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기치 ‘자유’…그 정신은 무엇인가 [핫이슈]

김인수 기자(ecokis@mk.co.kr) 2022. 11. 2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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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는 모습.<매경DB>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자유 전도사가 됐다. 취임사에서 무려 35번 자유를 말했다. 광복절 기념사에서도 대통령은 자유를 33번 강조했다. 9월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도 자유를 21번 언급했다.

그때마다 나는 그가 말하는 자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그 자유에 담긴 정신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러나 연설문을 읽어봐도 감이 오지 않았다.

그럴 때면 나는 미국 역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법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런드 핸드(Learned Hand, 1872~1961)가 1944년에 ‘자유의 정신(liberty of spirit)’을 주제로 했던 연설이 기억이 나곤 했다. 대통령이 이 연설을 기억하고 실천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런드 핸드 판사는 자유(liberty)를 ‘억압으로부터의 자유, 결핍으로부터의 자유, 진정한 우리 자신이 될 수 있는 자유’로 규정한 다음, 그 정신을 이렇게 요약했다. “내가 옳다고 너무 확신하지 않는 정신, 다른 남자들과 여자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정신, 편견 없이 자신의 이익과 남들의 이익을 저울질하는 정신”이라고 했다.

사실 이러한 정신이 없다면 ‘진정한 우리 자신이 될 수 있는 자유’는 박탈당할 것이다. 힘 가진 이들이 자신이 옳음을 남에게 강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권력을 가진 이들이 자신의 이익을 남에게 강요할 때 상대는 정당한 이익을 빼앗길 것이다. 그 정도가 심해지면 ‘억압과 결핍으로부터 자유’ 역시 박탈당할 것이다. 결국 자유의 정신은 내가 아닌 그, 우리가 아닌 그들의 믿음과 마음을 이해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안타깝게도 윤 대통령은 취임 후 계속 자유를 외쳤지만, 나는 지금 공허하게 느껴진다. 최근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정치학회, 한국경제학회, 한국사회학회가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니 그렇게 느끼는 사람이 나만은 아니었나 보다. 학자들과 기업인들 다수가 자유의 증진을 못 느끼겠다고 했다. 아무래도 대통령의 언행이나 그와 관련된 정치 영역에서 자유의 정신, 다시 말해 ‘우리 편이 아닌 상대편의 마음을 이해하는 노력‘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대통령은 경제 영역에서 자유를 확대하는 정책을 펴고 있고 이 역시 너무나 중요하다. 규제 완화로 기업을 더 자유롭게 하고, 종합부동산세 같은 약탈적 세금을 완화해 재산권 침해를 막으려 하고 있다. 반드시 해내야 할 사명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우리가 자유의 정신을 느낄 수 있는 건, 상충하는 생각과 이익이 충돌하는 공론의 장이 될 것이다. 정치와 언론이 바로 그런 영역이다. 대통령은 해외 순방을 나가는 전용기에 MBC 기자를 태우지 않았고, 역시나 MBC 기자의 무례를 이유로 도어스태핑을 중단했다. 물론 대통령 입장에서는 그간의 MBC 보도가 악의적인 정파적 보도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도 제시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그토록 외친 자유를 스스로 확대하고 지킬 의향이 있다면 자신의 옳음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헌법 수호”를 위해서 MBC 기자만 전용기 탑승에서 배제했다고 주장하는 건 솔직히 납득하기 힘들다. 게다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삼성 등 기업에 MBC에 광고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기까지 했다. 헌법 수호에 맞는 행위인지 의문이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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