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선 문제없는 PB상품, 온라인만 규제해선 안돼”

노현 기자(ocarina@mk.co.kr) 2022. 11. 2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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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 성균관대 교수 인터뷰
직매입 기반 온라인 플랫폼
자사 상품·서비스 우선노출은
PB상품 잘 보이게 진열하는
대형마트들과 다를 바 없어
독과점 지위 남용과는 무관
이선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주최 세미나에서 플랫폼 규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공정거래조정원 유튜브 캡처>
“대형마트에 가면 입구쪽 매대에 음료·과자·만두 등 마트 자체 브랜드(PB) 상품들이 빼곡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소비자들도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국내외에서 법적으로 문제된 적도 없어요.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의 PB상품들은 ‘독과점 지위 남용’으로 규제 받을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이선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57)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기업의 지위 남용 여부 판단 기준으로 자사 서비스나 상품의 우선 노출 여부를 활용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오프라인 대형마트와 형평성에 어긋나는데다 글로벌 시장 규제 흐름에도 역행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서울 동부지방법원 및 고등법원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재직 후 법무법인 율촌 파트너 변호사를 거쳤다. 지난 2018년 대법관 후보 중 한명으로 추천받기도 했다.

공정위는 카카오 먹통 사태를 계기로 연말까지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을 제정할 예정이다. 대표적인 위반 행위 중 하나로 ‘자사우대’ 항목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아마존·구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을 대상으로 만든 법안들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플랫폼 자사우대의 대표 사례로 2017년 유럽연합(EU)의 구글 제재가 거론되고 있지만 사실과 달리 알려진 부분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당시 구글은 자사 서비스인 ‘구글 쇼핑’에 등록한 상품을 검색 최상단에 노출했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이 교수는 “EU가 문제 삼은 행위는 구글 쇼핑 등록 상품이 일반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된다는 것이었다”며 “물건을 구매하려는 이용자들이 방문하는 구글 쇼핑란 내에서의 노출 방식은 제재 대상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가 공정위 지침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공정위가 EU 사례를 곡해한 나머지 플랫폼 업체들이 부당하게 독과점 지위 남용으로 규제받을 위험에 처했다는 게 이 교수 주장이다. 그는 ”온라인 플랫폼 제품을 쇼핑란 검색 최상단에 노출하는 것은 대형마트가 PB상품을 입구 매대에 진열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게다가 대형마트 매출 중 PB상품 비중은 20%를 웃돌지만 주요 온라인 쇼핑 플랫폼은 이 비중이 한자리수에 불과하다“고 우려했다. 공정위 규제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제품을 제조사로부터 사들여 되파는 직매입 기반 온라인 플랫폼들은 대형마트나 백화점과 비즈니스 모델이 같은 ’온라인판 백화점‘인 만큼 ’자사우대‘ 이슈와 보다 동떨어져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각에서 온라인 쇼핑 플랫폼들에 대해 ’심판이 선수로 뛴다‘고 비판하지만 상식적으로 내 매장에 내 물건을 좋은 곳에 놔 팔겠다는 것을 문제 삼는 사람이 별로 없지 않느냐“며 ”직매입 기반 플랫폼까지 심판이라 단정짓기 어렵다“고 했다.

이 교수는 미국과 유럽의 빅테크 규제는 국내 상황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EU의 플랫폼 규제는 구글과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맞서 회원국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진행됐으며 미국의 경우 아마존의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56.7%까지 오르는 등 플랫폼 경제의 시장 독식이 커지면서 기업 혁신이 저해되고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단계에 이르자 규제론이 급부상한 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경쟁이 치열한 국내 온·오프라인 유통시장에선 유사 사례가 없다는 게 이 교수 얘기다.

이 교수는 공정위가 자사우대 규제 대상을 검색 서비스를 넘어 쇼핑을 포함한 모든 플랫폼 사업자로 확장하는 것은 규제 만능주의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그는 ”공정위가 온라인 플랫폼의 자사우대를 대기업 집단들이 경쟁력이 낮은 계열회사에게 부당하게 자금을 지원한 것과 같은 특혜 내지 차별적 대우로 해석하고 있는 것 같다“며 ”온라인 플랫폼의 자사우대는 데이터에 기반해 새로운 서비스와 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실정에 맞지 않은 규제로 인한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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