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천원짜리 상품 있어도, 천원짜리 품질은 없다

최수문기자 기자 2022. 11. 2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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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을 경영하라(박정부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마흔다섯에 韓 첫 균일가숍 창업
IMF 후 알뜰심리 맞물려 성장세
박정부 다이소 회장 성공 스토리
"싼값이지만 싸구려 팔지 않으려
세계 돌며 공장 찾고 물류 안정화
원가 올라도 값·품질 '본질' 집중"
[서울경제]

“천 원짜리 상품은 있어도 천 원짜리 품질은 없다”고 외치며 ‘균일가숍’을 만들어 매출 3조 원의 회사로 키워낸 박정부 아성다이소 회장의 경영스토리가 ‘천원을 경영하라’는 책으로 출간됐다.

다이소라는 브랜드를 ‘국민가게’로 키워낸 박정부 회장은 한국 균일가 사업의 상징으로 불린다. 그는 45세 때인 1988년 무역업체를 창업했고 미국의 1 달러숍, 일본의 100 엔숍 등에 영감을 받아 1997년 서울 천호동에 1000 원을 기본으로 한 ‘한국형 생활용품 균일가숍’인 다이소 1호점을 오픈했다. 다이소는 25년이 지난 현재 전국 1500 개 매장에서 3만2000여 종의 상품으로 100만 명의 구매고객을 맞이하고 있다. 2014년 1조 원이었던 연매출은 지난해 3조 원을 넘어섰다.

아성다이소 창업 및 경영 스토리와 성공 비결이 박 회장에 의해 처음으로 공개된 것이 이 책이다. 저자가 외치는 “그깟 1000 원쯤 하고 천 원권 한 장의 무게를 가벼이 여긴 적은 없는가”라든지 “티끌로 태산을 만들었다”는 설명이 가슴에 파고든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는 창업 스토리와 함께 위기들를 극복해낸 유효기간 없는 열정에 대한 이야기, 2부는 ‘균일가 사업’의 본질인 ‘천원의 가치’에 집중하여 거품과 군더더기를 모두 덜어내고 핵심에만 몰두하는 본질경영에 대한 이야기, 3부는 “일상의 기본은 단순한 작은 일을 매일 반복해서 실행하는 것이며 세상에 이런 꾸준함을 이기는 것은 없다”는 저자의 현장경영 이야기를 담았다.

중소기업을 다니던 저자는 쫓기듯 사표를 던진 후 마흔다섯에 창업을 결심한다. 이직이 어려운 상태에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다. “나에게 창업에 대한 열정은 간절함이었고 더는 물러날 곳이 없는 절박함 그 자체였습니다.”

처음에는 생활용품을 일본에 수출하는 무역업을 시작했다. 일본의 100 엔숍에 물건을 공급했는데 가격과 품질 기준을 맞추는데 적잖은 노력이 들었다. 한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문을 연 것이 다이소였다. 10년의 준비기간을 마친후에 1997년 천호동에 13평 매장을 열렀다. 다이소는 IMF 외환위기 이후 소비자들의 알뜰 심리와 맞물리면서 대성공을 거둔다. 2000년 100 개 안팎이던 매장 수는 2005년 300 개로 늘어났으며 2008년 500 개를 넘어섰다.

균일가숍인 다이소에는 현재 500 원, 1000 원, 1500 원, 2000 원, 3000 원, 5000 원의 6가지 고정된 가격의 생활용품이 있다. 이 중에서 1000 원짜리 상품이 절반을 넘는 51%를 차지한다. 저자는 “아성다이소를 설립하며 소비자에게 가격대비 최대 가치를 제공한다는 약속을 했을 때부터 핵심은 천 원짜리 상품이었다”고 설명했다.

다이소의 신조는 ‘가격이 싼 상품을 팔지만 싸구려를 팔진 않는다’라고 한다. 소비자는 품질이 나쁘면 1000 원도 비싸다고 느낀다는 이유에서다. 싸기 때문에 품질이 나빠도 된다는 이야기는 통하지 않는다. “천 원짜리 지폐와 다이소 신상품을 들고 거리에 나가 지나가는 사람에게 둘중에 하나를 고르도록 했을 때 행인이 천 원을 선택하면 그 상품은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보고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개발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에서는 저자가 상품의 가격을 맞추기 위해서 전세계를 돌면서 생산공장을 찾고 효율을 높이려는 노력이 소설처럼 펼쳐진다. 다품종 상품의 물류를 위해 1200억 원을 투자한 용인시 남사읍의 물류센터는 다이소의 거대한 전환이었다. 물류 안정화를 이루면서 시스템이 안착됐고 이후 물류센터는 부산 등으로 확장됐다.

저자는 “본질만 남기고 모두 버려라”고 주문한다. ‘집중’이란 덜어내고 또 덜어내는 것이다. 복잡함을 빼고 기본에 충실하는 것. 원가가 올랐다고 덩달아 상품 가격을 올리기보다는 그럴수록 비용을 최소화해 가격과 품질을 유지하자는 것이 본질을 남기는 그의 전략, 즉 ‘본질 경영’이라는 설명이다.

‘다이소’라고 하면 일본기업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를 위해 저자는 상당한 지면을 할애한다. 무역업을 하면서 일본의 대표적인 100 엔숍인 다이소산교(大創産業·대창산업)로 상품을 공급했다. 수출 규모는 피크였던 2003년 2142억 원에 이르기도 했다. 대신 다이소산교는 이 회사에 투자를 해 지분 34%를 갖고 있다. 비즈니스 협력관계를 맺으며 다이소 브랜드명을 공동으로 사용한 것이 지금까지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1만 6000원.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사진=서울경제DB

최수문기자 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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