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국조 여야 합의에…유족측 "희생자를 협상도구로 이용"
국힘 "협상방향 옳았다"…민주 "늦었지만 與 동참 의미 있어"
(서울=뉴스1) 이훈철 기자 = 이태원 참사 관련 국정조사 협상 과정에서 여야가 '선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한 데 대해 일부 참사 유가족들은 '희생자를 어떻게 협상도구로 이용할 수 있느냐'며 정치권에 분노를 표출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고(故) 이지한씨와 송채림씨의 유족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여야 합의로 국정조사가 실시되게 된 데 대해 "이것을 협상이라고 해야되나, 합의라고 해야 하나"라며 "이태원 참사를 두고 어떻게 협상 도구로 이용할 수 있는지, 희생자를 협상도구로 이용한다는 것 자체가 화가 났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씨의 아버지는 "'(여당이 야당에)너희들이 예산처리해주면 합의해줄게'라고 하는 것은 희생자 가족이 느끼는 슬픔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당략을 위해서 그 무엇도 이용하겠다는 것"이라며 "국민의 대표라는 사람들이 과연 올바른 처사일까 답답하다"고 한 숨을 내쉬었다.
유가족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도 요구했다.
이씨의 아버지는 "지나가다가 생각나서 하는 형식적인 사과가 아니라 행정부 수반으로서 진심어린 사과를 바란다"며 "사람을 잘못 쓴 데 대한, 국민의 안전을 지키지 못한 진심어린 대국민 사과를 바란다"고 말했다.
송씨의 아버지는 "대통령의 유감 표명 정도가 아니라 공식적인 담화문 발표 정도는 있어야 한다"며 "그렇게 해야 경찰 수사 믿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협상에 예산안 처리를 우선한 데 대해 예산처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국조 협상 방향이 옳았다'고 자평했으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의 동참에 의미를 뒀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와 관련해 "주호영 원내대표의 협상 방향이 옳았다"며 "원만하게 예산정국이 여야 간 대화와 타협으로 마무리되기 위해 여야 간 협상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평가했다.
정 위원장은 "이 시점에 국조가 적절치 않다고 보는 것은 특수본 수사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며 "특수본 수사 결과 발표와 우리 예산처리가 비슷한 시점에 이루어진다면 국조 방해 요인은 제거되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당초 국정조사 보다는 이태원 참사 원인과 책임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 먼저라는 입장이었다.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국정조사를 동시에 수행하는 것은 수사에 있어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봤다.
정 위원장은 "그렇기 때문에 여야 간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겠다(고 생각했다)"며 "예산 국회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내년도 예산은 우리 국민의 삶의 문제, 국가 살림의 문제다. 이보다 중요한 것이 어디에 있느냐"고 설명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결국 국민의힘도 158명이 희생된 국가적 참사 진상규명에 국회가 나서라는 민심을 더는 거스를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늦었지만 국정조사에 동참한 것을 의미있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국정조사에서 정쟁이나 당리당략은 결단코 없어야 한다"며 "어렵게 시작한 국정조사인 만큼 국민의힘이 진술이나 증인채택 방해 등 정부 방패막이를 자처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경계했다.
전날 여야는 10·29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에 전격 합의했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서를 채택하고 45일간 국정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앞서 국정조사에 반대입장을 표명해 온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국정조사 계획서 승인의 건'에 대해 반대토론 발언 신청서를 의사과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boazh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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