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는 마음은 우릴 풍요롭게 하죠”… 38만통 진심의 울림

박정경 기자 2022. 11. 2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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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열린 ‘제7회 전국 감사편지 공모전 시상식’에 참여한 수상자들과 주요 내빈들이 행사가 끝난 후 손으로 하트를 만들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교육부 장관상을 수상한 용안중 1학년 장수지(왼쪽) 양으로부터 감사편지를 받은 장애인복지시설 박영선 교사가 답장을 읽는 모습. 김동훈 기자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7회 전국 감사편지 공모전’ 시상식

4666개교서 38만1008통 접수

수상자 227명 5550만원 장학금

교육부 장관상 용안중 장수지양

복지시설 선생님과 ‘모녀 인연’

서로에게 쓴 감사편지 직접 낭독

“엄마를 만나면서 제 앞길도 새롭게 펼쳐졌어요. 여기까지 온 것은 (엄마가) 언제나 한결같이 제 편이 돼주시고 응원해주신 덕분입니다.”

지난 2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로 열린 ‘제7회 전국 감사편지 공모전 시상식’에서 교육부 장관상을 수상한 용안중 1학년 장수지 양은 엄마를 향한 고마움이 담긴 편지를 한 자 한 자 읽어내려갔다. 수지 양은 가족이 없고, 몸에 장애가 있어 장애인 복지시설에 거주하고 있는데, 시설에서 만난 박영선 교사를 엄마라고 부르고 있다. 그는 엄마(박 교사)를 향해 “아무것도 특별하지 않은 저를 사랑해 주시고, 딸처럼 소중하고 예쁘게 대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엄마를 만난 후 오직 저만 봐주고 사랑받는 기분을 처음 느꼈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수지 양의 감사편지를 받게 된 박 교사는 이날 시상식에 참석해 수지 양에게 쓴 답장을 직접 읽었다. 박 교사는 “지금 생각해보면 우린 만날 운명이었던 것 같아. 특수학교에 다니다 1년이란 시간 동안 4년 과정을 공부하고, 일반초등학교로 전학해 수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힘들어하는 너의 모습을 보며, 너를 위해 잘하고 있는 건지… 정답도 모른 채 성실하게 늘 노력하는 너를 보며, 힘과 희망을 얻어 지금 이 순간까지 온 것 같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엄마와 수많은 분이 너의 곁에서 늘 응원한다는 거 잊지 마. 사실은 수지가 생각하는 것보다 엄마가 더 많이 많이 사랑해”라고 덧붙였다. 박 교사는 편지 낭독 중간에 눈물을 흘렸고,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박 교사와 수지 양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우리 삶 속에 당연한 것은 없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조차 그 뒤를 살펴보면 늘 그것들을 위해 노력하고 함께해주는 많은 사람이 있다. 아동들은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주변의 고마움을 찾아 표현한다. 때론 차마 부끄러워 입 밖에 내지 못한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편지에 담은 ‘감사편지 공모전’이 해를 거듭해 성황리에 열리는 이유다.

부모님, 선생님, 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전국 감사편지 공모전은 2016년을 시작으로 올해 7회째를 맞았다. 회를 거듭할수록 호응도 늘어나 2016년 1회에는 3만982통이었던 감사편지가 2017년에는 6만5통, 2018년에는 11만218통이 접수된 데 이어 올해는 전국 4666개 학교에서 38만1008통이 접수됐다.

시상식에 앞서 감사편지쓰기 심사위원장을 맡은 황선미(서울예대 교수) 작가는 “제가 읽은 감사편지들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었고, 세상에는 감사할 일이 이렇게 많았음을 깨닫는 시간이었다”며 “이런 기회와 생각할 여유를 주셔서 고맙고, 감사해야 할 대상이 부모든, 친구든, 이웃이든, 동물이든, 나 자신이든, 어떤 순간이든 감사할 마음을 갖는 일 자체가 존재를 풍요롭게 해준다”고 심사평을 남겼다.

문화일보 회장상 시상을 위해 참석한 이병규 회장은 전국감사편지쓰기 공모전에 대해 “선생님, 부모님, 친구들에게 진심을 전하고 신뢰와 관계를 회복하는 주요한 매개체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무너진 교권을 회복하고 사제지간 도리를 되살리기 위해 문화일보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손잡고 매주 지면에 ‘선생님’ ‘감사편지’ 등을 통해 좌절을 극복하고 새롭게 일어서는 교사들의 노력을 확인하고 있다”며 “대격변의 시대에는 미래를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고, 앞으로도 우리 청소년들이 더 행복한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이번 공모전 수상자 227명에게 총 5550만 원의 장학금을 부상으로 수여했다. 교육부장관상은 최빛찬(인천용정초 3학년) 외 5명, 보건복지부장관상에는 손준서(대구들안길초 2학년) 외 3명, 여성가족부장관상에는 임채윤(정화여자고 1학년) 외 10명이 수상했다. 또한 교육감상에는 남규민(영훈초 4학년) 외 67명,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상은 이한움(남호초 1학년) 외 25명, 문화일보회장상은 정은성(표선초) 외 9명 등이 수상했다. 단체상으로는 광주수피아여자중(광주) 외 62개교가 선정됐다. 이날 시상식에는 수상자를 비롯해 가족, 선생님, 친구 등 300여 명이 참석했으며, 홍보대사인 아이돌그룹 ‘위아이(WEI)’가 함께했다.

■ “주고받는 모두가 고마운 감사편지, 행복의 문 여는 열쇠 되기를”

황영기 회장 개회사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배우는 사람이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감사하며 사는 사람이다.”

황영기(사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은 지난 22일 ‘제7회 전국 감사편지 공모전’ 시상식에서 탈무드의 한 구절을 인용한 개회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황 회장은 “감사편지가 행복의 문을 열어주는 열쇠가 돼 감사편지 공모전에 참여한 모든 아이가 행복해지기를 소망한다”며 “공모전을 통해 아이들이 더 다양한 감사를 찾고, 느끼고, 표현하며 성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특히 올해는 아이들의 감사 대상이 훨씬 다양해졌음을 강조했다. 그는 “감사편지 속에는 가족, 선생님, 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에게 전하는 고마운 마음이 담겨 있다”며 “최근에는 소방관, 의료진, 지구 등 평소에 직접 전하지 못했던 다양한 대상에게 감사를 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감사편지 공모전 초기에는 주변의 고마운 사람에게 편지를 전했다면,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고마움을 표해야 하는 대상이나 지구, 환경 등에 대한 감사함을 전하는 아동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감사편지 공모전을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모두가 행복한 캠페인’이라고 설명한 황 회장은 “앞으로도 감사편지 공모전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감사하는 마음과 올바른 인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공모전을 7회째 함께해 주고 계시는 교육부를 비롯한 17개 시·도 교육청 그리고 문화일보에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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