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감독의 ‘로망’ 이 기술…베테랑도 이유불문 나섰다 [인터뷰]
‘이게 될까’서 ‘이게 되네’...수십명이 만든 200분
와이어에 거꾸로 매달려서 배우 호흡까지 찍고
드론이 촬영한 장면 이어받아 9분간 롱테이크도
“30여편 작품 했지만 ‘한 컷’의 무게 느껴
시즌2 확정 된다면 제작진 의기투합 기대”
시간이 새삼 길다고 느껴지는 건 모든 상황이 끊김 없이 한 번의 컷(편집점 없이 이어지는 장면의 최소 단위)으로, 즉 ‘롱테이크’ 기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이 촬영은 고난도다. 모니터 안에서 연기를 펼치는 배우뿐 아니라 바깥에서 카메라·조명·음향·특수효과를 담당하는 수십명의 스태프까지, 모든 사람이 실수 없이 움직여야만 완성된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시도를 현실로 만들어낸 이들 중 한 사람인 김영호 촬영감독은 최근 서울 상암동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우리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었다는 확신은 있었지만 이렇게 좋은 반응을 얻을 줄은 몰랐다”고 했다.
김 감독은 ‘촬영감독’으로서 엔딩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작품만 20편이 넘는다. 2002년 ‘결혼은, 미친 짓이다’, 2009년 ‘해운대’, 2012년 ‘타워’ 등 꾸준히 찍으면서 장르를 넘나들었다. 촬영부 경력으로 따지면 1996년 ‘진짜 사나이’, 1997년 ‘비트’까지도 거슬러 올라간다.
그가 ‘몸값’에 합류한 이유는 단순하고도 당연했다. ‘원테이크로 찍는 영화’여서다. “어느 촬영감독이더라도 살면서 한번은 하고 싶은 기획일 거예요. 시나리오도 내용도 모른 채로 이유 불문하고 하겠다고 했죠.”
시리즈는 원작인 14분짜리 단편영화 ‘몸 값’(연출 이충현)을 그대로 도입부에 녹이고 롱테이크 방식도 가져왔다. 이후 모텔이 갑자기 붕괴한다는 재난 설정이 더해지면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인간군상의 아귀다툼을 다룬 드라마로 세계관이 확장됐다.
모든 신은 촘촘하게 짜인 콘티를 기반으로 철저한 리허설 후에 촬영됐다. 시간 비중으로 따지면 60~70%는 리허설, 나머지 30~40%가 촬영이었을 정도다. “모두가 초긴장 상태로 임했죠. 다른 영화 현장이었다면 NG가 나도 얼마든지 다시 찍을 수 있지만 여기선 자칫 10분 넘는 동선과 대사를 처음부터 다시 맞춰야 하니까요. 오히려 집중도가 높아져서 단번에 오케이 사인이 나기도 하더군요.”
롱테이크의 백미는 특히 갈등이 고조되는 3화 후반부터 4화 초반 이른바 ‘패닉룸’ 장면에서 극대화됐다. 넓지 않은 창고 방에서 8명의 인물이 다투는 신은 마치 잘 흘러가는 연극 같다. 이를 카메라의 시선으로 다시 보면 배우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고, 360도 돌았다가, 초점을 옮겼다가, 뒤엉키는 사람들의 뒤를 밟는 등 복잡하기 그지없다.
김 감독은 “카메라가 한 장소에서 360도 돌면 붐마이크, 조명도 같이 돌고 피해야 하는데 아무도 엉키지 않고 소화해냈다. 이 신을 촬영한 후배 유영기 감독 등 모두가 대단했다”고 극찬했다.
기술적으로 어려웠던 장면도 있다. 무너져가는 건물에서 여러 층을 관통하는 의문의 좁다란 관을 발견한 인물들이 이곳을 오르내리는 장면이다.
어떤 최첨단 장비로 찍었을까 싶지만, 사람이 와이어를 매단 채 거꾸로 매달려 찍었을 뿐이다. 가장 작은 체구의 촬영팀 스탭이 관 안에 들어가 카메라를 들었고 무술팀이 대사 타이밍 등에 맞춰 그를 끌어올렸다 내렸다 했다. 자칫 매달린 발이 보이지 않도록 온몸으로 버텨야 했으니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컷은 끊김이 없지만 이를 찍는 한 대의 카메라는 여러 사람의 손으로 옮겨가며 촬영되기도 했다.
마지막 회에선 드론과 인간의 합작 컷도 만들어졌다. 9분간 이어지는 최종 신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듯 부감을 찍던 앵글이 서서히 땅으로 내려와 인물들의 대화와 움직임을 좇아가다 마지막에 한 얼굴을 클로즈업하며 끝난다.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이 아래로 내려오면 사람이 이어받아 촬영을 계속하는 방식으로 찍혔다. 드론과 카메라가 즉시 분리되도록 탈착 장비가 쓰였다.
“상식으론 도저히 안 될 것 같은 장면도 있었죠. 그렇지만 ‘감독에게 안 된다고 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접근했어요. 전우성 감독의 데뷔작인데, 다 들어줘 보자 싶었죠. ‘안될 것 같다’고 치면, 이 작품은 애초에 다 불가능한 거였으니까. 장비와 CG를 적절히 활용하기도 하고 기술이 없을 땐 몸으로 뛰어들었죠.”
걱정이 많은 현장이었지만 그만큼 해결해냈을 때의 만족감도 컸다. “지금까지 30편 가까이 작품을 찍었는데 한 컷의 무게감을 이번에 제대로 느꼈어요. 길이가 길건 짧건 모든 장면은 배우와 조명, 미술, 촬영팀 등이 함께 만들죠. 종종 간과했던 컷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몸값’ 촬영팀에게 또 하나의 숙제는 ‘시청자가 기술적 어색함을 못 느끼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니 6부작에 흠뻑 빠져 정주행을 마친 시청자가 편집 지점을 찾아보겠다며 컷 수를 헤아리며 N차 관람에 나선다면, 그것만큼 김 감독을 뿌듯하게 하는 모습도 없을 것이다.
“10개 이상 찾아내신다면 선물이라도 드려야할 것 같아요. 실은 두 개의 컷을 합성한 건데 관객이 보기엔 원테이크처럼 보이는 신도 몇몇 숨어있어요. 현장에 있었던 스태프라도 눈치채지 못할 겁니다.”
흥행 이후 시즌2가 기획 단계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기대감도 높아진 상황. 김 감독 역시 “시즌1을 함께 한 스태프들이 다 같이 다시 하게 된다면 그만큼 노하우와 팀워크도 활용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희망 섞인 전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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