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우유·나노기술원 연구신화 다시 쓴다...산업기술연구조합 육성법 36년 만에 개정

이종현 기자 2022. 11. 2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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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학·연’ 민간주도 R&D 활성화 차원
지원 체계 대폭 강화할 듯
일본은 연구조합 기반 사업화 장려해 활성화 성공

정부가 산업기술연구조합 육성법 전면 개정을 추진한다. 기술 융합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민간 주도의 상향식 연구개발(R&D) 혁신을 장려하기 위한 차원이다.

24일 과학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산업기술연구조합 육성법 개정안 마련을 위해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초에 연구 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법 개정안을 마련한 뒤, 산업기술연구조합 진흥 정책도 함께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기술연구조합은 국가연구개발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여러 기업이 연구조합을 결성해 공동으로 R&D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1986년 산업기술연구조합 육성법이 시행되면서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R&D 역량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수단으로도 주목받았다. 서울우유협동조합 중앙연구소와 고등기술연구원, 한국나노기술원이 대표적인 산업기술연구조합 모델이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산업기술연구조합은 시들해졌다. 특별한 인센티브가 없는데다 열악한 재원과 수익사업 부재 등의 문제가 겹치면서 기업들이 연구조합 대신 자체 연구소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연구소가 여러 기업이 출자하는 구조이다보니 성과 배분 조율이 어렵고 신규 장비 투자에 대한 책임이 분산되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육성법 시행 이후 등록한 연구조합 153개 중 2020년 말 기준으로 실제 운영 중인 연구조합은 55개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활성화돼 실제 운영 중인 곳은 더 적다.

한 연구조합 관계자는 “연구조합이 돌아가려면 국가 R&D 사업에 참여하거나 기업연구를 수탁받아야 하는데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며 “수익원이 한정적이다보니 연구조합이 유지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나노융합산업연구조합이 지난해 산업기술연구조합 실태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전체 연구조합 중 수입 규모가 1억원 미만인 곳이 39%에 달했다. 실태조사를 진행한 나노융합산업연구조합은 “재원의 대부분을 정부 R&D 과제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R&D 참여시 가점부여에 대한 요구가 높다”며 “육성법에 기반한 지원 제도 신설에 대한 요구도 크다”고 지적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관계자는 “과기정통부가 초기 설비 투자를 대규모로 지원하는 등 확산을 위해 노력했지만 성과가 잘 나오지 않았다”며 “하지만 새롭게 등장하는 산업에서는 여전히 이상적인 모델이고 최근 다시 기업들의 수요도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육성법 개정을 통해 연구조합 활성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4차 산업혁명과 산업기술 융합 시대에는 정부 주도의 R&D보다는 산·학·연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한 R&D가 중요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연구조합이 민간 주도의 산업기술 R&D를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과기정통부의 판단이다.

과기정통부가 주목하는 건 일본이다. 일본 역시 1961년 광공업기술연구조합 제도를 도입해 민간 중심의 R&D를 진행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연구조합이 해산하는 등 문제가 많았다. 그러자 2009년 기술연구조합제도로 개편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는 등 활성화에 나섰다. 그 결과 법 개정 전에 32개 수준이었던 기술연구조합은 이후 5년 만에 60개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일본은 연구개발 종료 후에 기술연구조합을 주식회사나 합동회사로 변경해 사업화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했는데, 과기정통부도 비슷한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이밖에도 세금 우대, 지재권 관리 등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려고 한다”며 “민간 차원의 R&D 역량 강화가 중요해지는 만큼 연구조합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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