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지가 왜 거기서 나와?···불편한 시선도 잠재우는 실력 ‘쇼미11’ 이영지

최민지 기자 2022. 11. 2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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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프로 예능인’ 이영지 출연에
‘힙합계 밥그릇 빼앗는다’ 눈총
“내 한계에 도전” 당찬 포부 시작
매 라운드 실력으로 무대를 장악
시청률 시들 ‘쇼미’ 부활도 견인
래퍼 겸 방송인 이영지가 지난 11일 방송된 엠넷(Mnet) <쇼미더머니 11> 2차 예선에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도전하게 된 이유를 밝히고 있다. 엠넷 유튜브 갈무리

열한 번째 시즌의 막을 올린 엠넷(Mnet) 힙합 경연프로그램 <쇼미더머니>(쇼미)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지난 18일까지 전체 10개 에피소드 중 4개가 전파를 탔을 뿐이지만, 스포트라이트가 쏠리는 이는 단연 래퍼 겸 방송인 이영지(20)다.

이영지의 <쇼미> 출연은 방송 시작 전부터 가장 큰 화제였다. 그도 그럴 것이 2019년 <고등래퍼>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린 뒤 웹예능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 tvN <뿅뿅 지구오락실> 등 인기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며 방송인으로 자리잡은 그가 다시 힙합 서바이벌 무대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이영지는 지난 11일 방송된 2차 예선에 앞서 “저는 도전이라는 것 자체에서 자아실현을 하는 타입”이라며 “<쇼미>는 자기 가치를 가지고 싶은 인물들이 간절함을 풀어내고 싸우는 공간이다. 그 공간에서 부딪히고 깨져보며 내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다”며 출연 이유를 밝혔다.

이영지의 <쇼미> 도전은 힙합계와 팬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의 대상이다. 음악에 대한 ‘진정성’을 중시하는 국내 힙합 신이 지난 3년간 음악보다 예능 방송 활동에 집중해 온 이영지에게 보내는 시선은 마냥 곱지만은 않다. ‘방송 출연으로 돈을 벌다가 경연에 나와 다른 (가난한) 래퍼들의 밥그릇을 빼앗는다’는 것이 그를 향한 비판의 주된 논리다. 음악평론가 강일권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음악에 대한 공허함과 아티스트로서의 인정 욕구를 채우기 위해 선택한 방편이 탁월한 앨범을 만드는 것이 아닌 <쇼미> 출연이라는 사실에 뒷맛이 씁쓸하다”며 이영지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아티스트의 음악적 야심이 결집되는 정규 앨범이나 EP 앨범 없이 싱글(11장) 위주로 활동해온 데 대한 비판이다.

이영지는 정면돌파를 택했다. <쇼미> 심사위원 중 한 명인 박재범의 말대로 “잃을 게 많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노이즈 마케팅 수단으로 가볍게 도전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방송 외에도) 다양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예능인으로서 자신이 쌓아온 성과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치열한 서바이벌 프로그램 무대에 스스로를 올려놓으며 의연함을 보였다.

실제 이영지는 세 차례 펼쳐진 무대에서 녹슬지 않은 래퍼로서의 역량을 보여줬다. 지난 1차 ‘무반주 랩 심사’에서 여유롭게 목걸이를 획득한 데 이어 2차 ‘60초 불구덩이 미션’에서는 자신의 특장점인 탄탄한 발성과 정확한 딕션으로 무대를 장악해 ‘올패스’(심사위원 전원 통과)를 받았다.

래퍼 겸 방송인 이영지. 메인스트림 제공

무엇보다 이영지의 출연을 가장 반색하는 곳은 <쇼미> 프로그램 자체다. <쇼미>는 시즌제 오디션 프로그램 중 최장수 프로그램으로 지난 10여년간 국내 힙합 신 확장과 대중화에 기여했다. 그러나 시즌이 거듭되면서 화제성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이번 시즌의 시청률은 지난 4회까지 1.1~1.2% 사이를 오가며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엠넷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오른 이영지의 1~3차 예선 클립은 각각 200만~300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다른 클립과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제작진도 그의 화제성을 알뜰하게 활용한다. 매회 예고편에 이영지를 빠짐없이 등장시키고, 매 회차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야 이영지의 출연분이 나오도록 편집해 시청자들을 끝까지 붙잡아둔다. 지난 18일 방송된 4회 말미에는 3차 ‘게릴라 비트 사이퍼 미션’에서 탈락 위기에 몰린 이영지가 구사일생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렇듯 <쇼미 11>이 가진 드라마의 많은 부분 역시 이영지에게서 나온다. 힙합 팬들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이영지의 <쇼미 11> 출연은 이영지와 엠넷 양측에 ‘윈윈’이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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