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훈의 나의 월드컵 ②] 하루 3경기 관전이 가능하다고? 해봤어?... 응, 해봤어

임기환 기자 2022. 11. 24.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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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카타르)

2022 카타르 월드컵은 여러모로 독특한 점을 지닌다. 사상 최초로 아라비아반도 국가가 열전의 무대로 설정됐다. 지난 모든 대회들이 5월~7월 사이에 펼쳐졌던 반면, 이번에는 11월~12월에 걸쳐 열린다. 월드컵을 개최하는 가장 작은 나라라는 점도 주목을 받는다. 우리나라 경기도와 비슷한 면적으로 자주 설명된다. 물론 수치상으로 카타르와 경기도의 면적은 거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이런 비교는 자칫 카타르에 익숙치 않는 축구팬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엄밀히 말하면 1만 1,581제곱킬로미터의 카타르 국토 전체가 월드컵에 사용된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8개의 월드컵 경기장 모두 동쪽 해안가에 위치한 132제곱킬로미터(국토 면적의 약 1.14%)의 수도 도하 권역(위성 도시 알 와크라, 루사일, 알 바이트 포함)에 자리한다. 교통 체증이 없을 땐 가장 멀리 떨어진 두 경기장, 알 자눕 스타디움과 알 바이트 스타디움 사이 65km를 차로 이동하는데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심지어 도하 서부 아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과 대한민국이 조별 리그 세경기를 모두 치르는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은 지하철 한정거장 간격이다. 

카타르는 규모가 작은 나라인데다, '도하 월드컵'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리만큼 개최 범위가 특정 도시에 국한됐기에 오래전부터 많은 우려는 낳은 것 역시 사실이다. 신축을 하더라도 공급에 한계가 있는 숙박 시설 요금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대중교통 인프라의 미비함은 꾸준히 지적돼 왔다. 이미 몇 달 전 지불완료한 비싼 호텔비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 한 켠이 쓰라려 오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현지 도착 전의 편견을 내려 놓는다면 적어도 경기장 가는 길은 여느 월드컵에 비해 특히 미비하거나 열악하다고 말하긴 어려워 보인다. 대회 기간 경기 티켓 소지자들에게 전면 무료로 개방된 지하철은 2~3분 짧은 간격의 정시 운행을 강점으로 활용한다. 그 덕에 킥오프 무렵 혼잡 시간대임에도 인파의 쏠림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쾌적함이 유지됐다. 또, 거대한 공간을 확보해 놓은 지하 역사 내부는 동시에 1만명 이상을 수용하더라도 무리가 없어 보였다.

지하철 노선과 직접 이어지지 않는 경기장(알 바이트 스타디움, 알 자눕 스타디움, 알 투마마 스타디움) 접근에는 특단의 대책이 마련됐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에서 스타디움 입구까지 무료로 운영되는 셔틀버스는 기다림을 최소화할 수 있게끔 충분히 준비돼 있었다. 이런 셔틀버스 수송 시스템이 운영된 첫 경기가 대회 이틀째인 11월21일(현지시간) 알 투마마 경기장에서 열렸다. 네덜란드와 세네갈의 대결을 앞두고 도하 지하철 레드노선 '프리 존(Free Zone)'역에는 끊임없이 팬들이 모여들었다. 월드컵 엠블럼으로 통일감 있고 랩핑을 한 40인승 버스 100여대가 사람들을 기다림 없이 실어 날랐다.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외부 세계가 보내는 불안한 시선을 누구 보단 잘 감지한 쪽은 주최측 일 것이다. 조직위와 FIFA는 이런 우려의 목소리를 불식시키고자 콤팩트한 월드컵의 단점 감추기에 급급하는 대신 장점을 적극 어필하는 일종의 역발상 전략으로 나갔다. 이에 맞춰 기술적, 제도적 장치도 마련됐다. 팬들은 FIFA 공식 채널을 통해 연속하지 않는 하루 두 경기의 티켓을 구입할 수 있었고, 미디어 역시 연속하지 않는 하루 경기의 취재 신청을 할 수 있었다.

조별 리그 기간 대부분은 13시, 16시, 19시, 22시(모두 현지 시각)에 각각 킥오프 하는 네 경기로 하루 일정이 구성된다. 곧, 13시와 19시, 13시와 22시, 16시와 22시 세 가지 조합으로 '공식적'인 하루 두 경기 관전이 가능하도록 한 주최측의 설계였다. 대회 이틀째 11월 21일은 하루 앞당겨진 개막전을 제외하고 16시, 19시, 22시 세 경기가 예정됐다. 연속하는 세 경기 관람이 가능하다면 연속하지 않은 두경기의 관람이 가능할 것이므로 대회 이틀째이자, 하루 여러 경기가 열리는 첫날 연속하는 세 경기 관전이 도전했다. 이런 과감한 시도의 제안에 시험적이고 특별한 케이스가 인정돼 세 경기 모두 취재신청이 받아 들여졌다. 

첫 경기인 16시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의 잉글랜드-이란전 전반에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이란 골키퍼 베이바란드의 부상으로 경기가 15분 가까이 지체된 것이다. 일정은 순차적으로 밀렸다. 어쩔 수 없이 후반 경기가 진행되는 중임에도 당초 경기장을 빠져나오려고 했던 시간에 맞춰서 다음 경기장인 알 투마마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관중들의 퇴장 물결과 겹치지 않아 시간을 꽤 단축할 수 있었다. 지하철 골드 노선 '스포츠시티' 역에서 출발, 한번 환승을 거쳐 레드노선 '프리 존'역까지 걸린 시간은 약 25분이었다. '프리 존' 역의 무료 셔틀버스로 알 투마마 경기장에서 약 1.9km 거리의 하차 지점까지 이동했다.

빠른 걸음으로 스타디움 미디어석에 도착하니 다행히도 아직 19시 킥오프의 네덜란드-세네갈 두 나라 국가가 울려 퍼지기 전이었다. 네덜란드의 2-0 승리를 확정하는 종료 휘슬이 울린 시간이 20시 50분, 미디어 셔틀 정류장을 향해 잰걸음으로 움직였다. 좌석이 다 채워지자 메인 미디어센터(MMC)행 버스는 공지된 스케줄보다 빨리 시동을 걸었다. MMC에 닿은 시간은 21시 30분, MMC와 22시 미국-웨일스전이 시작되는 아마드 빈 알리 경기장 까지는 지하철 그린노선이 연결하는데, 6분 남짓 걸리는 두 정거장 거리였다. 이날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경기까지 무사히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적어도 교통 수단의 미비로 인해 불편감을 토로하는 방문객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시내 펜 페스티벌에서 각 경기장으로 향하는 무료 셔틀버스도 잘 준비돼 있으며 우버, 카림 등 공유 교통 뿐만 아니라 택시를 이용하는 선택지도 경기장으로 이동하는 좋은 수단이라 생각된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카타르 내국인들에겐 자차이용이 권장된다는 점이다. 경기장마다 거대한 주차장을 갖추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렇게 카타르 거주인과 방문객들의 동선을 분리하여 교통 혼잡을 최소화하려는 조직위원회의 노력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지나치게 고비용인 숙박문제는 여전히 골치거리임이 분명하다. 콘테이너 박스에 침대를 넣어 만든 '팬 빌리지'는 방문객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으며 오만 UAE등 인근 국가에서 셔틀 비행기로 출퇴근하듯이 경기 관전하라는 제안 역시 흔쾌히 받아들일 수만은 없는 옵션이다. 하지만 주최 측이 콤팩트한 월드컵의 장점으로 부각시켰던 하루 두 경기 관전만큼은 겉으로 내세우기 위한 과장이 아니었음을 직접 발로 뛰며 확인했다. 조금은 타이트했으나 연속하는 하루 세 경기 참관에 무리가 없었다.

따라서 연속하지 않는 하루 두 경기 참석은 충분히 그리고 여유 있게 가능할 것이다. 16년 전, 2006 독일 월드컵 당시의 일이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보였던 하루 두 경기 관전에 도전했던 그날이 지금도 기억에 선명하다.  2006년 6월 17일 15시 프랑크프루트의 포르투갈-이란전에 이어 같은 날 21시 카이저슬라우테른의 이탈리아-미국전에 모두 참석할 수 있었다. 고속철도 ICE의 도움과 20대 나이의 빠른 걸음이 성공요인이었다. 한가지를 분명히 밝혀 두고자 한다. 2006년 독일에서도, 2022년 카타르에서 절대 뛰진 않았다. 

글=양정훈 칼럼니스트 

편집=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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