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컨디션에서 최고 퍼포먼스' 김윤식이 돌아본 안우진과 쇼다운[SS인터뷰]

윤세호 2022. 11. 24.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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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선발투수 김윤식이 지난달 2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키움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 5회말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고척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이천=윤세호기자] “2회까지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다. 계속 이번 이닝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던졌다. 스피드도 안 나왔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타자를 잡으니 또 다른 재미가 있더라.”

어느덧 약 한 달이 지났는데 지금도 생생하다. 처음 포스트시즌 무대에 선발 등판한 신예 투수가 리그 최고 에이스와 쇼다운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군더더기 없는 투구 메커닉으로 안정된 제구력을 뽐냈다. 영리하게 구종을 배합하며 든든히 마운드를 지켰다. 비록 플레이오프(PO) 3차전에서 팀은 패배했으나 희망을 선물했다. 강렬한 한 해를 보낸 LG 왼손 선발투수 김윤식(22) 얘기다.

팀 내부적으로는 걱정이 많았다. 김윤식의 기량을 의심한 것은 아니었다. 컨디션이 문제였다. 허리에 이상을 느끼면서 계획대로 포스트시즌을 준비하지 못했다. PO를 앞두고 교육리그에서 한 차례 실전에 나섰는데 정해둔 투구수와 이닝수에 도달하지 않았다. 당시 사령탑이었던 LG 류지현 감독은 PO 2차전이 끝나고 곧바로 선발투수를 발표하지 않았는데 그만큼 신중했다.

걱정은 기우였다. 김윤식은 이따금씩 투구 후 마운드 위를 걷고 경기 중후반에는 허리를 잡기도 했지만 최고의 투구를 했다. PO 3차전 키움 에이스 안우진과 선발 대결에서 5.2이닝 3안타 3탈삼진 0볼넷 1실점으로 활약했다. 경기 초반 실점 위기를 극복한 후 여유롭게 키움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김윤식의 체인지업에 야시엘 푸이그는 혀를 내두르며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천LG챔피언스파크에서 내년을 준비하고 있는 김윤식은 지난 23일 “2회까지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다. 계속 이번 이닝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던졌다. 그 정도로 컨디션이 안 좋았다”며 “당연히 스피드도 안 나왔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타자를 잡으니 또 다른 재미가 있더라”고 미소지었다.

김윤식의 말대로 구속은 정규시즌보다 떨어졌다. 140㎞ 중반대까지 나왔던 속구 구속이 140㎞ 초반대에서 형성됐다. 자연스럽게 체인지업의 구속도 110㎞대 후반으로 떨어졌다.

김윤식은 “경기 후 데이터를 보니 공이 참 형편없었다. 체인지업에 헛스윙을 해도 타자들의 배트가 공 위에 있는 게 아닌 아래에 있는 모습이었다. 푸이그가 그랬다”고 웃으며 “그래도 평소대로 던지기로 마음 먹은 게 잘 통한 것 같다. 타자들의 배트를 내게 하고 맞혀서 잡자는 생각으로 투구했다. 삼진 의식하지 않으면서 빨리 승부하자는 마음으로 던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회상했다.

논란이 됐던 교체 타이밍에 대해선 코칭스태프의 판단이 맞았다고 돌아봤다. 김윤식은 “한계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허리에 손이 갔던 것 같다”며 “물론 지금 돌아보면 후회는 한다. 투수라면 당연히 한 이닝을 끝내고 투구도 마치고 싶다. 그래도 당시에는 교체 타이밍이 적절했다고 본다”고 했다.
LG 선발투수 김윤식이 2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플레이오프 3차전 4회말 2사 1루에서 푸이그를 상대하기 앞서 투수코치를 기다리고 있다.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6회말 리드 상황에서 불펜진에 공을 넘겼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LG는 김윤식의 주자 한 명을 포함해 3실점해 역전을 당했고 7회초 다시 리드를 잡았으나 7회말 3실점해 역전패를 당했다. 다음날 PO 4차전도 패하면서 허무하게 2022시즌 마침표가 찍혔다.

김윤식은 PO 4차전 패배 후 느낀 감정을 두고 “갑자기 시즌이 끝나버렸다. ‘우리가 여기서 떨어질 전력이 아닌데 왜 떨어졌지?’ ‘왜 갑자기 이렇게 끝나는 거지?’ 나도 모르게 혼자 되물었다. 시즌 중 아쉬웠던 순간 하나하나가 기억이 났다. 모든 게 다 아쉬웠다”고 고개를 숙였다.

결말은 잔인했지만 김윤식은 올해 굵직한 발자국을 찍었다. 후반기 토종 에이스로 맹활약하며 LG의 정규시즌 2위를 견인했다. WBC 대표팀 예비 50인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LG가 고대했던 수준급 토종 선발투수가 드디어 나왔다.
LG 선발투수 김윤식이 지난달 2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키움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 6회말 2사 3루 상황에서 마운드에서 내려가면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김윤식은 5 ⅔이닝 3피안타 1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고척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김윤식에게 ‘한 해를 정리해달라’고 하자 주위를 향한 고마움부터 전했다. 그는 “고마운 분이 정말 많다. 먼저 김광삼 코치님께 감사드린다. 고등학교 2학년부터 투수를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제대로된 투수 훈련을 받아본 적이 없다. 광삼 코치님 덕에 하체를 쓰는 법을 알았다. 광삼 코치님께서 하체 훈련 루틴을 만들어주셨고 이후 모든 게 좋아졌다. 볼넷이 크게 줄어든 것도 하체가 잡히고 컨트롤이 됐기 때문이다. 광삼 코치님에게는 아무리 고마움을 전해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시즌 끝까지 큰 탈없이 도와주신 트레이닝 코치님들께 감사하다. 코치님들이 안 도와주셨으면 절대로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을 것이다. 항상 옆에서 도와주시는 불펜 포수 형들한테도 감사하다”며 “못 던졌던 경기도 많았는데 끝까지 믿고 기용해주신 류지현 감독님, 경헌호 코치님께도 정말 감사하다. 나 때문에 고생 많이 한 (허)도환 선배님, (유)강남이형. 마운드에서 두 포수 선배님만 믿고 잘 던졌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2022시즌을 돌아봤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듬해부터 상대팀 타자로 마주하는 유강남과 승부에 대해 “강남이형과 승부에서는 초구부터 직구로 갈 것이다. 정면승부로 이기겠다”며 “내년 목표는 규정이닝 소화다. 그리고 좀더 스피드를 활용하는 투구를 하고 싶다. 마냥 빠르게만 던지는 게 아니라 꾸준히 변화를 주면서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내 투구 스타일을 확실히 만들고 싶다”고 다짐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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