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지진서 살아남은 아이···학교가 더 튼튼했더라면

김서영 기자 2022. 11. 2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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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서자바주 시안주르에서 주민들이 파괴된 집에서 물건들을 건져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서자바주 시안주르의 나그락 마을에서 무너진 가옥 잔해 사이로 아즈카(6)가 구조됐다. 지난 21일 오후 규모 5.6 지진이 이 지역을 덮친 이후 이틀 만이다. 아즈카는 할머니의 시신 옆에서 발견됐으며, 앞서 그의 부모 또한 수습됐다. CNN방송·가디언 등에 따르면 아즈카는 매트리스 덕분에 살아남았으며 굶주린 것을 제외하면 건강 상태는 괜찮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즈카는 살아 돌아왔지만 많은 어린이들은 참사를 피하지 못했다. 서자바주에 따르면 이번 지진 사망자 271명 중 약 100명은 아동이다. 부상자는 약 1000명이다. 이들 대다수는 이슬람 학교에서 수업을 듣다 변을 당했다. 아동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강력한 진동으로 인해 아동들이 교실을 빠져나와야 했다고 밝혔다. 이 지역 교사인 미아 사하로사는 “지진은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아이들은 겁에 질려 울었으며 서로 껴안고 기도했다”고 전했다.

아즈카(6)가 23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서자바주 시안주르의 무너진 집에서 구조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번 참사를 두고 학교의 안전성을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가디언은 아동 인명피해가 커진 원인으로 학교가 대피소 역할을 하지 못하고 지진에 무너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인도네시아 정부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학교 건물 142곳이 피해를 입었다. 인도네시아 교육문화부는 2019년 학교 구조 표준화 규정을 발표했지만, 여기에는 학교가 대피소 역할을 할 만큼 튼튼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국가재난방지청(BNPB)이 건물의 내진 설계에 대한 지침을 만들었지만 “안전보다 경제적 이익을 선택하기 때문에 이는 종종 간과된다”고 공학전문가 위드조조 프라코소 교수가 가디언에 말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약 5만3000개 학교가 지진 취약 지역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19년 BNPB는 인도네시아 전역의 20만개 이상 학교 중 75%가 지진에 취약하며, 학생 6000만명이 위험에 처했다고 집계했다. 정부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6만2687개 학교와 학생 1200만명이 자연재해의 피해를 입었다. 2018년 규모 7.5 지진과 쓰나미가 중부 술라웨시를 강타했을 때 약 3000개 학교가 파손된 것이 대표적이다.

프라코소 교수는 “학교 건물은 지진을 견뎌야 할 뿐만 아니라 재난 발생 시 임시 대피소 역할도 해야 하기 때문에 각별히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토목공학 전문가 만리안 로널드 시만준탁 교수는 “지방 정부가 지난 10년 간의 지진 관련 데이터를 연구해야 한다. 지진의 특성을 바탕으로 견고하고 유연한 구조물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21일 발생한 인도네시아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23일 기준 271명이다. 부상자는 2043명, 이재민은 6만1800명 발생했다. 실종자는 40명이다. 6000명 이상이 구조 대원으로 배치됐으나 계절성 강우로 인해 구조 작업이 중간중간 지연을 겪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피해 지역을 방문해 재건 정책에 내진 설계를 포함하라고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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