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사라지는 ‘재벌’

김병채 기자 2022. 11. 2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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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은 한국에서만 존재했다.

그만큼 한국의 대기업은 해외에서도 유난한 존재로 인식됐다.

이미 국내외에서 한국 대기업을 재벌이라고 칭하는 빈도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앞으로 한국 대기업은 재벌이 아니라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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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채 산업부 차장

재벌은 한국에서만 존재했다. 외신에서도 한국 대기업에 대해서만 특별히 ‘chabeol’이라는 용어를 굳이 썼고, 영어사전에도 등재됐다. 2007년 체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장에서 미국 대표단은 재벌이라는 말을 거리낌 없이 썼다고 한다. 그만큼 한국의 대기업은 해외에서도 유난한 존재로 인식됐다. 세계 어느 나라 기업보다 빨리 성장했지만, 특권과 정경 유착이라는 꼬리표를 한국 대기업은 수십 년 동안 잘 끊어내지 못했다.

특별한 존재였던 재벌이 이제 사라질지 모르겠다. 이미 국내외에서 한국 대기업을 재벌이라고 칭하는 빈도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재벌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있는 이유는 단연 기업들의 변화 노력을 꼽아야 한다. 1997년부터 시작된 외환위기를 겪고, 2000년대 초반 단기 차익을 노린 해외 자본의 공격도 받으면서 대기업들의 시야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게 넓어졌다.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해외시장을 개척했고, 기업의 경영 방식도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에 올랐다. 대부분의 대기업이 순환출자 틀에서 벗어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선진적인 지배구조를 가지게 됐고, 규정에 입각한 책임 경영이 이뤄졌다.

이제는 오너도 회사의 일상적인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없는 이사회 중심 경영이 대세로 자리 잡았고, 한국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도 선도하는 나라가 됐다. 변화의 동기는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기업들의 절박함이었다. 하던 대로만 해서는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인식이 변화를 이끌어 냈다.

대부분의 한국 대기업은 창업주 기준으로 봤을 때 3세대 경영을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오너 3세들이 과거와 같은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고 앞세대와 같은 통찰력이 없다는 지적을 하지만, 환경이 바뀌었다는 점을 분명하게 고려해야 한다. 앞선 시대의 기준으로 지금의 사람을 재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오너 3세들은 마지막 남아 있는 재벌의 유산도 버리려고 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자녀들에게 기업 경영권을 넘겨주지 않겠다고 했다. 이 회장이 밝힌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은 창업과 성장에 이은 한국 대기업의 3.0 버전이다. 앞으로 한국 대기업은 재벌이 아니라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렇게 기업들은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며 오늘 이 자리까지 왔지만, 대기업을 재벌로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변하지 않은 거 같다. 정치권은 여전히 대기업을 재벌로 취급하고 있다. 아직도 특권, 갑질, 반칙의 관점으로만 대기업을 바라보고 끊임없이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여전히 기업은 정치권력이 시키고 지시하면 따르는 곳이라는 생각도 한다. 아직도 대통령이나 장관의 ‘병풍’으로 기업인을 활용한다.

검찰 역시 바뀐 시대와 기업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여전히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면서 해외에서는 볼 수도 없고, 일반인은 이해하기조차 힘든 법 조항의 처벌 규정을 앞세운다. 기업은 오랜 세월에 걸쳐 충분히 변했다. 앞으로는 기업을 바라보는 후진적인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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