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금리 인상 ‘부메랑’...돈 줄 마른 기업, 고난의 행군

2022. 11. 2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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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 대응에도 쉽지 않은 정상화
회사채 막히자 우량 대기업도 CP 발행
대출·유상증자 등 자금조달 수단 총동원
한은 ‘베이비스텝’...추가 ABCP 매입도

한국은행이 사실상 경기침체를 예고한 가운데 국내 시장의 자금경색 위기가 단기간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시장의 긴장도는 높은 상황으로 일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금리는 연 20%를 돌파했고,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이 막힌 대기업들도 기업어음(CP)에 연명하는 모습이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특수목적회사(SPC) 파인우노가 발행하고 GS건설이 신용보강한 잔존만기 39일짜리 PF ABCP(A2+등급)는 연 20.3~21.0% 금리에 거래됐다.

PF ABCP 금리는 9월 말 레고랜드 사태 전까지 연 3~4% 안팎을 유지했으나 이후 급격히 상승해 지난달 중순에는 연 7~9% 수준으로 올랐다. 이달 중순 증권사나 건설사가 신용 보강한 PF ABCP 금리는 대체로 10~15%대 육박한다.

이달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PF ABCP 잔액은 16조9000억원으로 전체 발행 잔액 중 절반에 가깝고, 다음달 만기가 도래하는 잔액도 4조9000억원 수준이다. 연말까지 만기가 많다는 점은 자금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자금시장 경색에 금리인상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은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고금리를 감수하면서까지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한편 우량 대기업도 CP 발행에 눈을 돌린 상황이다.

실제 최근 삼성중공업 두 차례에 걸쳐 2년물 연 금리 7.1%에 500억원, 3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회사채 시장의 큰손이었던 SK는 3년물과 5년물 CP 1000억원씩을 발행했다. 매년 회사채 시장을 찾았던 HL만도의 경우 올해는 사옥 매각과 단기차입금 등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시장에 돈이 안 돌자 갖고 있는 자산을 팔아 유동성 위기에 대비한 것이다.

대출과 유상증자로 자금줄을 확보하는 곳도 있다. 롯데건설은 최근 사옥을 담보로 일본 미즈호은행으로부터 3000억원을 대출받았다. 이에 앞서선 롯데케미칼·롯데정밀화학·롯데홈쇼핑 등 계열사로부터 각 5000억원, 3000억원, 1000억원 규모로 단기 차입을 단행했다. 롯데케미칼과 호텔롯데, 롯데알미늄은 주주배정 유상증자로도 롯데건설을 지원했다.

재계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높은 신용 등급의 회사채에도 돈이 몰리지 않아 자칫 흑자 도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며 “각 기업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현금을 확보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이 같은 기업들의 자금확보 노력이 CP 금리를 올리는 등 악순환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연일 최고치를 경신 중인 91물 CP 금리는 22일 연 5.38%까지 치솟았으며, 국고채 3년물과 신용등급 ‘AA-’ 회사채 3년물 간의 차이인 신용스프레드도 1.655%포인트로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국고채가 이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분을 선반영한 상황에서 회사채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커지면서 금리차가 벌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CP 금리를 올리는 악순환으로도 작용한다. 연일 최고치를 경신 중인 91물 CP 금리는 전날(22일) 연 5.38%까지 치솟았다. 국고채 3년물과 신용등급 ‘AA-’ 회사채 3년물 간의 차이인 신용스프레드도 1.655%포인트로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국고채가 이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분을 선반영한 상황에서 회사채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커지면서 금리차가 벌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선 이날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국내 자금경색 상황을 고려해 베이비스텝(기준금리 25bp 인상)을 단행했다. 정부도 1조8000억원을 풀어 증권사 보증 PF ABCP를 매입하는 프로그램을 이날부터 가동하는 등 추가 유동성 대책을 진행 중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투자심리가 워낙 위축돼 있어 정책 효과를 보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더욱이 23일(현지시간) 공개된 11월 FOMC 의사록에서 연준이 처음으로 내년 경기침체를 시사한 만큼 글로벌 긴축기조 역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을 비롯해 특수기관, 은행과 증권사까지 연말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가담하고 있다”면서 “이미 신용 위험에 대한 우려가 확산된 현재 훼손된 투자심리는 단기에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내년 연초 시장 내 자금 유입이 이뤄지기 전까지 이 위기 국면을 넘기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책 당국의 적극적인 조치에도 불구하고 시장 참가자들의 크레딧 채권에 대한 접근은 조심스럽다”면서 “현재의 자금경색·크레딧 위축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원호연·주소현 기자

awar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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