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야비야]민주주의 근간 흔드는 '패거리 정치'

송연순 기자 2022. 11. 2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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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23일 의원총회에서 '선(先) 내년 예산안 처리, 후(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실시'를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여야 간 강경 대치가 다소 누그러지는 듯한 분위기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소위 '윤핵관' 과 '친윤' 등 패거리 정치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패거리 정치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국회의원 등 선거 공천권이다.

패거리 정치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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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 동지'라는 이분법적 사고 깔려
정치권 '구태' 청산을 위한 노력 필요
진영갈등 부채질 팬덤 정치도 문제
송연순 논설위원

국민의힘이 23일 의원총회에서 '선(先) 내년 예산안 처리, 후(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실시'를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여야 간 강경 대치가 다소 누그러지는 듯한 분위기다. 앞서 더불어민주당도 전날 국민의힘이 국조 특별위원회 후보위원 명단을 먼저 제출하는 조건으로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안을 받아들이기로 조건부 동의를 했다.

일각에서는 여야가 국정조사 실시 시점에 대한 합의는 이뤘으나 대상 기관과 활동 기간 등을 놓고 기(氣) 싸움이 이어지면 협상이 다시 난항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더욱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 구속에 따라 불거진 '사법 리스크' 등과 맞물려 여야가 언제라도 극한 대치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대표는 정진상 실장 구속 후 페이스북에 "유검무죄, 무검유죄다. 포연이 걷히면 실상이 드러나고, 조작의 칼날을 아무리 휘둘러도 진실은 침몰하지 않을 것"이라며 검찰 수사를 조작이라고 규정했다. 의도가 어떻든 당내 및 장외 강경 투쟁을 부추기는 발언으로 비친다

그동안 여야는 민생을 챙기겠다고 한 목소리를 냈지만, 실은 정쟁에서 이를 볼모로 삼는 것은 다반사였다. 여의도에서 정치가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를 통한 중재와 타협의 자리에 정쟁과 법적 공방이 자리하고 있다.

정치란 무엇인가. 일부는 '타협과 협상의 예술'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대다수가 권력을 떠올린다.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이전투구, 권력의 행사를 정치로 여긴다. 마키아벨리도 정치를 권력관계로 이해하면서 '권력의 획득과 유지'라고 봤다. 독일 정치학자 카를 슈미트는 '정치는 적과 동지를 구별하는 것'이라고 했고, 미국 역사가 헨리 브룩스 애덤스는 '현실 정치는 체계적인 증오를 조직화 한다'고 주장했다. 요즘 여의도 정치 현실과 맥이 닿아 보인다.

적과 동지의 구별이라는 이분법적 사고, 분노의 조직화 이면에는 이른바 계파라는 '패거리 정치', '팬덤 정치' 등이 자리잡고 있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소위 '윤핵관' 과 '친윤' 등 패거리 정치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당이 '친이(친 이명박)'와 '친박(친 박근혜)'으로 나뉘어 싸움을 벌이던 때와 크게 달라졌다고 볼 수 없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전(前) 정권들의 '측근 정치'를 비판하며 이를 개혁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등의 행태를 보면 윤 대통령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진 것인지 의문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친 이재명'과 강성 팬덤에 휘둘리고 있다. '윤심'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국민의힘이나,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강성 팬덤 지지층에 끌려다니는 민주당은 닮은꼴이다.

팬덤(fandom)은 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그러한 문화 현상을 가리킨다. 정치인 팬덤은 연예인 팬덤과 속성이 전혀 다르다. 연예인 팬덤은 연예인을 좋아하는데, 그 자체가 바로 팬덤의 목적이자 수단이다. 반면 정치인 팬덤에 있어서 좋아함은 단순히 수단에 불과하다. 정치인 팬덤의 원동력은 차별과 증오일 뿐이다. 그 증오를 분출하기 위한 매개체로서의 정치인을 좋아할 뿐이다. '문파', '개딸' 등 팬덤 정치는 진영 갈등을 주도한다.

팬덤 정치는 소수의 목소리가 마치 지배적인 의견인 것처럼 보이게 여론을 왜곡시킬 수 있다. 패거리 정치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국회의원 등 선거 공천권이다. 민주적 절차에 의한 공정한 공천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공천권을 가진 사람에게 줄서는 패거리 정치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패거리 정치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다. 정치권 스스로 패거리 정치라는 '구태'를 청산하기 위한 자성(自省)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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