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0.25%p 인상…내년 성장률 전망 1.7%로 하향

김연주 입력 2022. 11. 24. 09:52 수정 2022. 11. 2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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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사상 첫 6회 연속(4·5·7·8·10·11월) 인상 결정이다. 인상 기조는 유지했지만 보폭을 줄이며 베이비스텝을 밟았다. 원화가치가 달러당 1300원대로 올라서고 미국의 물가 상승 압력이 다소 완화된 영향이다. 자본시장의 '돈맥경화'와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긴축 부담도 속도 조절의 이유다.

한은 금통위는 24일 서울 중구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기준금리가 3.25% 수준으로 높아진 건 2012년 6월 이후 10년 5개월 만이다. 한은은 올해에만 기준금리를 2.25%포인트(연 1%→3.25%)인상했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며 내년 성장률은 대폭 내려 잡았다. 한은은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0.4%포인트 낮췄다. IMF(2.0%)나 OECD의 전망(1.8%) 보다도 더 비관적이다. 반면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7%에서 3.6%로 0.1%포인트 소폭 하향 조정했다. 경기 침체 징후가 뚜렷해진 만큼 긴축의 속도 조절 필요성도 커졌다.

여기에 더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속도 조절 가능성도 한은이 긴축의 보폭을 줄이며 숨 고르기에 나선 이유다. 4회 연속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자이언트 스텝)하며 긴축의 가속 페달을 밟았던 Fed가 ‘천천히 그러나 높고 길게(Slower but Higher & Longer)’ 전략으로 선회한 영향이다. 미국의 물가 상승 압력이 둔화하며 속도 조절의 근거도 생겼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Fed뿐만 아니라 호주 등 글로벌 전반적으로 금리 인상의 속도 조절을 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만큼 한국은행도 보폭을 맞춘 모습”이라고 말했다.

원화가치가 안정을 찾으며 한은도 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원화가치는 지난 23일 달러당 1351.8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 달러당 1300원대에 머무르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2일 금통위 때만 해도 원화가치는 달러당 1424.9원까지 치솟았다. 당시 한은으로서는 0.5%포인트(빅스텝) 인상에 나서며 원화가치 방어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긴축의 부작용도 나타나며 속도 조절의 필요성도 커졌다. 레고랜드 지급 보증 거부 사태가 트리거(방아쇠)였지만, 자본시장의 자금 경색은 급격한 긴축에 따른 것이란 시각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유동성 공급 지원책에도 기업어음(CP) 금리는 세계금융위기 당시던 2009년 1월 이후 13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는 등 우려는 여전하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가계 부채가 1900조원에 육박한 가운데 대출금리도 뛰며 가계의 이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5.70~7.83%로 상단이 8%대에 근접했다.

한은이 베이비스텝을 밟으며 한·미 금리 차를 크게 줄이지는 못했다. 이번 인상에도 상단 기준으로 미국 기준금리는 4%로 한국보다 0.75%포인트 높다. Fed가 다음 달 13~1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을 밟을 경우 금리 차는 다시 1.25%포인트까지 벌어진다.

특히 최근에는 경상수지마저 흔들리고 있어 이 같은 금리 차가 더욱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기초체력(펀더멘털)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금리 격차까지 더 벌어지면 외국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갈 수 있어서다.

자금 유출은 원화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이는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지난달 한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5.7%를 기록하며, 3개월 만에 상승 폭이 확대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 한국은행 통화정책방향문 전문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재의 3.00%에서 3.25%로 상향 조정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하였다. 높은 수준의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어 물가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인상폭은 경기 둔화 정도가 8월 전망치에 비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외환부문의 리스크가 완화되고 단기금융시장이 위축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0.25%p가 적절하다고 판단하였다.

세계경제는 높은 인플레이션 및 주요국의 정책금리 인상 지속,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경기 둔화가 이어졌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로 위험회피심리가 일부 완화되면서 미 달러화가 약세를 보였으며 장기시장금리가 하락하였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국제원자재가격 및 글로벌 인플레이션 향방,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및 미 달러화 움직임,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는 소비가 회복 흐름을 이어갔지만 수출이 감소로 전환하는 등 성장세 둔화가 이어졌다. 고용은 취업자수 증가폭이 둔화되었지만 낮은 실업률 수준이 이어지는 등 양호한 상황이 지속되었다. 앞으로 국내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년 성장률은 지난 8월 전망치(2.6%)에 부합하겠지만, 내년은 지난 전망치(2.1%)를 상당폭 하회하는 1.7%로 전망된다.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가격 오름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전기·가스요금 인상, 가공식품 가격 상승폭 확대 등으로 10월에도 5.7%의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였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과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대 초반의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기저효과, 경기 둔화 영향 등으로 상승률이 다소 낮아지겠지만 5% 수준의 높은 오름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년 및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전망치(5.2% 및 3.7%)를 소폭 하회하는 5.1% 및 3.6%로 전망되지만, 환율 및 국제유가 움직임, 국내외 경기 둔화 정도, 전기·가스요금 인상폭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금융·외환시장에서는 주요국 통화긴축 속도 조절 기대 등으로 장기 국고채 금리와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주가가 상승하였지만, 단기금융시장에서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산담보부 기업어음(PF-ABCP) 등의 금리가 큰 폭 상승하고 거래도 위축되었다. 가계대출은 소폭 증가에 그쳤고, 주택가격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하락폭이 확대되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국내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지겠지만 물가가 목표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향후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는 높은 인플레이션의 지속 정도, 성장 흐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금융안정 상황,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다.


김연주 kim.yeo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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