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의 달콤한 입맞춤, 모스카토 다스티의 ‘그랑크뤼’ 카넬리의 탄생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최현태 2022. 11. 2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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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프리미엄 모스카토 다스티 선보인 미켈레 끼아를로를 가다/화이트 트러플과 미식의 도시 피에몬테 알바·아스티는 이탈리아 와인의 심장/아스티 최고 빈야드 카넬리 포도로만 빚는 니볼레P 탄생 

미켈레 끼아를로 니볼레P
이탈리아 피에몬테(Piemonte) 아스티(Asti)의 중세시대 성에 자리 잡은 한 레스토랑. 직원이 조심스레 테이블에 올려놓은 리조또 한 그릇엔 탱클탱클한 쌀알이 구름같은 크림소스에 풍덩 빠져 있네요.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라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돕니다. 직원은 다시 뭔가를 들고 오더니 즉석에서 채칼로 “슥삭슥삭” 슬라이스해 리조또 위로 수북하게 떨어뜨립니다. 쌓이고 쌓여 리조또가 완전히 보이지 않을때까지. 슬라이스 조각들은 바로 미각 세포를 하나하나 일깨우는 유명한 식재료 화이트 트러플. 참지 못해 스푼으로 푹 떠 입안으로 밀어 넣자 비강을 가득 채우는 화이트 트러플의 오묘한 향이라니. 반쯤 씹었을때 곁들이는 와인은 미켈레 끼아를로(Michele Chiarlo)의 모스카토 다스티 니볼레(Moscato d'Asti Nivole). 화이트 트러플과 모스카토 다스티의 만남이라니. 구름이라는 뜻의 니볼레처럼, 천국로 가는 계단을 걸어 올라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아갈 것만 같은 행복감이 밀려오네요. 깊어가는 가을, 와인과 음식이 어우러지는 미식의 도시, 이탈리아 피에몬테로 떠납니다. 
아스티협회 화이트 트러플 축제
화이트 트러플
화이트 트러플 리조또
◆피에몬테의 심장 알바와 아스티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로 유명한 이탈리아 와인산지 피에몬테에선 10∼11월 트러플 축제가 펼쳐집니다. 전 세계에서 최상급으로 꼽히는 화이트 트러플의 고향이 바로 피에몬테이고 알바(Alba)산 화이트 트러플이 으뜸입니다. 레스토랑마다 화이트 트러플을 듬뿍듬뿍 뿌려주고 화이트 트러플을 활용한 요리로 최고의 셰프를 뽑는 경연도 열립니다. 2022년은 10월8일∼11월4일 진행됐습니다. 네비올로 품종으로 빚는 ‘이탈리아 와인의 왕’ 바롤로와 ‘와인의 여왕’ 바르바레스코를 품고 있는 곳이 바로 알바랍니다.

피에몬테 위치
피에몬테 지도
미켈레 끼아를로 바르베라 다스티 치프레시와 라 쿠르트
알바와 붙어있는 옆동네 아스티도 특별한 와인으로도 유명합니다. 바로 우리나라에서도 젊은층에 인기 높은 모스카토 다스티입니다.  Moscato d'Asti는 ‘아스티에서 생산되는 모스카토’란 뜻이죠. 레드는 바르베라(barbera) 품종으로 빚는 바르베라 다스티(Barbera d'Asti)가 유명합니다. 피에몬테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품종은 뭘까요. 당연히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를 만드는 네비올로일 것 같지만 사실은 바르베라가 약 31%로 가장 많이 생산됩니다. 이어 모스카토 21%, 돌체토 13%이고 네비올로는 10% 정도입니다. 
미켈레 끼아를로 와이너리 전경
미켈레 끼아를로 테이스팅룸
◆아스티의 터줏대감 미켈레 끼아를로

이처럼 피에몬테의 중요 생산지 아스티를 대표하는 와이너리가 미켈레 끼아를로랍니다. 아스티의 니짜-카넬리(Nizza-Canelli)에 있는 와이너리에 도착하자 미켈레 끼아를로에 이어 2대째 와이너리를 이끌고 있는 알베르또(Alberto)와 스테파노(Stefano) 형제가 반갑게 맞아줍니다. 모던하면서도 식물이 자랄 수 있도록 자연친화적으로 꾸민 와이너리 건물 외관 디자인이 눈길을 사로잡네요. 안으로 들어서자 하얀 테이블이 길쭉하게 펼쳐진 모던한 테이스팅룸이 등장합니다.

알베르토 끼아를로
스테파노 끼아를로
미켈레 끼아를로가 받은 어워드
벽면은 미켈레 끼아를로의 아이콘, 크뤼(Icon Cru) 와인들이 생산되는 아름다운 싱글빈야드 사진들이 차지하고 있네요. 바롤로가 생산되는 체레퀴오(Cerequio)와 카누비(Canubi), 바르바레스코가 생산되는 아실리(Asili)와 파셋(Faset), 바르베라가 생산되는 라 쿠르트(La Court) 포도밭 사진들입니다. 또 와인스펙테이터 톱100 선정과 비니 이탈리아(Vini d’Italia)가 매년 선정하는 이탈리아 최고의 와인 트레 비키에리(Tre Bicchieri) 수상 등 다양한 어워드 사진이 미켈레 끼아를로가 걸어온 길을 이야기하네요.
알베르토 끼아를로
알베르토를 따라 셀러로 들어서자 성인 키를 훌쩍 넘기는 라지 오크 캐스크와 미디엄 오크 캐스크, 작은 바리끄 등 다양한 크기의 오크통에서 와인이 맛있게 익어가는 냄새가 비강을 파고 듭니다. 발효에 사용하는 스텐인리스 스틸 탱크와 함께 나무 탱크도 눈에 띕니다. 셀러에는 다양한 작가들의 팝 아트 작품들이 걸려 마치 미술관을 거니는 느낌입니다.  미켈레 끼아를로 와인들의 레이블로 제작한 아이언맨, 원더우먼, 배트맨, 캣우먼 등 친숙한 캐릭터 작품들도 걸려 셀러를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셀러 작품
셀러 작품
◆고대 로마인이 사랑한 모스카토, 그 달콤함에 빠지다

이제 본격적으로 미켈레 끼아를로의 와인을 시음할 시간. 많은 와인들중에 여행의 피로를 단숨에 씻어주는 모스카토 다스티 니볼레가 가슴으로 파고듭니다. 모스카토는 레몬, 오렌지, 배 등 잘 익은 과일향과 아카시아 등 꽃향, 꿀향이 어우러지는 매우 아로마틱한 품종입니다. 프랑스 뮈스카(Muscat)와 같은 품종이에요. 이름에 ‘Muscat’ 단어가 들어간 포도품종은 대부분 과실향이 풍부하면서도 아로마가 매우 뛰어나죠. 특히 모스카토 다스티는 알코올도수가 5% 안팎으로 아주 낮아 술이 약한 이들이 가볍게 즐기기 매우 좋답니다. 

미켈레 끼아를로 셀러
우드 발효탱크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단 한차례의 발효를 거쳐 만드는데 알코올도수가 4.5~6.5%도 정도가 되면 발효를 멈춰 120~130g/ℓ의 잔당을 지닌 달콤한 와인이 탄생합니다. 효모는 포도의 당분을 먹고 알코올을 만들어냅니다. 따라서 당분이 다 발효되기 전에 탱크 온도를 낮춰 효모 활동을 정지시키면 알코올도수는 낮고 잔당이 있는 와인이 만들어집니다. 샴페인이 보통 6기압인데 모스카토 다스티는 2.5기압으로 버블을 잘 느끼지 못할정도로 아주 부드럽답니다. 모스카토 다스티가 ‘첫사랑의 입맞춤’으로 기억되는 까닭입니다. 
마켈레 끼아를로 모스카토 다스티 니볼레
모스카토는 다양한 클론이 있는데 아스티에서 생산되는 모스카토 비앙코(Moscato Bianco) 품종은 고대 중동에서 그리스를 거쳐 이탈리아로 전파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510년에 쓰인 고대 문헌에 ‘피에몬테 아스티의 모스카토가 아주 훌륭하며 특히 카넬리(Canneli)에서 자란 모스카토는 고대 로마인들의 사랑을 받을 정도로 품질이 뛰어나다’는 기록이 남아있답니다. 1511년에는 이 지역 5분의1 가량이 모스카토를 재배했다고 하니 이미 수백년전부터 카넬리를 비롯한 아스티에 생산되는 모스카토 와인이 큰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세가지 아스티 모스카토 와인
아스티 와인들
아스티에서는 모스카토 한 품종으로 세가지 스타일의 와인을 만듭니다. 모스카토 다스티외에 아스티 세코(Seco), 아스티 돌체(Dolce)가 있습니다. 아스티 세코는 알코올 11%로 일반 와인과 비슷해요. 잔당은 약 17g/ℓ으로는 샴페인의 엑스트라 드라이(Extra Dry)와 비슷합니다. 드라이하면서 신선하고 풍미가 좋아 음식과 잘 어울립니다. 병마개를 보면 보통 스파클링 와인처럼 마감 돼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아스티 돌체는 알코올도수는 6~7%로 잔당은 90~100g/ℓ으로 높아요. 아카시아 같은 흰꽃향과 꿀향이 입안을 가득 채웁니다.  모스카토 다스티는 알코올도수 5%, 잔당은 120~130g/ℓ입니다. 아스티 세코<아스티 돌체<모스카토 다스티 순으로 당도가 높아지고 알코올도수는 낮아집니다. 1932년에 아스티 와인 협회(Consorzio dell Asti D.O.C.G)가 설립돼 아스티 와인을 적극 홍보한 결과 현재 170개국에서 아스티 와인을 즐기고 있으며 연간 9000만병이 생산되는 세계적인 와인이 됐답니다.
알베르토, 미켈레, 스테파노 끼아를로(왼쪽부터)
미켈레 끼아를로 가족
당도를 측정하는 미켈레 끼아를로
◆이탈리아 최초의 프리미엄 모스카토 다스티 니볼레

그런데 저가의 모스카토 다스티 와인을 먹다보면 너무 달기만해서 쉽게 질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산도와 당도 밸런스가 깨져있기 때문이에요. 산도가 잘 뒷받침돼야 당도가 질리지 않고 디저트뿐 아니라 여러 음식과 매칭이 잘 됩니다. 질보다는 양을 중시해 달기만한 저가 모스카토 다스티 와인이 주를 이루던 시절 최초의 프리미엄 모스카토를 선보인 생산자가 30년 이상 모스카토 다스티를 생산한 노하우를 지닌 미켈레 끼아를로로 1990년 니볼레(Nivole)를 선보입니다. 이탈리아 최초의 하프보틀, 375ml 모스카토 다스티랍니다. 니볼레는 2007년 모스카토 다스티로는 매우 드물게 감베로 로쏘의 2비키에리를 수상합니다.또 2016년 와인앤스피릿(Wine & Spirit)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포티파이드&디저트 와인’ 27위에 선정됩니다. 니볼레는 살구, 복숭아 등 잘 익은 핵과일과 자스민 등 싱그러운 꽃 향기, 세이지 등 허브향이 잘 어우러집니다.  또 산미와 당도가 좋은 밸런스를 이뤄 홀짝홀짝 마시다 보니 어느새 빈 바닥이 보이고 마네요. 알베르또가 자신의 딸 이름을 ‘하얀 구름’이란 뜻의 비앙카 니볼라(Bianca Nivola)로 지었을 정도로 애정이 각별한 와인입니다. 

니볼레P
니볼레P
◆카넬리 모스카토로만 빚는 니볼레P 탄생

니볼레가 이처럼 프리엄 모스카토 다스티의 선두주자가 된 이유가 있습니다. 미켈레 끼아를로는 아스티 최고의 포도밭인 카넬리에 300ha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니볼레에는 카넬리에서 자란 모스카토가 자연스럽게 들어가 있단 얘기죠. 카넬리는 아스티에서도 최고 품질의 모스카토가 재배된다는 사실을 인정받아 2020년 아스티에서 분리돼 독립 DOCG가 됐습니다. 그래서 카넬리 모스카토로만 만든 와인은 병에 ‘Moscato d'Asti Canneli’로 표기할 수 있게 됐답니다.  카넬리는 ‘모스카토 다스티의 그랑크뤼 포도밭’이라 할수 있겠네요. 

한국을 찾은 알베르토 끼아를로
이를 기념해 미켈레 끼아를로는 카넬리 포도로만 만든 모스카토 다스티  니볼레 P를 탄생시켰습니다. 역작 니볼레 P 첫빈티지를 한국을 찾은 알베르토를 다시 만났습니다. 니볼레P 병 디자인이 ‘여심저격’입니다. 구름 위에 달콤한 오렌지 떠올리게 만드는 태양을 넣은 기존 니볼레의 레이블을 그대로 가져다 쓰면서 병을 모던한 화이트로 덮어 파티용으로 안성맞춤입니다. 니볼레는 하프보틀이지만 니볼레P는 750ml로 사이즈를 키운 점도 달라졌군요. 미켈레 끼아를로 와인은 금양인터내셔날에서 수입합니다.  
니볼레P
“니짜도 예전에는 바르베라 다스티에 속해있는 마을이었는데 지금 독립 DOCG로 분리됐어요.  카넬리도 모스카토 다스티의 세부산지였는데 새로운 DOCG가 됐답니다. 최고의 모스카토가 자라는 크뤼 빈야드라 할 수 있어요. 일반적인 모스카토 다스티는 ha당 12t 정도 생산되지만 카넬리는 ha당 9t 정도 생산됩니다.  맛과 향이 집약된 포도가 생산되도록 생산량을 줄인 것이죠. 또 자체 연구소에서 매일 포도의 상태를 체크해 당도, 산도, 아로마가 극대화 됐다고 판단되는 순간에 수확을 합니다. 구조감과 밸런스가 좋은 포도를 얻는 것은 바로 이때문이랍니다.” 
니볼레P
미켈레 끼아를로는 또  수령 30년 이상의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모스카토를 사용하고 산화방지를 위한 SO2도 다른 생산자에 비해 20% 정도만 소량으로 사용합니다.  카넬리 포도밭이 독립 DOCG로 분리될 정도로 뛰어난 이유가 있을 것 같네요. “카넬리는 키안티 클라시코처럼 모스카토 다스티의 가장 중심에 있답니다. 해발 고도가 높아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뛰어나 포도는 서서히 완숙됩니다. 특히 모스카토에서 가장 중요한 좋은 산도를 움켜쥐게 됩니다. 카넬리 지역의 50%는 바르베라 다스티의 토양, 50%는 바르바레스코의 토양을 지녔고 일반 모스카토 다스티 포도밭보다  쵸크 토양이 더 많은 것이 카넬리 떼루아의 특징이랍니다. 상파뉴처럼 쵸크 토양에서 자란 포도는 아주 우아한 산도를 지니게 되니 포도의 품질이 당연히 좋을 수 밖에 없답니다.” 
니볼레P
니볼레P의 P는 프리모(primo), 즉 첫번째로 릴리즈로 되는 와인이란 뜻과 첫번째로 좋은 와인이란 뜻을 담았다는 군요. 보통 모스카토는 발효 전 포도즙인 머스트를 탱크에 보관하다 주문이 들어오면 양조를 합니다. 그래서 수입사들이 발주하면 언제든지 공급되는 시스템으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니볼레P는 11∼12월 딱 한번만 양조해 출시합니다. 그만큼 생산량이 아주 작다는 얘기입니다. 총 2000케이스 정도 생산하며 한국에는 300케이스 정도가 수입됩니다. 현재 카넬리에선 거의 모스카토를 재배하며 생산자는 아직 20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성년이 돼 술을 배울때 첫번째로 접하는 와인이 모스카토 다스티라는 군요. “이탈리아 사람들이 첫번째로 먹는 와인이다 보니 접할 기회 많아요. 식사를 하던지 파티를 하던지 모든 순간순간에 모스카토 존재하죠. 리볼레로 칵테일도 만들어 마실 수 있어요. 한국 소비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자유롭게 즐기는 힙한 모스카토가 됐으면 합니다. 요즘 전세계적인 주류 트렌드는 저알콜인데 알코올도수 5% 안팎의 모스카토 다스티는 이에 가장 부합하는 와인일 겁니다.” 
레드 제플린
레드 제플린 4집 앨범 
미켈레 끼아를로는 와인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을 즐깁니다. 니볼레P는 어떤 음악일까요. “1970년를 풍미한 전설의 록밴드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스테어웨이 투 해븐(Stairway To Heaven)이 떠오르네요. 니볼레는 구름이란 뜻인데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면 구름을 통과해야 하니까요. 하하”

아스티(이탈리아)=글·사진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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