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자원 선점’ 민간 경쟁 점화…한발 앞선 일본, 뒤쫓는 미국

곽노필 2022. 11. 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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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아이스페이스, 30일 달 향해 출발
미 기업 2곳도 내년 1분기 발사 예정
착륙 시기는 비슷해 ‘최초’ 경쟁 주목
뉴스페이스, 저궤도 넘어 심우주 확장
일본 신생 우주기업 아이스페이스의 달 착륙선 조감도. 아이스페이스 제공

미 항공우주국(나사)의 새로운 유인 달 착륙 프로그램 아르테미스가 첫발을 뗀 데 때맞춰 우주기업들의 민간 달 착륙선 경쟁도 본궤도에 올랐다.

이는 기업이 우주기술 개발을 주도해 가는 ‘뉴스페이스’ 영역이 저궤도 로켓과 우주선에서 심우주로 확장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우선 일본의 신생 우주기업 아이스페이스가 30일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달 착륙선 미션1(M1)을 스페이스엑스의 팰컨9 로켓에 실어 발사한다. ‘미션1’은 일본의 사상 첫 달 착륙선이기도 하다. 이는 또 지난 8월 한국의 달 궤도선 다누리호, 지난 16일 달 왕복선 아르테미스 1호에 이은 올해 세번째 달 프로젝트다.

일련의 달 탐사 프로그램 ‘하쿠토-아르’의 첫번째 달 착륙선인 미션1은 연료 절약을 위해 지구와 태양의 중력을 이용하는 우회 경로로 비행하기 때문에 달 착륙 예정일은 넉달 후인 2023년 3월 말~4월 초다. 착륙 예정지는 달 앞면 북동쪽 ‘추위의 바다’(Mare Frigoris) 가장자리에 있는 아틀라스 분화구다.

이 착륙선엔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작사)의 과학장비와 함께 아랍에미리트의 소형 로봇탐사차가 실린다. 우주선이 달 착륙에 성공하면 일본과 아랍에미리트는 미국과 러시아, 중국에 이어 네번째 달 착륙국가 대열에 동시에 합류하게 된다.

M1에 실린 아랍에미리트의 로봇탐사차 라시드는 무게 10kg으로, 현재 유일한 달 탐사선인 중국 창어 4호의 10분의 1 크기다. 작동 수명은 달의 하루 중 낮시간(지구 기준 14일)이다. 라시드에는 카메라 4대를 포함한 6개의 과학장비가 탑재된다. 아랍에미리트의 라시드 로버 책임자인 하마드 알 마르주키는 ‘네이처’에 “언제든 일이 잘못될 수 있다”며 “확률은 반반”이라고 말했다.

M1 착륙선에는 라시드 말고도 일본의 이륜 로봇탐사차를 포함해 카메라, 전고체 배터리 등 다수의 탑재물이 실려 달에서도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는지 시험한다.

아이스페이스는 “M1은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위한 달 착륙 기술 검증이며 2024년에 발사할 M2에선 자체 개발 로봇탐사차를 실어 보낸 뒤 2025년 M3부터 나사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참여 등 본격적인 사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이스페이스는 2010년대 중반 엑스프라이즈재단이 주최한 민간 달 착륙선 경쟁에서 최종 후보 5개팀에 오른 바 있다.

미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달 착륙선 ‘노바-시’. 나사 제공

미, 발사는 늦지만 착륙은 앞설 수도

아이스페이스와 달 착륙 경쟁을 벌이는 기업으로는 미국의 애스트로보틱과 인튜이티브 머신스가 있다.

출발은 아이스페이스가 먼저 하지만 누가 먼저 착륙해 ‘사상 최초의 민간 달 착륙선’ 칭호를 가져갈지는 두고 봐야 한다. 앞서 이스라엘의 민간 기업 스페이스일의 우주선 베레시트가 2019년 달 착륙을 시도하다 추락한 바 있다.

미국의 두 기업이 보내는 달 착륙선은 나사가 아르테미스 성공을 위해 지원하는 ‘민간 달 탐사 프로그램’(CLPS)의 일환이다.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달 착륙선 노바-시(Nova-C)는 발사 예정일은 내년 3월이지만 직선 경로로 비행하기 때문에 6일만에 달에 도착한다. 구체적 발사 시점에 따라 아이스페이스보다 먼저 달에 착륙할 수 있다.

노바-시는 달 남극 섀클턴 충돌구의 영구음영지역을 탐사한다. 약 1m 깊이로 구멍을 파 얼음을 채굴하는 게 목표다. 또 점프 로봇 ‘호퍼’가 개구리처럼 뛰어오르는 방식으로 이 지역을 답사한다.

미 애스트로보틱의 달 착륙선 페레그린. 아스트로보틱 제공

올해 안에 착륙선을 발사할 예정이었던 애스트로보틱은 개발과 시험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 현재로선 2023년 1분기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회사의 달 착륙선 페레그린은 나사 장비를 포함해 10여개의 탑재체를 싣고 달 앞면 북동부에 있는 ‘죽음의 호수’(Lacus Mortis)에 착륙한다.

탑재체 중 세 가지가 눈길을 끈다. 우선 영국의 신생기업 스페이스빗이 개발한 4족 보행 로봇 ‘아사구모’가 있다. 다른 천체에 보행 로봇을 보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1.5kg의 아사구모는 다리로 울퉁불퉁한 달 표면을 이동하는 능력을 시험한다. 기술이 완성되면 아사구모 함대를 구성해 동굴을 탐험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스페이스빗은 2014년 우크라이나 출신 기업가가 설립한 회사다.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영국에 첫 달 탐사라는 기록을 선물하게 된다.

일본 로봇벤처기업 다이몬은 자체 개발한 초소형 달 탐사차 ‘야오키’를 보낸다. 멕시코는 다섯대의 소형 로봇을 태워 보낸다. 60g짜리 초소형 로봇들이 달에서 협업하는 시험을 할 예정이다.

애스트로보틱의 달 착륙선 예정지인 ‘죽음의 호수’. 위키미디어 코먼스

착륙하기도 전에…상업적 달 자원 거래 첫 성사

민간 기업의 경쟁적인 달 탐사는 달의 상업적 이용을 예고한다.

아이스페이스는 이달부터 발효된 일본의 ‘우주자원 탐사와 개발을 위한 상업적 활동 촉진법’(약칭 우주자원법)에 따라 최근 정부로부터 달에서 수집한 토양 표본을 판매할 수 있는 면허를 획득했다.

이에 따라 아이스페이스가 2020년 9월 나사와 체결한 달 표토 매매 계약이 법적 효력을 지니게 됐다. 매매대금은 5000달러다. 나사는 지난 9월 선금으로 10%를 지급했다. 탐사선 발사 때 10%를 추가 지급하고, 달 표토 수집에 성공하면 나머지 잔금을 지급한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경제안보성 장관은 “아이스페이스가 달 자원 소유권을 나사에 양도하게 되면 민간 사업자가 달에서 우주 자원을 상업 거래하는 세계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사는 아이스페이스과 함께 루나 아웃포스트와 메스튼 스페이스 시스템스, 아이스페이스 유럽 세곳과도 달 자원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네 기업을 합친 달 표본 매매금액은 2만5001달러다.

일본의 우주자원법은 2015년 미국이 만든 ‘민간우주발사경쟁법’과 비슷하다. 이 법은 미국 기업에 다른 천체에 대한 재산권은 부여하지 않지만 거기서 추출한 우주 자원에 대한 권리는 인정하고 있다. 이후 룩셈부르크와 아랍에미리트도 비슷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들은 모두 2020년 미국이 출범시킨 아르테미스협정 서명국이다. 현재 미국을 포함해 22개국이 서명한 아르테미스협정은 우주 자원의 추출과 활용을 허용하고 있다. 한국도 2021년 이 협정에 서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러시아는 이런 방식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연방우주국(로스코스모스) 국장은 국내법을 이용해 우주자원 처리 권한을 부여하는 일방적인 결정을 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1967년 체결한 우주조약에 따라 우주는 모두의 것이며 그것을 어떻게 이용할지는 여러 나라가 함께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스페이스의 달 자원 거래 성사는 우주자원을 향한 양보없는 경쟁과 대결의 신호탄일 수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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