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뚫고 닷새간 유럽 횡단…우크라 근대회화 70점 스페인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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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를 대표하는 근대 회화 70점이 전쟁의 포화를 뚫고 3천㎞ 떨어진 스페인으로 건너가 전시된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15일 우크라이나의 근대 미술 작품 51점을 실은 2대의 트럭이 수도 키이우에서 비밀리에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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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우크라이나를 대표하는 근대 회화 70점이 전쟁의 포화를 뚫고 3천㎞ 떨어진 스페인으로 건너가 전시된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15일 우크라이나의 근대 미술 작품 51점을 실은 2대의 트럭이 수도 키이우에서 비밀리에 빠져나왔다. 러시아가 키이우 등 주요 도시에 미사일 세례를 퍼붓기 직전이었다.
트럭은 서부 르비우에 다다랐고, 폴란드 국경을 넘어 서쪽으로 더 내달렸다. 5일에 걸쳐 유럽을 가로지르는 3천㎞의 긴 여정 끝에 이들 작품은 전시가 예정된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 무사히 도착했다.
평화로운 시기에도 쉽지 않은 예술품 운송 작업은 전쟁의 포연을 뚫고 오는 과정에서 아찔한 순간을 여러 번 맞아야 했다.
트럭이 르비우를 경유할 때 이 지역은 러시아 미사일의 주요 표적이었고, 폴란드의 국경을 통과할 때는 접경마을 프셰보두프에 미사일이 떨어지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미술 작품들이 도착한 곳은 스페인 국립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으로, 다음 주부터 내년 4월까지 이곳에서 우크라이나 아방가르드 미술전이 열릴 예정이다.
'폭풍의 눈 속으로: 우크라이나 모더니즘 1900~1930'이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전시회는 우크라이나의 예술품을 전란으로부터 보호하고 작품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유럽의 여러 박물관과 갤러리들의 후원 아래 마련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미술관 측은 이번 전시회는 우크라이나 근대 미술을 가장 폭넓게 감상할 기회로,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국립미술관 밖을 나오지 못했거나 개인이 소장하고 있던 작품을 포함해 총 70점이 전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시될 작품은 우크라이나를 대표하는 아방가르드 화가인 올렉산데르 보호마조우, 바실 예르밀로우, 빅토로 팔모우, 아나톨 게트리츠키 등이 그린 유화와 스케치, 콜라주 등이다.
전시를 기획한 예술품 수집가 프란체스카 티센-보르네미사는 "이번 전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전시회이자 가장 중요한 우크라이나 문화유산을 선보이는 행사"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들 작품을 무사히 가져오는 데는 적잖은 위험이 따랐지만 러시아군이 헤이그협약을 계속 위반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다"며 "그들은 점령지에서 대량 약탈을 서슴지 않았고 500개가 넘는 문화 유적을 파괴했다"고 덧붙였다.
헤이그협약은 전쟁으로 문화재가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1954년 유네스코의 주도하에 네덜란드 수도 헤이그에서 체결된 국제 조약이다.
우크라이나 모더니즘 화풍은 1차 세계 대전과 여러 옛 제국의 패망, 1917년 러시아 혁명, 우크라이나 독립전쟁, 우크라이나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창건 등 굴곡진 역사 속에서 발전했다.
소련 스탈린 치하에선 많은 우크라이나 예술가가 수용소에 갇히거나 처형당하는 등 핍박받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들 미술품은 내년 4월에는 독일 쾰른으로 건너가고, 이후 다른 유럽의 도시들을 옮겨 다니며 관객을 맞을 예정이다.
kj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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