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등 독자 제재 논의에 北 '격한' 반응… 왜?

노민호 기자 2022. 11. 24.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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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백번 천번 해보라"면서도 '서울=과녁' 위협
"사이버 분야 제재 연계는 중·러만으론 막기 어려워"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조선중앙TV 캡처) 2022.8.11/뉴스1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북한이 우리 정부가 검토 중인 독자 대북제재를 겨냥해 '격한' 반응을 보였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명의 담화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하는가 하면 서울을 '과녁'에 빗대며 위협을 가한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와 미국 정부 등은 북한의 제7차 핵실험 등 중대 도발시 그들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원으로 지목돼온 암호화폐 탈취 등 불법 사이버활동을 차단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 위한 협의를 지속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김 부부장이 우리 측을 향한 비난과 도발 수위를 높인 건 그만큼 북한의 사이버 분야 활동에 대한 한미 등의 제재 논의를 주시하고 있음을 방증해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동생 김 부부장은 24일 담화에서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 또한 추가적인 독자 대북제재 조치를 검토 중인 데 대해 "역겨운 추태"라며 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특히 우리 측을 겨냥, "제 주제에 우리에게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제재'하겠단 건지 정말 보다 보다 이제는 별꼴까지 다 본다"며 "무용지물이나 같은 제재 따위에 '상전'(미국)과 '주구'(한국)가 아직 그렇게 애착을 느낀다면 앞으로 백번이고 천 번이고 실컷 해보라"고 날을 세웠다.

아울러 김 부부장은 이번 담화에서 윤 대통령에겐 '천치바보', 서울엔 '과녁'이란 표현을 쓰면서 거듭 막말을 퍼부어댔다.

김 부부장의 '막말' 담화는 과거에도 수차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아직 실행에 옮기지도 않은 대북제재, 그것도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제재가 아닌 각국의 독자제재에 대해 날선 반응을 보였단 점에서 그 배경 등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단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올 들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하는 등 전례 없이 높은 빈도의 무력도발을 이어왔으나, 안보리 차원의 제재 등 공동 대응 논의는 사실상 벽에 부딪힌 상태다. 북한의 주요 우방국이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관련 논의를 위해 안보리 회의가 소집될 때마다 공동 대응에 이견을 표시하며 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중·러 양국은 앞서 5월 안보리에서 북한의 ICBM 발사 재개 등에 따른 추가 제재 결의안이 표결에 부쳐졌을 때도 '거부권'을 행사하며 이를 무산시켰다. 안보리에선 △15개 이사국 가운데 9개국 이상이 찬성하는 동시에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중 어느 1곳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새 결의안 채택이 가능하다.

ⓒ News1 DB

중·러 양국이 이처럼 안보리에서 '뒷배' 역할을 자임함에 따라 북한은 올해에만 최소 8차례(개발시험 및 실패 사례)에 걸쳐 ICBM을 쏘는 등 도발을 '일상화'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그 기술을 이용한 모든 비행체 발사는 비행거리와 종류 등에 관계없이 모두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도발에 대한 '미국 책임론'과 '제재 무용론'을 주장하고 있단 점에서 "추후 7차 핵실험이 현실화되더라도 대북제재에 미온적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미 등 각국이 독자제재를 검토해온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현재도 우리나라와 미국·일본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주요국 등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경제·금융 분야 등을 중심으로 독자제재 조치를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엔 안보리 차원의 제재 내용과 별반 차이가 없이가 없어 '제재에 뜻을 같이한다'는 상징적 조치의 성격이 강했다.

반면 북한의 암호화폐 탈취 등 불법 사이버 활동에 관한 제재는 아직 안보리 차원의 제재엔 포함돼 있지 않은 상태여서 각국이 관련 독자제재를 연계·강화한다면 "북한에도 충분히 위협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외교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그동안 안보리 차원의 제재로 무역과 금융거래, 노동자 해외 송출 등을 통한 외화벌이 창구가 닫히자 암호화폐 해킹·탈취 및 이를 활용한 자금세탁에 집중해온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지난 3월 블록체인 기반 게임 '엑시인피니티' 해킹을 통해 탈취한 암호화폐 규모가 올 상반기 중 탄도미사일 31발을 쏘는 데 쓴 비용(4억~6억5000만달러)과 맞먹는 6억2000만달러(약 8286억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이와 관련 미 정부는 지난 2019년 북한의 '3대 해킹 조직' 라자루스·블루노로프·안다리엘 등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데 이어 2020년엔 북한군 정찰총국 소속 해커를 기소하는 등 일찌감치 사이버 분야에 대한 독자제재 조치를 취해왔다. 미 정부는 올 들어선 북한 해커가 훔친 암호화폐 '세탁'을 도운 '믹서' 업체 2곳도 제재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14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제재 회피에 관여한 혐의로 북한 국적자 15명과 기관 16곳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했지만 아직 사이버 관련 제재는 취하지 않은 상태다.

이와 관련 정 박 미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는 지난 17일 서울에서 열린 '북한 암호화폐 탈취 대응 한미 공동 민관 심포지엄'에 참석, "북한의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은 한미만이 아닌 세계적인 문제"라며 "국제사회가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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