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너 과자 좋아해?” 쇼미11 ‘과자랩’ 공학박사가 랩에 빠진 이유
과자랩’을 듣고 단 한 번이라도 ‘피식’했다면 그녀의 목적은 달성 완료. 웃음과 희망을 전하는 래퍼 ‘닥터쉬룸’을 소개한다.
Mnet '쇼미더머니 11’의 LA 1차 예선에서 한 참가자가 보인 '과자랩’의 가사 일부다. 과자의 이름을 넣어 귀여운 위협을 가하는 이 랩 영상은 유튜브에서 조회수 350만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유치한 듯 재치 있는 '과자랩’의 주인공은 래퍼 '닥터쉬룸’ 천영지 씨다.
그의 본업은 바이오 생명공학 연구원.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뒤 현재 미국 글로벌 제약 회사 연구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과자랩’을 작사·작곡한 래퍼가 연구원이었다니. 11월 15일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 스튜디오에 그를 초대해 래퍼에 도전한 이유를 물었다.
‘쇼미더머니 11’을 안 본 분들은 래퍼 닥터쉬룸을 잘 모를 것 같아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래퍼 닥터쉬~룸입니다! 제 직업인 공학박사를 뜻하는 '닥터’와 버섯을 뜻하는 '머쉬룸’을 합친 단어죠. 머쉬룸은 제 어릴 적 별명인 영지버섯에서 따왔어요. 본명이 '천영지’라 영지버섯으로 불렸거든요(웃음).
반갑습니다. 경연 결과를 물어도 될까요.
아, 저는 LA 1차 예선서 떨어졌어요(웃음). 심사위원님이 이런 원석을 못 알아보시다니! 하지만 내년에 있을 '쇼미더머니 12’를 준비하고 있어요.
탈락 후 어떻게 지내셨어요.
‘쇼미더머니’ 출연 이후로 제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이 생겨서 곡 작업을 이어가고 있어요. 또 이번을 계기로 제가 살고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작곡가, 래퍼들과 친분이 생겼어요. 그분들과 매주 만나 서로 랩을 들려주고 피드백도 받으면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하.
‘과자랩’ 하는 글로벌 제약 회사 팀장
천 씨는 인간공학 박사과정을 밟기 위해 미국으로 이주한 뒤 현재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살고 있다. 얼마 전 결혼한 그는 싱가포르로 신혼여행을 떠나면서 본지와의 인터뷰를 위해 잠시 한국을 들렀다.본업이 미국 소재 바이오 회사의 연구원이라고 들었어요.
현재 공학박사로 글로벌 바이오 제약 회사 연구개발팀에서 일하고 있어요. 그 전엔 바이오젠(Biogen), 샤이어(Shire), 다케다 약품공업, 알렉시온 파마슈티컬스(Alexion Pharmaceuticals) 등에서 근무했어요. 현재는 우리 몸에 약을 침투시키는 기계인 융복합 의료 제품 개발을 맡고 있어요.
갑자기 랩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도전한 이유가 있나요.
우연히 '쇼미더머니’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기사를 봤어요. 지원 마감일이 이틀 남았더라고요. 예전부터 '쇼미더머니’를 좋아해서 언제든 지원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틀 동안 오디션에 제출할 랩 영상 2개를 만들었죠.
‘랩 공장’이네요.
하필 출장 때문에 다른 지역에 있을 때 모집 공고를 봤어요. 그래서 호텔에서 급하게 지원 영상을 찍어 보냈어요. 베개에 휴대전화를 세워두고 '과자랩’을 하는 영상이에요. 유튜브에서 화제가 된 호텔 배경의 영상이죠(웃음). 다행히 합격 전화를 받았어요.
랩이 왜 좋은가요.
랩은 솔직담백한 음악이잖아요. 꾸밈없이 표현하고 싶은 메시지를 가장 솔직하게 전달할 수 있어서 좋아요. 원래도 취미로 일렉트로닉 뮤직과 비트를 만들어왔는데, 올해 7월부터 거기에 가사를 입혀 랩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혹시 회사 동료들도 래퍼 닥터쉬룸의 존재를 알고 있나요.
정말 아무도 몰라요. 완벽한 이중생활이죠. 속눈썹을 붙이는 순간 래퍼 닥터쉬룸의 '페르소나(인격)’가 나와요. '쇼미더머니’ 예선 현장에서도 저를 아는 사람이 1명도 없어서 오히려 편했어요.
그의 개인 인스타그램(@artist_drshroom)은 래퍼 닥터쉬룸의 작업물 저장소다. '과자랩’ '수능랩’ 등 랩의 제목도 가지각색. '수능랩’은 "한번 맞아볼래 백점만점" "쫄병처럼 쫄지 않고 풀어"라는 가사가 담긴 수능 버전 '과자랩’이다. 그는 듣는 재미뿐 아니라 보는 재미까지 챙기기 위해 매번 다른 장소에서 찍어 올린다. 천 씨가 래퍼 닥터쉬룸의 삶을 이어가는 까닭은 무엇일까.
‘피식’했다면 성공
듣는 사람이 한번 '피식’하게 되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싶어서요. 바이오 공학 분야에서 일하다 보니 약이 필요한 환자와 그 가족을 마주칠 일이 많아요. 그분들은 잘 웃지 못하더라고요. 자신의 질병 때문에 힘든 것만큼 아픈 본인에 대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크기 때문이죠. 그런 분들의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덜어낼 랩을 하고 싶었어요.
랩이 정말 개성 넘쳐요. '과자랩’도 '수능랩’도요.
사실 작사할 때 주제보다는 듣는 사람을 먼저 설정하고 시작해요. '수능랩’은 수험생, 이런 식으로요. 목적은 웃음과 재미예요.
‘과자랩’은 그럼 어린이를 위한 랩인가요.
당연하죠. 순수한 웃음을 줄 랩을 만들고 싶었어요. '순수한 웃음엔 어떤 주제가 어울릴까’하다 찾은 게 과자죠. 과자는 모든 사람이 좋아하면서도 종류가 다양하잖아요. 맛과 식감도 제각각이죠. 아삭아삭한 것, 달콤한 것, 짭조름한 것 등 뭐든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죠. 특히 한국 과자 이름은 하나같이 다 재밌고 아이디어도 기발해 가사 쓰기 편했어요.
한국에선 어린이보다 2030 어른들이 더 좋아하는 듯해요.
미국에 살다 보니 최신 한국 과자를 잘 몰랐어요. 다시 보니까 제가 선택한 것들이 다 옛날 과자더라고요(웃음). 아무래도 제가 먹어본 기억이 있는 과자 위주로 가사를 쓰다 보니 옛날 이름이 들어가서 2030분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웃음이 필요한 어디서든 공연하고 싶다"
저도요. '쇼미더머니’에 지원하고 나서 래퍼 이영지 씨도 지원자로 참여한다는 얘길 들었어요. 제 이름이 천영지잖아요. "천영지가 이영지보다 500배 세다"는 랩 배틀 가사도 이미 생각해놨는데(웃음).
그래서 벌써 내년을 준비하는군요.
이번 시즌을 통해 제 랩이 많이 부족했다는 걸 깨달았어요. 연습을 굉장히 많이 한 다른 지원자분들을 보면서 자극받기도 했고요. 저도 더 열심히 랩을 연마해서 내년엔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요. 요즘도 꾸준히 신곡을 만들고 있어요.
신곡에 대해 살짝 알려주세요.
샌프란시스코 현지의 음악 프로듀서와 함께 작업 중이에요. 가사는 모두 제가 썼어요. 새를 무서워하는 친구들에게 영감을 얻었죠.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새’를 보면 새에 대한 두려움이 잘 나타나 있는데 그걸 위트 있게 풀어냈습니다.
래퍼 닥터쉬룸으로서 최종 목표가 있다면요.
웃음이 필요한 어디든 가서 공연하는 거요. 재능 기부의 형태로요. 특히 희귀질환을 앓는 환우들에게 가고 싶어요. 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적다 보니 제약 회사에서 약 개발이 뒤처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환자분들이 제 랩을 듣고 엔도르핀이 분비돼 질병을 더 빨리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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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도균
사진출처 Mnet
이경은 기자 ali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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