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가상현실인가?"…월드컵이 중국에 준 뜻밖의 충격

정영태 기자 입력 2022. 11. 24. 15:06 수정 2022. 11. 24.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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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중계 보다가 관중석에 놀란 중국인들 "같은 세상 맞나?"

중국에서도 카타르월드컵의 인기는 뜨겁습니다. 개막식 시청률은 40%를 넘었습니다. 중국 관영 CCTV는 세계 최대 규모인 140명의 방송팀을 카타르에 파견하면서 출정식까지 열었고 월드컵 전 경기를 방송할 예정입니다. 비록 중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예선 탈락해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카타르월드컵 곳곳에 중국이 있다며 적극 홍보하기도 했습니다. 경기장 곳곳에 보이는 중국 대기업 광고, 중국 건설사가 지었다는 월드컵 경기장 등을 내세우며 국력을 자랑하면서 위안 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뜻밖의 충격이 중국을 강타했습니다.
 

"어떻게 마스크도 쓰지 않고 수만 명이 운집하는가?"

#카타르에는 코로나가 없나요? 팬들은 왜 마스크를 쓰지 않습니까? 전염되는 게 두렵지 않습니까? ​
#월드컵을 보고… 엄마는 정말 그들에게 전염병이 없느냐고 물으셨다.
#월드컵을 보는 사람들, 마스크가 없고 전염병도 없다는 걸 눈치채셨나요? 저는 코로나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건지 이해가 안 돼요.


월드컵 경기 중계 중 환호하는 관중석을 보며 이제야 "왜 저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는가?"라는 의문을 갖고 충격을 받았다는 중국인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동안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바뀐 다른 나라들의 실제 상황이 어떤지 상당수 일반 중국 국민들은 보고 들을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지난 3년 동안 중국의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이 지속되면서 해외 여행은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해외 입국자에 대해 한때 21일 격리 정책이 시행됐고 지금도 8일 격리가 적용됩니다. 격리 일수도 걸림돌이지만 해외로 가는 항공편 자체가 급속히 줄어 표를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고, 열악한 격리시설 환경도 여러 차례 알려지면서 해외여행에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겁니다. 게다가 다수의 중국국민들은 아예 여권이 없는 경우가 많고, 여권이 있더라도 당국에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해외 여행은 자제하라'는 권고를 해왔습니다.
직접 해외에 나가서 보고 듣지 않더라도 외국 뉴스를 통해 다른 나라 상황을 많이 접했다면 충격은 좀 덜했을 겁니다. 하지만 중국 관영매체들은 다른 나라들의 신규 확진자 수가 대거 늘어나는 상황을 집중 보도하면서 중국 방역정책의 성공에만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하루에 수만, 수십만씩 확진자가 발생하는 다른 나라 상황에 비해 중국은 확진자 수가 적으니 "우리의 방역정책이 옳다"고 설명해왔습니다. 위드 코로나 정책의 어둡고 부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면서 제로 코로나 정책의 당위성만을 강조해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확진자가 1명 나왔다는 이유로 수십 일씩 아파트가 봉쇄되고, 거의 매일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하는 방역정책을 3년 동안 지속해도 큰 저항이 없었던 겁니다. '전 세계에서 우리 방역정책이 가장 우수하다… 고통스러워도 이게 안전하다'고 생각해온 겁니다. 그러나 카타르월드컵 관중석에 모인 세계 각국 시민들의 모습은 대다수 보통 중국인들이 믿어 왔던 '안전한 중국에 비해 코로나에 고통받는 다른 나라의 모습'과는 너무도 달랐습니다. 심지어 카타르 현지에서 중계를 하고 있는 중국 CCTV 방송팀마저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모습에 당혹감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월드컵은 가상현실?…부정하고 싶은 현실

#알고 보니 월드컵은 메타버스에서 개최되었군요. 심각한 전염병은 우리 같은 강대국도 해결할 수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 큰 시합을 개최했겠어요?
#해외의 전염병 상황이 얼마나 엄중한데요. 카타르월드컵은 VR 게임기로 진행되고 있는 겁니다. AI가 조작하는 거랍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월드컵을 보러 간 것 같은데 오직 중국인만이 전염병 예방과 통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네요.
나는 집에서 못 나가고 하루에 3번 코로나 검사를 합니다. 우리는 과연 어느 시대에 살고 있을까요?
#월드컵을 볼 때 아이들이 내게 질문할까봐 두렵다: 그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그들은 왜 필요하지 않지? 그들은 전염병이 없는가? 음.... 미리 녹화한 것이다. 모두 가짜다.


세계는 월드컵에 열광하고 있지만 중국의 코로나19는 확산 일로입니다. 제로 코로나 정책 고수에도 불구하고 신규 감염자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11월 23일 기준 중국 본토 신규 확진자 수는 2만 9,754명. 상하이 봉쇄 당시인 지난 4월 최고 기록 2만 8,973명 보다 많습니다. 인구 2천만 명인 수도 베이징은 하루 확진자 수가 1,622명입니다. 이 정도 숫자에도 베이징의 방역정책은 '봉쇄, 봉쇄, 또 봉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확진자가 1명만 나와도 아파트 전체를 봉쇄하고, 또 확진자가 나오면 봉쇄 연장에 연장을 거듭하는 방식입니다. 각급 학교가 이미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고, 식당 내 취식을 아예 금지하는 한편 대다수 기업이 재택근무에 들어가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48시간 내 코로나 검사 음성 결과를 제시해야합니다. 이런 상황을 월드컵에 빗대 풍자하고, 축구 팬으로 꽉 찬 카타르와 콘서트장에 군중이 밀집한 뉴욕, 그리고 확진자 표기로 가득한 베이징을 비교한 SNS 게시물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중국 내에서는 '방역 위기 상황'이라며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지만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인구 대비 확진자 숫자는 여전히 현저히 적은 수준입니다. 확진자 증가가 문제가 아니라 여전히 이동 제한, 거주지 봉쇄, 밀접 접촉자의 격리 시설 이송 같은 봉쇄형 방역정책을 고수하면서 시민들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3년을 계속해온 이런 정책이 언제 끝나 다른 나라들처럼 위드 코로나로 전환할지 기약이 없다는 점이 막막한 감정을 키우고 있습니다.
 

"세계는 경기장에서 열광하지만 우리는 체육관에서 눈물 흘린다"

월드컵 관중석을 보며 중국인들이 느끼는 감정은 당혹감, 충격 그리고 박탈감입니다. 코로나 확산세가 심한 광저우에서, 격리시설에 있던 한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이런 박탈감에 불을 질렀습니다. 카타르에선 경기장에 모여 월드컵을 즐기고 있는데, 중국은 지역마다 대형 체육관에 만든 격리시설에 수천, 수만 명이 격리돼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겁니다. 확진자뿐만 아니라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사람들도 대거 격리시설로 이송시키는 정책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보니 수용할 공간이 부족해 상하이, 광저우 같은 대도시에는 외곽에 수만 명 규모의 격리시설을 지금도 계속 짓고 있습니다.

제로 코로나 방역정책은 정말 성공인가?…정책 비판으로 흐르는 여론

#월드컵에 열광하는 만큼 우리가 방역정책에 저항했다면 코로나19는 이미 끝났을 것이다.
#카타르월드컵에는 수십만 명이 몰려와 마스크도 쓰지 않는데, 왜 중국 인민의 자가격리는 달라지지 않는가? 사람의 문제인가, 제도의 문제인가. 진짜 이상하다.
#우리는 다시 예전 쇄국의 길을 가고 있는 게 아닌가… 특히 월드컵을 볼 때 나는 점점 더 우리가 세계와 단절되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월드컵 직전 중국 SNS에는 '10가지 질문'이라는 글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글쓴이는 스스로 소시민이라며, 중국 방역당국인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자신의 질문에 답해주길 요청했습니다. 주요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올해 신장과 티베트 같은 곳을 몇 달씩 봉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까?
*대다수 사람들이 코로나 백신을 3번 이상 맞았는데 왜 여전히 감염됩니까? 백신이 효과가 있습니까?
*전문가들은 이미 오미크론의 독성이 매우 낮다고 말했는데 왜 치명적이지 않은 질병을 통제해야 합니까?
*본토보다 인구 밀도가 훨씬 높은 홍콩은 모든 것이 정상화됐습니다. 왜 본토만 의료자원에 대해 그렇게 걱정합니까? 홍콩에는 노인과 어린이가 없습니까?
*세계 120여 개국이 이미 오랫동안 코로나 바이러스 통제하지 않았는데, 그들이 중국인보다 더 자유롭게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카타르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마스크를 쓴 사람을 본 적도 없는데 코로나바이러스가 그들은 해치지 않습니까?

중국 방역정책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이 글은 10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면서 급속하게 퍼져나갔습니다. 글쓴이는 중국 방역당국의 답변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계정이 차단되고 글도 삭제됐습니다. 하지만 글을 캡쳐한 사진은 이미 해외에까지 퍼져나갔습니다. 중국 공산당 최고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월드컵 개막 열흘 전인 지난 10일 시진핑 총서기 주재로 회의를 열어 제로 코로나 정책(动态清零)을 확고부동하게 관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존의 방역정책에 의문을 제기하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됐습니다. 그러나 월드컵을 지켜보고 있는 평범한 중국인들의 마음 속에는 "왜 우리만, 언제까지 딴 세상인가?"라는 의문이 조용히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웨이보)

정영태 기자jyta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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