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대통령실 ‘언론 대응’ 불안하다

2022. 11. 2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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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변호사, 前 국회의원

오보와 다퉈야 할 필요 있지만

누가 봐도 합리적 방식이 중요

아마추어적 대응 속출해 의아

비속어 논란과 MBC 뒤죽박죽

자칫 잘못하면 덤터기 쓸 수도

참모들 제 역할 하는지도 의문

최근 대통령실이 언론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여러 차례 의아했다. 정부에 공보 전문가가 수도 없이 많을 텐데, 대(對)언론 경험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나올 수 없는 실수가 너무나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라고 해서 비판적인 보도를 모두 받아들이고 순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기사가 틀렸다고 다툴 수도 있고 그런 일이 계속되면 정면으로 대립해야 할 때도 있다. 다만, 누가 보더라도 합리적 근거가 있어야 하고 수단이나 방법도 적절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MBC 기자를 전용기에 못 타게 하거나 순방 도중에 대통령이 일부 매체의 기자들만 불러서 사담을 나눈 것은 대통령실에서 언론을 대하는 방식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아마추어적이다.

전용기 탑승 배제 조치의 예를 보자. 그간 MBC의 보도가 객관적이지 못했다는 시각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정치적 편향성을 넘어 윤리적 문제까지 있어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김건희 여사 관련 보도를 하면서 재연 화면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아 MBC 스스로 영상을 비공개 처리한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정부에서는 이런 부당한 보도에 대응해야 한다고 느꼈을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진행되는 방식은 거의 A부터 Z까지 다 틀렸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대통령실이 문제 삼은 것은 이른바 ‘비속어 논란’ 보도다. “동맹을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는 악의적인 행태”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보도에 대해 MBC가 일방적으로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국민도 있다. 비속어 사용 여부를 명확하게 확인하지 못하는 대통령실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보는 사람도 많다.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거친 표현에 대한 국민 우려를 알고 있다”고 한 반면, 부대변인은 “(비속어 사용 여부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비속어 사용 대상이 야당인지에 대해서도 오락가락했다. 대통령이 정확히 무슨 발언을 한 것인지도 잘 모르는 대통령실이 MBC의 보도가 왜곡됐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 보도를 구실로 매체와 다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전용기 탑승 배제라는 수단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 조치는 지난 2018년 도널드 트럼프의 백악관이 CNN 기자를 기자회견에서 배제시킨 일을 떠올리게 한다. 대통령실의 조치가 알려지는 순간 두 사례를 비교하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리라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그런데 다른 것도 아닌 언론을 대하는 방식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트럼프와 비슷하다고 인식되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일까. 대통령실에 있는 공보 전문가들은 그런 생각도 못 해 봤던 것일까.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그런 방식을 택한 게 이해될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이런 조치가 MBC의 보도를 좀 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까? 전혀 아닐 것이다. 오히려 ‘편향적이라고 볼 수 있는 기사에 대한 비판’을 ‘언론 자유에 대한 정부의 간섭’으로 변질시킨다. MBC 내부에도 기존의 보도 경향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텐데, 대통령실의 이번 조치는 그들이 발언할 수 있는 입지를 대폭 좁혀 버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얼마 전 국회에 나와 질의에 답변하는 정무수석의 발언을 보면서 힌트를 얻었다. 이진복 정무수석은 대통령실의 조치를 비판하는 야당 의원에게 “좋게 생각합시다.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 더 좋잖아요”라고 말했다. 초보적인 실수가 계속되는데 대통령의 참모는 바로잡으려는 노력이나 충언을 하긴커녕 좋게 보면 된다는 말이나 하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 회견)을 중단하겠다고 한다. 결정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 또 MBC 핑계를 댄 것은 절대 현명한 일이 아니다. 법의 영역에서는 누구의 책임인지를 따지는 게 필요하지만, 정치의 영역에서는 스스로 책임을 떠안는 모습을 보이는 게 더 중요하다. 도어스테핑을 계속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하는 대통령과 MBC 때문이라고 남 탓을 하는 대통령 중 누가 국민에게 더 솔직하고 믿음직하게 보일까. 참모들은 그런 얘기를 대통령에게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입을 다물고 그저 좋게 보면 좋다고 혼잣말이나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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