의 하나다. 총 사업비 300억원 중 26억여만원이 푸드존에 투입됐다. 당초에는 푸드존 개장과 함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전용 주차장과 공중보행로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남구는 청사 외벽에 대형 미디어 월이 설치해 볼거리도 제공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다른 사업들이 줄줄이 지연됐다. 미디어월은 오는 12월 말, 주자장과 공중보행로는 내년 말에야 완공될 예정이다. 백운광장 주변에서는 광주지하철 2호선 공사까지 진행되면서 푸드존 인근은 소음과 분진도 끊이지 않는다. 지하철 공사는 2026년쯤 끝날 예정이다.

한 시민은 “공사장 때문에 시민들이 접근하기도 힘들고 먼지와 소음이 있는 곳에 왜 먼저 음식점이 밀집한 푸드존을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이런 복잡한 곳에서 누가 음식을 먹고 싶겠느냐. 손님들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남구청 관계자는 24일 “모든 사업이 동시에 진행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주민들과 도심을 살려보자는 데 뜻을 모아 사업을 추진한 만큼 각종 이벤트 마련을 통해 푸드존의 취지를 잘 살려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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