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마를라" 결국 보폭 줄였다…기준금리 3%→3.25% '베이비스텝'

세종=안재용 기자, 김주현 기자, 유효송 기자 2022. 11. 2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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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2.11.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기존 연 3%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2011년 6월(3.25%) 이후 11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한번에 0.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다소 안정된 만큼 금융시장 안정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24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사상 처음으로 여섯 차례 연속 인상하면서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2011년 6월 이후 11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대신 0.25%포인트만 인상한 것은 외환시장보다 금융시장 안정을 우선한 결정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서며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10월 금통위(10월12일) 당시 1400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하향 안정세를 보이며 이날 전일대비 14.3원 내린 1337.5원에 출발했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한은이 베이비스텝(한번에 0.25%포인트 금리인상)에 그친 배경 가운데 하나다. 현재 미 연준의 기준금리는 연 3.75~4%로, 시장의 예상대로 다음달 FOMC에서 빅스텝(페드워치 확률 75.8%)을 단행하면 연말 금리가 4.25~4.5%가 된다. 이 경우 한국과 미국간 기준금리차는 상단 기준 현재 1%포인트에서 1.25%포인트로 벌어진다.

양국간 기준금리차가 1%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지는 것은 원화가치 절하 압력으로 작용하는 만큼 외환시장 측면에선 부담이지만 한은은 '속도조절론'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효과에 더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 금리차가 벌어지더라도 연준이 속도조절에 나서 위험회피 심리가 완화되면 상대적으로 위험 통화에 속하는 한국 원화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회사채·단기금융시장 불안이 커진 것도 한은이 빅스텝이 아닌 베이비스텝을 선택한 이유로 보인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과 회사채 시장 등을 통한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하면 회사채·단기금융시장에서 유동성이 말라버리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는 경우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를 역전하거나 장단기금리차가 크게 좁혀지게 되는데 이 경우 순이자마진이 줄어 시장에 공급되는 유동성(자금)이 줄어는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금통위 내부에서도 금융안정에 주목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으로 평가되는 서영경 금통위원은 전일 국민경제자문회의와 한국금융학회 주최로 열린 정책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상황에서는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 좀 더 대내 금융안정(금리)을 고려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0.5%포인트 금리인상에 찬성표를 던진 박기영 금통위원도 지난 11일 "지금은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 금융 안정도 고려해야 할 때"라며 금리인상 속도조절론에 힘을 실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1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국경제학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국제컨퍼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달에 비해 환율이 안정된 것은 좋은 뉴스"라며 "미 통화정책 변화가 있으면 (우리 통화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는데 이 같은 변화가 감지됐다"고 말했다.

다만 물가가 내년 1분기까지 5%대로 지속될 수 있어 금리를 동결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는 5.7% 오르며 석 달 연속 5%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겨울철 난방수요가 커질 경우 에너지 가격이 다시 오를 수 있고 환율도 반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당분간 고물가가 지속될 수 있다.

한편 한은은 이날 발표한 11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0.4%포인트 내려잡았다.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3.7%에서 3.6%로 0.1%포인트 낮췄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으로 세계경제가 위축될 것을 고려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지난 22일 'OECD 경제전망'에서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1.8%로 전망한 바 있다. KDI(한국개발연구원)도 지난 10일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년 한국 성장률을 1.8%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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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안재용 기자 poong@mt.co.kr, 김주현 기자 naro@mt.co.kr,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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