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 급한데…배출권거래제 개선안 ‘핵심’은 “내년에 논의”

김규남 2022. 11. 24.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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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27일 인천 서구 신인천복합화력발전소 굴뚝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개선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정작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필요한 배출허용총량 축소와 유상할당 비율 확대 등 배출권거래제 실효성 확보를 위한 핵심 방안은 내년으로 논의를 미뤄,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의지에 의구심이 일고 있다.

환경부는 24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온실가스 감축 촉진을 위한 배출권거래제 개선방안’을 방안을 공개했다. 이 자료를 보면,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인센티브 확대, 행정절차 효율화로 제도 이행 지원 등을 올해 개선에 착수할 1단계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배출허용총량 조정과 유상할당 비율을 늘리는 배출권 할당방식 개선 등은 내년에 중점 논의할 2단계 과제로 제시했다. 배출권거래제는 정부가 업종별 또는 부문별 배출허용 총량을 정한 뒤 배출량이 이를 초과한 기업에는 초과한 양만큼의 배출권을 배출권거래시장에서 사고, 배출량이 허용 총량을 밑도는 기업은 남는 배출권을 시장에 팔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제도다.

환경부는 이날 배출권거래제 개선 추진 배경에 대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과 국제 탄소 무역장벽화 대응을 위해 국가 배출량 70% 이상을 관리하는 배출권거래제 개선 필요 △복잡한 행정절차 등 제도 이행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배출권거래제 합리화를 요구하는 산업계의 요청 △배출권 과잉할당 등으로 현 제도가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지 못한다는 비판 존재 등을 제시했다.

<한겨레>는 지난달 4일 단독 보도(‘온실가스 뿜어댄 기업들, 그 덕에 되레 5600억 벌었다’)를 통해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배출권거래제가 시작된 2015년(2억9100만톤)에 견줘 2021년(3억2600만톤)에 오히려 12.3% 늘어 배출권거래제가 유명무실하고, 기업들은 무상으로 할당받은 배출권을 팔아 5600억원대의 수익을 올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면서 배출권거래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배출허용총량을 낮추고, 현재 10%인 유상할당 비율을 크게 높이는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날 정부가 내놓은 개선 방안에서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들은 모두 내년으로 논의가 보류했다. 배출허용총량 축소에 대해서는, 내년 3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의 연도별·부문별 감축 로드맵이 수립될 예정인데 정부는 “이 결과에 따라 배출허용총량 설정·관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유상할당 비율 상향에 대해서는 “유상할당이 원칙이나 그 비율은 유럽연합 등 해외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온실가스 감축 유인 강화, 산업경쟁력 등을 종합 고려한 유상할당 단계적 확대 등 방안 마련”을 내년에 논의하는 것으로 미뤘다. 이에 대해 기후환경단체 플랜1.5의 권경락 활동가는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할 핵심 개선 과제들이 모두 내년 2단계 과제로 미뤄져 정부가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연내에 추진할 1단계 과제에 대해 “온실가스 감축 인센티브를 확대하겠다”며 △온실가스 고효율시설 신·증설에 배출권 추가 할당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자는 국제 캠페인) 이행 기업이 태양광·풍력·수력을 통해 전력을 사용하는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제외해줬는데 이를 모든 재생에너지로 확대 △친환경 원료 전환시 온실가스 감축 인정 등의 방안을 내놨다. 또 정부는 “배출량 측정·보고·검증(MRV)을 효율화하겠다”며 △반도체 등 전자산업의 온실가스 감축설비 저감효율 측정 대상을 전체 설비의 연 20%에서 10%로 축소 △배출량 산정계획서 중복제출 최소화 △배출량 검·인증 지원 확대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권경락 활동가는 “RE100 이행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범위를 모든 재생에너지로 확대할 경우 대기환경오염 우려가 나오고 있는 바이오매스 사용량이 많아질 우려가 있다. 또 전자산업의 온실가스 감축설비 측정 대상 조사 범위를 10%로 축소하는 것은 해당 시설의 저감효율 측정 오차가 커지는 등 측정을 어렵게 만드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 내용들은 정부가 기업 관점에서 규제를 완화해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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