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력의 부재···‘녹슨 전차’로 전락한 독일

윤은용 기자 입력 2022. 11. 2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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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E조 독일과 일본의 경기가 열린 23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할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에서 동점골을 도안 리츠를 비롯한 일본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알라이얀|권도현 기자



독일 축구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우승을 정점으로 한 동안 내리막길을 걸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모두 8강 탈락하며 ‘녹슨 전차’ 소리를 들었다. 당시 8강에서 독일을 무너뜨렸던 팀들이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등 유럽에서도 축구 변방으로 알려졌던 팀들이라 더욱 그랬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준우승을 기점으로 독일 축구는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4위), 2010년 남아공 월드컵(3위), 2014년 브라질 월드컵(우승) 등 4개 대회 연속 4강 이상의 성적을 내며 세계 축구를 호령했다.

한동안 쉼없이 질주했던 전차가 이제 다시 녹이 슨 것처럼 보인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여도 무뎌진 창끝이 상대의 골문을 좀처럼 꿰뚫지 못하고 있다.

독일은 늘 화려하지는 않아도, 결정적인 순간 골을 만들어줄 수 있는 결정력 뛰어난 선수들이 항상 있어왔다. 과거 게르트 뮐러를 시작으로 위르겐 클린스만, 루디 푈러, 올리버 비어호프 등이 그랬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부터는 역대 월드컵 득점 1위에 빛나는 미로슬라프 클로제가 등장했고, 그 뒤를 토마스 뮐러가 이었다.

그런데 2018년 러시아 월드컵부터 이런 ‘해결사’들이 사라졌다. 독일은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에서 고작 2골을 득점하는데 그쳤다. 그나마 그 중 1골은 토니 크루스가 프리킥으로 꽂아 넣은 것으로, 필드골은 마르코 로이스의 1골 밖에 없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그 때와 비슷한 상황이 첫 경기부터 연출됐다. 독일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세대 교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일본전에서도 주도권을 확실하게 쥐고 갔다. 패스(820-261), 크로스(28-16), 슈팅(25-10), 유효 슈팅(9-3), 점유율(66%-23%·11%는 경합)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일본을 압도했다. 그럼에도 골은 미드필더 일카이 귄도안(맨체스터 시티)이 페널티킥으로 넣은 1골 뿐이었다.

독일은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카이 하베르츠(첼시), 니클라스 퓔크루크(베르더 브레멘), 카림 아데예미, 유수파 무코코(이상 도르트문트), 세르주 그나브리(바이에른 뮌헨) 등 총 5명의 공격수를 발탁했다. 세대 교체 흐름에 맞물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중반에 걸쳐 고르게 뽑았다. 문제는 이들이 소속팀에서는 뛰어난 기량을 보이는 선수들이지만 A매치에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독일은 월드컵 개막에 앞서 가진 오만과의 평가전에서 1-0으로 간신히 승리하는 졸전을 펼치기도 했다. 이들을 뮐러 같은 베테랑 선수들이 지원을 해줘야 하지만, 뮐러는 지난 대회부터 조금씩 노쇠화 소리를 들었고 이번 대회 일본전에서도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

독일은 오는 27일 스페인과 조별리그 2차전을 갖는다. 스페인은 코스타리카와 첫 경기에서 유효 슈팅 7개를 전부 골로 연결시키는 등 독일과는 차원이 다른 결정력을 과시했다. 독일 축구 역사상 월드컵 2개 대회 연속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적은 없다. 결정력의 고민을 해결할 수 없다면, 또 한 번 치욕의 역사가 쓰여질 수 있다.

도하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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