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조업 현실 외면한 ‘직고용’ 판결의 후폭풍

고성민 기자 2022. 11. 24. 09: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컨베이어벨트를 직접 활용하지 않는 간접공정에서 2년 넘게 근무한 하청 노동자도 현대차 직원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지난달 나왔다.

도장이나 의장(조립)처럼 컨베이어벨트에서 이뤄지는 직접공정이 아니라 자동차 수출 전에 하는 방청(防錆·금속의 표면이 녹이 스는 것을 막음) 업무나, 차량 사양에 맞게 부품을 선별해 규격 용기에 채워 넣는 업무를 하는 하청 노동자도 현대차가 직고용해야 한다는 판결이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컨베이어벨트를 직접 활용하지 않는 간접공정에서 2년 넘게 근무한 하청 노동자도 현대차 직원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지난달 나왔다. 도장이나 의장(조립)처럼 컨베이어벨트에서 이뤄지는 직접공정이 아니라 자동차 수출 전에 하는 방청(防錆·금속의 표면이 녹이 스는 것을 막음) 업무나, 차량 사양에 맞게 부품을 선별해 규격 용기에 채워 넣는 업무를 하는 하청 노동자도 현대차가 직고용해야 한다는 판결이었다.

이 판결 20여일 뒤인 지난 17일, 현대차는 노조와 판결 이행을 협의하는 노사교섭을 열었다. 노조는 이 자리에서 판결 당사자뿐 아니라 동종, 유사 공정 하청 노동자까지 직고용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불법파견 피해자임을 배려해 승소자 요구에 맞춰 작업 공정을 배치하라”, “강력한 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최근 법원은 기업의 직접고용 범위를 넓게 보는 추세다. 현대글로비스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2차 협력업체 소속 방청 담당, 현대모비스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2차 협력업체 소속 생산관리업무 담당까지 불법 파견으로 봤다. 앞서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시험 차량을 운전하는 드라이버도 직고용하라는 법원(1심) 판결도 있었다.

대법원이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주며 현대차와 기아는 이번 승소자 400여명을 대상으로 107억원을 지급하게 됐다. 현대차·기아가 직접 고용했을 때 받을 수 있었던 임금과 실제 지급 받은 임금과의 차액이다. 앞으로 발생할 추가 비용은 제외한 금액이다. 법원이 불법 파견의 범위를 넓게 인정하면서 현대차그룹 외에 다른 기업의 하청 근로자들도 소송을 준비 중인 곳들이 많다.

기업은 관련된 모든 노동자를 다 직접 고용하기가 어렵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고용이 경직된 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경기는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데, 한번 뽑은 직원을 내보낼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기업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채용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글로벌 제조사들은 생산 효율화를 위해 도급 방식을 활용한다.

재계가 이번 판결에 대해 “제조업에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는 도급계약을 무력화시키는 것”(전국경제인연합회), “하도급 활용이 사실상 어려워지며 우리 기업들은 생산 효율성이 떨어지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저하될 것”(대한상공회의소)이라고 우려하는 이유다.

대규모 직고용은 당장엔 좋게 보여도, 길게 보면 결국 신규 채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해외에 공장을 짓겠다는 기업이 늘어날 수도 있다. 고용의 다양성을 늘려야 일자리가 확대되고 기업 경쟁력도 높아진다. 사법부는 이런 제조업의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